오래 살려는 욕망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중국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도 불로장생을 위해 한반도까지 사람을 보내 약초를 찾았지만 결국 49세에 세상을 떠났다. 당시로는 상당히 장수한 셈이다.

수명은 삶의 여건이 좋아지면 절로 늘어나므로 소득 수준과 비례한다. 세계 여러 국가를 살펴보면 개인소득이 1천 달러인 나라는 평균수명이 45세, 5천 달러면 65세 그리고 3만 달러면 80세 정도다. 지난 반세기 만에 소득 1천 달러에서 3만 달러 이상으로 기적에 가까운 경제성장을 이룬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수명이 늘어나는 나라다.

정부가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정년 연장 논의를 본격 시작했다.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연장 또는 폐지하거나 퇴직자를 다시 고용하는가 하면 만 55세 이상 인구를 노동시장 핵심 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통계청 조사 결과 55~79세 고령자 중 68.5%가 장래에 더 일하기를 원한다고 나타났다. 앞으로 취업을 희망하는 사유로는 ‘생활비에 보탬’이 57.1%로 절반을 넘었다. ‘일하는 즐거움·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하고 싶어서’는 34.7%를 차지했다. 

장래 근로를 희망하는 고령층 인구가 계속 근로를 원하는 연령은 평균 73세까지였다. 55~59세가 69세, 60~64세가 72세, 65~69세가 75세로 답해 법정 정년인 60세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고령에 따른 정년 연장이나 고령층 고용 촉진은 해외에서도 중대 이슈다. 최근 정년을 당초 62세에서 2030년까지 64세로 연장하는 연금개혁 법안을 통과시킨 프랑스를 비롯해 선진국들은 일찌감치 정년을 연장하고 일하는 인구를 늘렸다.

쏟아져 나오는 은퇴자를 일하는 인구로 만들고 청년이 일할 일자리도 자연스럽게 확보했다. 1967년 정년을 65세로 정한 미국은 1978년 70세로 올렸고, 1986년에는 정년이라는 개념을 없애 버렸다. 정년을 정하는 자체가 나이에 따른 차별이라는 이유에서다. 영국은 2011년 연령 차별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정년을 없앴다.

독일도 2029년까지 정년을 65세에서 67세로 늦춘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정년이 60세로 같지만, 2012년부터 ‘65세 고용 확보 조치’를 의무로 해 대다수 일본 기업이 근로자가 원하는 경우 70세까지 일하도록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3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한국형 계속 고용 제도’를 검토하기로 하면서 정년 연장 논의를 본격 시작했다. 정부는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 체계 개편과 연계해 재고용·정년 연장 들 계속 고용 제도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정년 연장은 단순히 한 직장, 같은 자리에서 더 오래 일한다는 뜻이 아니다. 근로자는 자신의 근로 현장에서 안정된 경제활동을 하고, 기업은 숙련된 노동력을 계속 확보하는 조치다. 따라서 막연히 정년 연장을 기대하기보다 사회 공동체 의식으로 당초 근로 형태를 시대 변화에 맞게 다시 구성해야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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