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프랑스 유력 일간지는 콧대 높은 세계 유명 명품 브랜드들이 우리나라에서 패션쇼를 개최하자 "가난한 나라에서 세계 12위 경제대국으로 도약한 한국의 명품에 대한 관심은 겉모습으로 사회적 위치를 보여 주는 유교사회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성형으로 얼굴을 바꾸는 것처럼 명품 가방은 자신의 지위를 보여 주는 사회적 갑옷이 됐으며, 부유한 환경에서 태어난 젊은 세대의 배출구가 됐다"고 했다.

갑자기 갑옷이라는 단어를 들으니 가장 잘 어울리는 집단이 생각났다. 국민들에게 실망을 거대하게 선사하고, 국민 상식에 맞지 않은 행동과 불법을 저질러도 스스로 벗지 않고서는 아무도 벗기지 못하는 그런 갑옷을 입은 그들은 바로 권력을 가진 정치인들이다. 

국회의원은 대한민국에서 상위 1%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만큼의 위치에 있는 여유와 배포 그리고 잘못을 시인하고 과감히 권력을 던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 잘못한 정치인들은 정치적 갑옷을 과감히 벗어 주기를 바란다.

국민을 위해서, 국민이 원해서, 국민을 대변해서, 국민의 뜻이라고 지껄이면서 국민이 돈 봉투 돌리라고 시켰나? 국회의원 업무를 보는 도중 코인 거래하라고 그랬나? 교묘한 말장난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행태들을 언제까지 봐줘야 하나. 평범히 살아가는 우리보다도 처신을 더 못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연일 보려니 화가 난다. 우리 눈에는 보이는데 왜 그들의 눈에는 안 보이는가.

정치적 편향을 두고 말하고 싶지도 않고, 어느 계파를 지지하지도 않는다. 요즘 벌어지는 행태만 봐도 열이 난다. 상위 1% 위치에 선택된 사람들이 그 선택을 부여해 준 국민들을 어려워하지 않고, 선택에 대한 무거운 책임과 의무를 망각하는 행태들을 봐야 하는 현실이 한심하다. 

현대 정치사에선 "보수는 부패에 망하고 진보는 분열에 망한다"는 격언 같은 말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치권은 "보수는 분열에 망하고 진보는 부패에 망한다"로 바뀌었단다. 오래전부터 보수는 부패의 고리를 어떻게 자를지를 고민했고, 진보는 분열을 어떻게 막을지를 고민했다면서도 도려 낼 생각은 왜 안 하는지, 그들을 보는 국민의 눈과 귀가 오글거리고 화나고 몸이 꼬인다. 

자존심이 하늘을 찌른다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들이 우리나라에서 패션쇼를 할 만큼 대한민국의 위상을 보여 주는데, 정치하는 사람들의 체면은 누가 세워야 하는지 국민이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때다. 유명하고 비싼 명품을 들었다고 다 어울리진 않는다. 오히려 안 어울리면 부담스럽고 촌스럽게 보이기도 한다.

검찰은 정치적 갑옷을 입은 이성만·윤관석 의원을 돈 봉투 사건 조사 이틀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번만은 다른 의원들에게 기대지 말고 스스로 그 갑옷을 벗고 당당히 법원에 서길 기대한다. 자격이 안 되는 정치인들은 더 이상 국민이 입혀 준 갑옷에 흠집 내지 말고 과감히 제발 벗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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