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에 한파와 폭염 따위 이상기후로 큰 피해를 입는 경우가 늘어난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여름 기록할 만한 큰비가 내려 여전히 수해 복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올해 봄은 비가 내리지 않은 건조한 날씨 탓에 화재 소식이 잦다.

환경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로 지구 온도가 2℃ 이상 오를 경우 인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자연재해가 발생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국제사회는 기후 대응 방법으로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이 0이 되는 탄소중립 사회를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탄소중립을 실천해 인간 활동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최대한 줄이고, 산업사회가 되기 전보다 상승 온도를 1.5℃ 이하로 억제하려고 한다.

산업계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환경을 생각한 탄소중립은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다. 경기도는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과 함께 도내 탄소중립과 친환경 기술을 보유한 우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그린뉴딜 선도기업 기술사업화 지원사업’을 한다. 미래 신성장 산업 발전과 2050 탄소중립 실현에 이바지하고, 중소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려고 지난해부터 진행했다. 

산업의 저탄소 전환으로 친환경 생태계를 조성해 환경과 사람이 중심이 되는 사업을 운영하는 도내 중소기업을 만나 봤다.

이재복 이랑텍 대표가 자사가 개발한 상호 주파수 간섭제거용 5G RF 필터를 설명하며 해외시장 개척 포부를 내보였다.
이재복 이랑텍 대표가 자사가 개발한 상호 주파수 간섭제거용 5G RF 필터를 설명하며 해외시장 개척 포부를 내보였다.

# 이랑텍-지속가능한 성장에 필요한 탄소중립 실천하는 그린IT

이랑텍은 이동통신 주파수 간섭 문제를 해결하는 5G 공용 결합 우수 상호변조왜곡신호(PIMD) 결합 방식 필터와 필터링 기술을 앞세워 2017년 화성시에 자리했다.

20여 년간 해당 기술을 연구개발한 이재복 대표는 "정수기 필터는 유해 물질을 걸러내고 유익한 물질만 통과시키는 일을 한다"며 "이동통신사업자들이 통신서비스를 제공할 때도 필요한 주파수만 통과시키는 필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2018년 세계 최초 5G 상용이 성공하면서 꾸준히 가입자가 늘어났고, 3월 말 기준 국내 가입자는 2천960만502명으로 3천만 명 돌파를 앞뒀다. 그러나 여전히 해외시장 80% 이상은 2G나 3G를 사용한다.

이 대표는 "앞으로 글로벌 통신시장에서 차츰 5G 통신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이랑텍이 개발한 RF필터나 기술이 빛을 보게 되리라 본다"고 했다.

해당 기술로 기업이 성장하려면 글로벌 사업 전개가 필수다. 예상하기 어려운 미래에 대비하려면 환경위기에 맞선 탄소중립 정책에 관심을 두고 녹색기술을 실천해야 한다고 여겼다. 곧 ‘이 제품이 세상을 얼마나 유익하게 만드는가’를 경영 철학으로 세우고 그린 IT사업 전개에 관심을 가졌다.

친환경 대안 기술 제품을 고민한 끝에 한국산 상호 주파수 간섭 제거용 5G RF(무선주파수) 필터를 개발했다. RF필터는 당초 주파수 간섭을 걱정한 통신사들이 개별로 사용하던 통신장비를 통합 중계기 하나로 구축해 공용망으로 사용하도록 걸러주는 구실을 한다.

개발 과정에서 경기도 그린뉴딜 선도기업 기술사업화를 통해 시제품 개발과 제품 사용 환경 분석을 기반으로 신뢰성 시험 평가를 받았다.

당초 개별 구축 방식을 통합 장비로 합쳐 통신서비스가 가능하면 통신장비 구축비 30%와 전력 소모량 53%가 감소한다. 통신사업자의 온실가스 감축을 이끌어 탄소중립 실현이 가능해진다.

아울러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장비를 구축해 5G 서비스 품질을 향상하고 공정 원가를 절감하는 효과를 거둔다. 결국 통신사는 설비 구축비를 절감하면서 소비자는 통신비에서 혜택을 받고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셈이다.

이랑텍은 지난해 해당 기술과 제품으로 녹색기술·제품 인증과 함께 IR52 장영실상을 받았다. 앞으로도 친환경 공정으로 5G 통신 품질 향상과 탄소중립 정책에 따른 제품과 공정을 꾸준하게 개선할 계획이다.

# 밸리스-업사이클 이용한 친환경 신소재 제품 개발

남양주시에 있는 밸리스는 ‘세상에 버려지려고 태어나는 생명은 없다’는 기업 이념을 바탕으로 저평가 받는 농수산물을 업사이클해 반려동물용 식품과 용품으로 개발하는 사업을 한다.

대학교 창업동아리로 시작한 기업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고민에서 출발해 2017년 법인을 설립했다. 다른 소셜 벤처들이 수익금 일부를 기부하는 코즈마케팅(Caues Marketing) 형태로 성장했다. 

그러나 단순 기부로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거나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기 어렵다고 여겨 기업과 사회환경 가치를 함께 성장시키는 방법 가운데 업사이클 소재를 선택했다.

밸리스 주력 상품은 업사이클 동물용 사료 제품이다. 생태계 교란어종 ‘배스’에서 항염증 효과를 가진 불포화지방산을 추출해 곤충 단백질과 섞어 만든 알레르기 저감 펠릿 사료다.

밸리스가 생태계 교란어종 배스를 이용해 만든 동물용 사료.
밸리스가 생태계 교란어종 배스를 이용해 만든 동물용 사료.

당초 대다수 저알레르기 제품은 L.I.D(Limited Ingredient Diets) 형태로 배합하는 원료의 수를 제한해 알레르기 반응을 줄였다. 하지만 밸리스가 개발한 제품은 알레르기를 줄이는 항염증 기능성 식품이라는 점에서 가격 경쟁력과 품질 면에서 뛰어나다.

동물용 사료는 제조 장비 가격이 매우 높고, 최소 제작 수량이 많아 자체에서 값비싼 연구용 장비를 보유하지 않으면 간단한 목업 제작이 불가능하다. 개발 비용도 만만치 않다 보니 도가 사업을 지원해 해결했다. 이후 각기 다른 원료를 함께 사용해 제품의 가치를 만들었고, 다양한 방법으로 환경 제품을 개발하는 초석을 마련했다.

강민준 대표는 "경기도 그린뉴딜 선도기업 기술사업화 지원사업으로 생태계를 교란하는 어종인 배스와 곤충 단백질을 활용한 동물 사료를 개발, 사업을 했다"며 "기업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만들고, 소비자는 이치에 합당한 소비를 함으로써 환경을 생각하면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지속가능한 사회 혁신 비즈니스를 지향한다"고 했다.

강 대표는 도 지원을 바탕으로 배스뿐만 아니라 블루길·강준치처럼 아직 활용하지 못한 생태계 교란 어종을 이용한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아울러 고양이나 강아지 식품뿐만 아니라 아쿠아펫, 축산과 조류용 사료를 비롯해 다양한 동물 분야에 진출해 지속가능한 환경을 생각한 업사이클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이은채 기자 chae@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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