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제인 오스틴은 셰익스피어와 함께 영국을 대표하는 문인으로 손꼽힌다. 사후 20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제인 오스틴의 작품은 드라마, 영화, 연극, 오디오북 따위 다양한 형태로 변주돼 관객들과 만난다. 발표된 책은 고작 6권에 불과하지만 모두 고전 반열에 오른 명작이다. 다만, 그녀의 작품은 언제나 연애로 시작해 결혼으로 끝난다는 점에서 식상하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러나 오랜 시간 회자되고 사랑받는 배경에는 그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인물들의 생생한 심리 묘사와 여러 관점에서 생각해 볼 만한 상황을 제시한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당시 사회에서 당연시 여기는 풍토를 자신만의 목소리로 풍자한 점이 시대를 초월해 공감을 얻는다. 오늘 소개하는 ‘센스 앤 센서빌리티’는 제인 오스틴의 소설 중 맨 처음 발표된 작품으로 1995년도 동명 영화는 원작에 대한 고증과 각색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는 대저택의 지주인 한 아버지의 유언으로 시작한다. 아들 존에게 새엄마와 의붓 여동생 3명을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 떠난 아버지. 19세기 영국 사회는 장자만이 아버지의 전 재산을 상속받았다. 하나 유언과는 달리 대저택에서 쫓겨난 모녀는 먼 친척의 도움으로 작은 시골집을 빌려 가난하게 살아야 했다. 

그러나 척박한 삶에도 사랑은 찾아오는 법. 매사 신중하고 차분한 큰딸 앨레너는 다소 우유부단하지만 품성이 온화한 에드워드와 사랑에 빠진다. 문제는 에드워드가 이들을 내쫓은 새언니의 동생이라는 점이다. 새언니는 남동생 에드워드가 크게 될 인물이라 말하며 별 볼 일 없는 가문의 여성을 만날 시 재산을 한 푼도 상속받지 못하게 된다는 점을 늘 상기시켰다. 

둘째 딸 메리앤에겐 두 명의 사랑이 연이어 찾아왔다. 첫사랑을 못 잊어 여태 독신인 브랜든 대령의 순애보는 감성적인 메리앤의 공감을 샀지만 풍덩 빠지는 열정적인 사랑을 꿈꾸는 메리앤에게 대령은 무료한 사람이었다. 한편 호탕하고 잘생긴 청년 윌로비는 메리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둘은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며 떠들썩한 연애를 이어갔다. 하지만 윌로비는 바람둥이 기질과 현실적인 이유로 메리앤과 헤어지고 부잣집 여성의 환심을 사 결혼한다. 이에 큰 상처를 받은 메리앤은 열병을 앓지만 자신의 곁을 지키며 헌신적으로 노력한 브랜든 대령의 진심 어린 사랑의 마음을 깨닫는다. 

자기 앞에 닥친 상황을 늘 이성적으로 이해하며 솔직한 감정을 억제했던 큰딸 앨레너와 에드워드도 서로를 향한 마음을 터놓고 교감하며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

‘센스 앤 센서빌리티’는 큰딸 앨러너의 차분한 분별력과 배려심을 이성(sense)로 봤고, 둘째의 즉흥적이지만 솔직한 성향을 감성(sensibility)으로 보고 두 성향의 대비를 당시 시대상과 가치관 속에서 우정, 오해, 배신, 믿음, 불화, 행복과 충돌시키며 이성과 감성이 조화롭게 균형을 찾는 과정을 세심하게 그렸다. 원작 소설과 함께 영화는 재정적인 능력이 사랑과 결혼을 지배하는 세태와 여성의 운명이 결혼으로 판가름나는 시대상 또한 은근한 풍자로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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