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집 마당에서 강아지를 키웠다. ‘세리’라고 불렀던 암컷 불독인데, 귀엽던 강아지 시절은 짧게 끝나고 몇 개월 만에 몸집이 거대해졌다. 

학교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반갑게 맞아주는 세리를 안아주고 같이 놀아주곤 했다. 세리는 어른 견이 되자 목줄에 쇠사슬을 달아 말뚝에 묶어서 키웠다.

어느 날 세리처럼 보이는 큰 개가 누군가에게 끌려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개장수한테 주눅이 들어 질질 끌려가는 개의 모습이었는데, 바로 그 개가 세리라는 사실을 집에 와서 텅 빈 개 집을 보고 알았다. 기자가 어린 시절 잠깐 겪었던 개에 대한 기억이다.

‘반려’라는 개념이 붙은 요즘은 마당에서 키우거나 말뚝에 묶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게다가 산책도 시키고 예방접종도 하고 미용실에도 들른다고 하니 가족과 같은 존재다.

사람들이 밀고 다니는 유모차에는 절반 정도 애완견이 탄다. 사람은 걷고, 애완견은 앉아서 가는 세상이 됐다. 대형 마트 한편에 신기하게 생긴 물품이 있어 뭔가 하고 자세히 보면 애견용품이다. 사료, 목욕용품, 장난감까지 다양하다. 주인을 잘 따르고 귀여우며 애교까지 부리니 귀하고 소중한 가족의 일원이 됐다.

TV나 영화에서 중년 남성들이 술에 취해 밤늦게 귀가하면 다른 가족은 자거나 냉대를 해도 애완견만은 한걸음에 달려와 반갑다고 냄새나는 얼굴을 핥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가?

한데, 집을 벗어나면 확 달라지는 강아지가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면 갑자기 으르렁대는 통에 놀라는 경우도 많다. 마치 코를 물어버릴 듯싶은 느낌을 받을 땐 화가 치민다. 강아지가 진짜 덤비면 어떻게 대처할지 곰곰이 생각한 적도 있다.

산책 중 다른 강아지를 보면 반갑게 맞는 듯하다가 어느 순간 덤벼든다. 자신의 강아지 습성을 알면 줄을 짧게 잡든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렇게 강아지를 사랑하면서도 ‘견통령’ 강형욱 씨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처럼 주도해서 산책하는 개 주인은 드물다. 다들 애완견이 앞장서고 개 주인은 팽팽해진 줄에 끌려가다시피 하거나 뒤따라 달린다.

길에 치우지 않은 강아지 똥이 종종 보인다. 수시로 짓는 소리에 고통을 호소하는 이웃도 있다. 함부로 버리는 바람에 야생성을 기른 유기견이 안전을 위협한다. 애견인구가 급속도로 늘면서 생겨난 사회문제다.

아이 육아와 견줄 만큼 미용과 동물병원, 사료비 따위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찮다. 그만큼 사랑을 돌려주니 비용과 시간을 애완견 키우는 데 아낌없이 쓸 테지만 이웃을 배려하는 펫티켓과 기본 교육에 더욱 마음을 써 반려견과 더불어 사는 사회가 자연스럽게 정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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