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배구 OK금융그룹 새 사령탑으로 부임한 오기노 마사지(53·일본)감독은 일본배구 V프리미어리그 산토리 선버즈 ‘레전드’ 출신이다.

산토리에서 20년 넘게 현역 선수로 활약하고 2010년 지도자로 변신해 산토리 지휘봉을 잡기도 했던 그는 지난달 산토리를 아시아 남자 클럽 배구선수권대회 정상으로 이끈 세계 최정상 미들 블로커 드미트리 무셜스키(러시아)에게 쓴소리했다.

무셜스키는 당시 8강 조별리그에서 3-0으로 꺾은 한국 클럽 대표 대한항공을 "일본 리그 9∼11위 수준"이라고 했다. 일본 리그 남자부가 10개 팀으로 운영되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최하위 전력이라고 말한 셈이다.

당시 대한항공은 주전 세터 한선수와 미들 블로커 김규민, 외국인 선수 링컨 윌리엄스를 빼고 대회에 나섰다.

무셜스키의 발언이 알려진 뒤 대한항공 선수뿐만 아니라 V리그에서 뛰는 많은 남자 선수가 분노했다고 알려졌다.

오기노 감독은 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국배구연맹에서 열린 감독 취임 기자회견에서 "대한항공은 100% 전력으로 출전하지 않았고, 외국인 선수도 나서지 않았다고 들었다"며 "그 대회만으로 팀을 평가하기는 어렵다. 같은 배구인으로 언짢았다"고 꼬집었다.

대한항공을 이끄는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일본 리그 울프독스 나고야 감독을 맡은 바 있다.

오기노 감독은 "솔직히 틸리카이넨 감독과 인연은 없다"면서도 "틸리카이넨 감독이 한국 생활은 선배라 그 부분에 대해서는 존경심을 가질 거다. 연습경기를 하게 된다면 그의 장점을 훔치고 싶다. 대한항공은 한국을 대표해서 나갔던 만큼 좋은 팀"이라고 인정했다.

현역 시절 오기노 감독은 일본 배구 국가대표 단골 선수로 당시 라이벌이었던 한국과 수없이 대결했다. 그 과정에서 한국 배구인과 인연을 맺고 지금껏 관계를 이어온 ‘지한파’다.

지난달 한국배구연맹이 주최한 워크숍에서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과 오랜만에 재회해 포옹했다는 그는 조심스럽게 한국 배구의 현실에 대한 생각을 말했다.

냉정하게 일본 남자배구는 국제 무대에서 한국보다 한 발짝 앞서 있다.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에서 일본 남자배구는 8강에 진출했고, 한국은 출전하지도 못했던 지난해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5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아웃사이드 히터 이시카와 유키(알리안츠 파워발리 밀라노·이탈리아), 아웃사이드 히터 다카하시 란(키오에네 파도바·이탈리아) 등 해외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도 적지 않다.

현재 국제배구연맹(FIVB) 세계랭킹에서도 일본은 8위로 ‘세계 8강’ 자리를 유지하는 반면 한국은 33위로 한참 뒷걸음쳤다.

오기노 감독은 일본 남자배구가 신장 열세에도 국제 무대에서 활약하는 비결로 "공격진이 파이프(중앙 후위 공격)를 구사할 수 있는 고른 기량"을 꼽았다.

한국 배구에 대해서는 "체격 조건은 일본보다 한국 선수가 낫다. 기술 흡수만 잘 된다면 좋은 선수로 성장할 것이다. 해외에서 활약하는 일본 선수가 있듯이 한국 선수도 거기에 가까워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 선수는 프로 의식이 굉장히 높다. 지금까지 경험한 모든 것들을 OK금융그룹에 전수해 기술 향상에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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