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국학박사
신상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국학박사

6월 15일은 1972년 7·4남북공동성명 이후 분단 55년 만에 성사된 남북 정상의 첫 만남으로 6·15 남북공동선언을 발표한 지 23주년이 되는 아주 뜻깊은 날이었다. 

대한민국 김대중 대통령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조국의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온 겨레의 숭고한 뜻에 따라 2000년 6월 13~15일 평양에서 역사적 상봉을 하고 정상회담을 한 다음 5개 항의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①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 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 ②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③남과 북은 올해 8·15에 즈음하여 흩어진 가족, 친척 방문단을 교환하며 비전향 장기수 문제를 해결하는 등 인도적 문제를 조속히 풀어 나가기로 하였다. ④남과 북은 경제협력을 통하여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고 사회·문화·체육·보건·환경 등 제반 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여 서로의 신뢰를 다져 나가기로 하였다. ⑤남과 북은 이상과 같은 합의 사항을 조속히 실천에 옮기기 위하여 이른 시일 안에 당국 사이의 대화를 개최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합의사항 이행을 위한 신속한 대화와 김정일의 적절한 시기 서울 방문 약속도 담았다. 그러나 북한은 여건 미성숙을 이유로 김정일의 서울 답방을 차일피일 미뤘다. 

또 탈북단체들이 김정은을 비난하는 대북 전단을 살포하자 북한 당국은 문재인 정부를 적으로 비난하면서 개성공단 폐쇄, 남북연락사무소 철폐, 남북 군사합의 파기, 무력시위 감행을 거론하고 남북 간 모든 통신선을 일방 차단해 긴장 관계를 고조시켰다. 그래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모처럼 조성된 남북한 화해 분위기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다시 대화와 교류가 단절된 냉전시대가 돌아왔다. 

2023년에는 6월 들어서도 6·15선언 관련 직접 보도가 나오지 않았다.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정기풍 위원은 3월 20일 ‘려명’에 기고한 논평에서 한미 ‘자유의 방패’ 연합연습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외세와 군사적으로 더더욱 공모·결탁하며 우리 공화국을 겨냥한 화약내 짙은 대규모 침략전쟁 연습을 광란적으로 벌려 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6·15선언 관련 북한의 침묵은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2020년 6월 16일)에 대한 정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 남북 관계가 갈수록 경색되는 상황을 고려한 대응으로 관측된다.

박원곤 동아시아연구원(EAI) 북한연구센터 소장(이화여대 교수)은 "현재 상황에서는 북한이 과거 긍정적이었던 사건을 소환하거나 상기할 생각이 없다고 보인다"며 "대남 공세도 4월 이후 두 달 가까이 조용해 큰 틀에서 경제상황 등 내부에 집중하려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대대적 미사일 발사에 따른 후유증이 큰 상황에서 최근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가 충격을 줬을 것"이라며 "중국의 ‘코로나와 공존(위드 코로나)’ 정책 전환에 따른 고민도 복합 작용한 듯싶다"고 분석했다.

그렇지만 북한은 이미 여러 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해 동북아와 세계 평화를 위협했고, 7차 핵실험 준비를 마쳤다고 한다. 그리고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6월 발사하겠다고 밝히고 정찰정보 수단 확대, 방어·공격 무기 갱신 등 지속적인 대남 도발에 나서겠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북한이 외교적으로 고립된 상황이고, 경제는 최악으로 치달아 선택 가능한 전략의 폭이 넓지 않다는 점에서 여전히 대화 가능성은 열렸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6·15공동선언 이행이 화해와 평화, 통일로 가는 이정표이자 남북관계 진전의 척도임을 확인하고, 인내심을 갖고 상호 적대적 행동이나 언사를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정상화, 철도·도로 연결, 이산가족 상봉, 친미 사대와 외세 의존 탈피, 군축으로의 지향 등 남북이 합의한 사항들을 하루빨리 실천에 옮겨 끊어진 남북통신선과 남북관계를 복원해야 한다. 또 경제와 문화, 학술 교류를 다각적으로 활성화해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고 남북한 평화통일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평화통일을 이룩하고 모든 한민족이 단결하고 협력해 세계가 부러워하는 선진 민주복지국가를 건설, 세계 평화와 인류 공영에 이바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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