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촌은 무엇을 이뤄 내는가. 아직 제2공항 건설을 막아 내지는 못했다."

지난 겨울 제주에 머문 시간을 기회로 책 한 권과 연이 닿았다. 윤여일의 「광장이 되는 시간」이다. 저자는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막아 내려고 제주도청 맞은편 길가에 천막을 치고 모여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회학자의 시각으로 담아냈다.

2019년 펴낸 이 책을 최근 다시 들춰 보게 된 이유는 국토교통부가 지난 3월 기본계획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사업비 6조6천743억 원을 들여 제주 온평리와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에 공항시설을 설치하겠다고 했다.

기본계획을 발표한 뒤 시민단체와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며칠 간격으로 뉴스를 타고 전해졌다. 제주2공항 강행 저지 비상도민회의는 기본계획안을 두고 시민사회와 공동 검증, 관련 전문가·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제주도 자문기구 구성을 요구했다. 검증과 검토 절차가 끝날 때까지는 제2공항 기본계획안에 대한 의견 수렴 기간을 연장하고 제주지사 의견 제출을 보류해 달라고 맞섰다.

4년 전 기록한 외침이 2023년이 되도록 이어진다. ‘아직 제2공항 건설을 막아 내지는 못했다’는 책 속 문구 역시 진행형이다. 이쯤 되니 그들이 싸우며 보낸 지난한 시간을 두고도 여러 말이 나온다. 굳건히 지지하는 목소리를 넘어 결과를 따져 묻는 사람도 적지 않다. 긴 시간 동안 무엇을 이뤄 냈느냐는 물음 뒤에는 이 싸움이 결국 달걀로 바위치기에 불과했다는 허망한 시각이 자리한다.

그렇기에 마무리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노력이든 작은 성취를 기억하고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 없다면 결과론으로만 치우치기 마련이다. 그랬을 때 남을 실망과 미움과 한은 우리를 주저앉게 한다. 다른 시도를 못하게 꽁꽁 옭아맨다. 반면 딛고 나아가는 노력이 따를 때 비로소 운동은 이어졌다. 새만금·용산·강정·밀양에서 실패했다고 주저앉았다면 지금의 제주2공항 반대운동은 없었을 테다.

책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무엇보다 운동의 성취를 말한다면, 그 부분은 참여한 사람들에게 찾아오는 변화일 테다. 누군가가 더 이상 운동 이전으로 돌아가 살아가지 못한다면 그 자체가 변화이고 운동의 성취다. 누군가가 이 운동을 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궁리 중이라면 그 꿈을 꾸게 한 원동력이 운동의 성취다." 앞으로 나아간다. 그들은 이미 성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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