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휘 정치학박사
장순휘 정치학박사

지난 14일 야당 대표 이재명(李在明)이 주한 중국 대사 싱하이밍(邢海明)을 공식 방문했다. 상호 방문이야 얼마든지 양국의 우호 증진을 위해 좋은 일이다. 그런데 싱하이밍 대사의 발언에서 촉발된 외교적 결례가 결국은 한중 외교사의 일대 파국으로 치달았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의 이름에 명(明)이 들어가서 "두 밍(兩明)의 만남으로 한중관계의 민낯과 속살이 따블(dobule)로 ‘밝게[明]’ 드러났다"는 세간의 우스갯소리가 있다.

국어사전에 ‘감히’라는 단어의 의미는 ‘①두려움이나 송구함을 무릅쓰고 ②말이나 행동이 주제넘게 ③함부로, 만만하게’로 정의했다. 싱하이밍의 망언은 묵과할 수 없는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는 아니더라도 ‘감히 시대와 신분을 분별치 못하고’, ‘일개 국장급 대사라는 자가 말과 행동을 주제넘게’ 해 주재국의 주권을 침해한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 특히 이재명 대표가 묵인했다는 점은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고, 국가서열 8위라는 위상을 알고나 있었는지 의구심이 든다. 공당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시간이었다.

싱하이밍 대사의 발언에는 심각한 내정간섭의 도를 넘은 문제점이 발견된다는 측면에서 결자해지(結者解之)될 때까지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 원칙을 바꾸면 안 된다. "일각에서 미국이 승리할 것이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고 베팅하고 있는데, 이는 분명 잘못된 판단… 단언할 수 있는 것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운운한 건 기가 막힌 한국에 대한 겁박 수준을 넘은 게 사실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두고 직간접적으로 위안스카이(袁世凱)를 언급한 것은 싱 대사에 대한 문책성 배척(排斥)이라고 사료된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결기를 보여 줘 좋았다. 위안스카이(당시 26세)는 대한제국 말기 조선에 주재하며 내정간섭을 했던 청의 고위 관료였다. 그 자는 약소국 조선을 우습게 알고 고종에 삿대질과 막말, 서양과 외교 방해, 개화정책 반대 등 조선에 해악을 끼쳤다고 역사는 기록했다.

2020년 10월 23일 시진핑 주석의 한국전쟁 관련 망언이 있었다. 시진핑이 ‘항미원조(抗美援朝)전쟁’ 참전 70주년 기념식에서 "미국의 제국주의 침략에 맞선 전쟁"이라고 지칭하며 "중국인민지원군(The Chinese People’s Volunteers)이 북조선 요청을 받고 참전해 승리를 거뒀다"고 억지 주장했다. 당시 강경화 외교장관은 문재인 정권의 무대응(無代應)을 항의하는 질의에 "제반 사항을 고려한 판단"이라는 국격 없는 발언으로 어영부영 넘어간 적이 있었다.

문재인 정권 내내 중국에 문제가 있어도 문제라고 말하지 못하는 한국 정부의 고질적 사대주의(事大主義) 인식의 잔재와 굴욕적 외교자세를 보여준 바 있다. 그런 문재인 정권을 바라보면서 보수우파도 국익(國益)을 고려했다는 외교부의 유치한 변명을 관망하고 넘겼다.

그러나 필자는 ‘시진핑의 6·25전쟁 관련 왜곡 연설에 공식 항의하라’는 제목의 칼럼(2020년 10월 26일)을 발표해 한국인의 불편한 결기(決起)를 보여 줬다. 반면 문재인 정권은 우방 일본에 대해서는 죽창가(竹槍歌)를 부르며 항일투쟁(抗日鬪爭)을 선동하더니 2019년 8월 2일 일본과 무역전쟁을 시작으로 국익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무모한 정책으로 2020년 4월 15일 총선용 정략정책으로 국가에 불이익을 남겼다.

한국 외교는 반일 정서의 분풀이가 아니라 국익과 안보, 경제실리를 목표로 한다. 이런 외교적 행태가 자충수(自充手)를 둬서 중국의 모멸을 자초한 건 아닌지 성찰해 봐야 한다. 미국에 대해서도 동맹의 가치 위에 상호존중은 원칙으로 지켜야 한다. 외교는 국익과 안보 가치를 향해 일관성 있게 이끌어 가야 한다.

‘결자해지(結者解之)’는 매듭을 지은 자가 풀어야 한다는 뜻으로, 일을 저지른 사람이 그 일을 해결해야 한다는 말이다. 싱하이밍 망언 사건은 대한민국 역사상 탈중국(脫中國)의 마지막 기회라고 본다. 이번 일도 시시비비를 못 가린다면 대한민국은 영원히 중국의 속국으로 오욕의 역사를 벗어날 수 없다. 싱하이밍은 ‘공식 사과’하고, 중국 정부는 ‘외교상 기피인물(Persona Non Grata)’로 거론되는 싱 대사를 소환하는 일이 국제 외교 관례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대수장(大守將)의 예비역 장성들이 앞장서고 육사총구국동지회가 동참한 ‘싱하이밍 망언 항의’는 결자해지 그 순간까지 결코 멈춰서는 안 되며, 이제 대한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의 선린우호관계를 새롭게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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