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더불어민주당의 혁신을 이끌어 갈 위원장이 선임 9시간 만에 자진 사퇴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다른백년 이래경 명예이사장을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한다는 발표를 하자마자 이 이사장의 해촉 이야기가 들려왔다.

김남국 의원의 코인 사태와 당내 돈봉투 의혹 등 일련의 상황들을 개선해 보고자 의원들이 당 혁신기구를 설치하자는 의견을 내놓았고, 이재명 대표가 혁신위원장에 이 이사장 임명을 발표했다.

그런데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래경 이사장의 위원장 임명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되지 못한 모양새다. 당 지도부 인사들은 이래경 이사장 발탁과 관련한 내용을 알지 못했다.  

이래경 이사장은 운동권 출신으로 천안함이 자폭됐다, 코로나19의 진원지는 미국이다, 대한민국이 윤가(윤석열 대통령) 집단으로 복합위기에 빠졌다는 따위의 문제성 글을 올렸다. 또한 현 당대표가 경기지사를 할 때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 대책위에 소속했고, 이 대표의 기본사회 정책에 동의하는 친이재명계 인사다.

이러한 사람을 당의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하자 민주당 내부에서도 임명 철회 목소리가 나왔다. 그의 과격한 언행이나 주장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다. 당을 혁신하겠다고 세운 조직의 장으로 적합하지 못한 인물이며, 계파 문제에 중립적인 인사가 맡아야 하는데 그는 정체성마저 의심스러운 사람이다.

과연 이러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 말하는 혁신을 따라갈 수 있을까.

비리와 의혹에서 당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한 선봉장이 쇄신은커녕 의혹만 커지게 하고, 임명되자마자 당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 여론이 들끓는다. 결국 본인도 마녀사냥식 정쟁 대상이 돼 유감이라는 말로 사의를 발표하고 말았다.

9시간 만에 원점이 된 혁신위원장의 모습처럼 민주당의 대내외 이미지가 말이 아니다.

앞서 논란이 된 비리와 의혹의 개선은커녕 조직의 의사결정에 정상적인 토의와 의견 교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회의를 통해 인선 대상의 충분한 검토가 이뤄졌다면 걸러졌을 인물이다. 결과적으로 당 내부에서 최고위원들조차 인선 인사의 존재를 알지 못할 정도로 의사소통이 되지 못한다는 말이다.

혁신으로 당 이미지를 쇄신하겠다는 목적이었지만 오히려 당대표의 파워를 강화하려는 카드가 아니었나 하는 의구심과 함께 당 이미지가 손상됐다. 당 내부의 돈 봉투 의혹이나 김남국 의원의 코인 사태, 또 알려지지 않은 어떠한 사태가 더 있다고 해도 무리가 되지 않는 모습이다.

당원들의 의사표현이나 수렴이 이뤄지지 못하는 모습 속에 친명·비명은 물론 다양한 소수 세력들이 차기 대권을 목적으로 갈등을 안는 정황이 노출됐다. 무엇보다 조직 운영에 이재명 대표의 역량이 얼마만큼 강력한지를 알아볼 수 있었다.

사실 이렇게 의혹이 많은 사람을 혁신위원장에 임명하려고 한 당대표의 정체성마저 의혹에 빠뜨리게 했다. 이 이사장의 문제성 발언을 알지 못했다는 말을 했지만 아예 모르는 사람은 아닐 것이다. 모르는 사람에게 당의 혁신을 맡길 수 있을까. 임무를 맡기자고 판단한 근거는 무엇일까. 임무를 맡긴 사람도 임무를 수락한 사람도 무슨 생각인지 알 길이 없다.

국민들에게 신뢰의 모습을 주고자 한다면 상식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과정이 보여야 한다. 일련의 과정에서 조직 운영과 책임자의 역량을 판단하는데, 이번 사태는 내부에 비리나 이미지 쇄신보다 더 큰 문제를 부각시켰다.

책임 있는 직무에 사람을 앉힐 때 인사 검증을 거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인데, 이러한 절차조차 없이 최고위원들은 발표 전날 저녁에 통보를 받고 직무를 맡을 사람조차 발표 전날 통보를 받았으니 논의 여지는 아예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여론이 일어나자 당사자가 물러난 것이고, 지명자는 다음엔 역량과 신망 있는 사람을 뽑겠다는 말뿐 사과의 말도 없었다. 또한 사퇴 의사를 표명하기 전 논란이 되는 이사장의 문제를 듣고서 인사 철회를 묻는 질문에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만일 당사자가 사임을 발표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여론은 물론이고 당 내부는 더 혼란을 일으켰을 것이다. 당의 혁신보다 대표의 쇄신이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사건·사고 뒤처리에 끌려갈 것이 아니라 중심을 잡고 근원의 수정을 통해 조직 생태를 움직여야 조직원은 물론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끌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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