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1천여 명이 있는 대규모 학교에선 학생들이 충분한 정서상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학습권을 침해 당하거나 학생 간 갈등이 발생할 위험도 높다는 우려다.

이러한 대규모 학교 취약점에 맞서 학생들이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 관용·배려와 같은 공존 가치를 이해해 스스로 실천하도록 특별한 노력을 기울인 학교가 있다.

예체능 교육과 가정 연계 인성 교육으로 몸과 마음이 건강한 아이들을 키우는 안산시 단원구 관산초등학교 교육현장을 들여다봤다.

미덕의 의미를 되새기며 따라 쓰는 2학년 학생들.
미덕의 의미를 되새기며 따라 쓰는 2학년 학생들.

# 미덕(美德) 프로젝트

1981년 개교한 관산초는 올해 기준 전교생 1천148명에 2·4학년은 학급마다 평균 학생 수가 27명에 이르는 대규모 학교다. 과밀학급 기준인 28명에 육박하는 숫자다. 이에 관산초는 대규모 학교로서 공동체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학생 인성 교육을 어떻게 풀어갈지 고민했다.

올해 3월 찾은 해법은 가정과 연계한 인성 교육 ‘미덕 프로젝트’다.

미덕 프로젝트는 배려·감사·협동·이해·사랑을 비롯해 28가지 인성 가치를 선정, 각 항목마다 특정한 형태와 색을 담은 로고를 제작해 이를 스티커로 프린트한 뒤 해당 항목에 들어가는 행동을 할 경우 소책자에 붙이는 활동이다.

스티커는 ‘미덕 보석’으로, 소책자는 ‘마음 통장’으로 이름 붙이고 가치를 실천하는 활동을 할 때마다 마음 통장에 미덕 보석을 하나씩 적립하는 개념이다.

학생들은 미덕 보석 스티커를 붙인 뒤 날짜와 활동 내용, 느낀 점을 한 문장 이상 쓰고 학부모는 자녀가 쓴 내용을 확인한 뒤 칭찬·격려와 함께 확인 서명을 한다. 그러면 교사는 주 1회 마음 통장을 확인·지도하고 ‘감화 스토리텔링’ 교육영상 시청을 지도하는가 하면 활동을 뒷받침한다. 

학부모 협조를 구해 학교뿐 아니라 가정으로까지 인성 교육을 연계하면서 일상에서 학생들의 마음에 공존 가치를 자리잡도록 한다.

이 프로젝트는 3월 학부모총회에서 학부모 대다수 호응을 얻어 4월 전교생 대상으로 첫선을 보였다.

한 학기가 끝날 때마다 학생들에게 학교 상징물을 담은 배지를 준다고 해 학생들 호응도 끌어냈다. 배지는 1학기에 은배지, 2학기에 금배지로 각자 다른 소재로 제작하는데, 활동 참여도에 따라 학생마다 받는 배지 종류도 다르다.

한 학기 동안 모은 미덕 보석이 30개 이상이면 교화인 장미, 50개 이상이면 교목인 주목, 70개 이상이면 관산초 교기 모양을 새긴 배지를 주는 방식이다. 배지 종류를 다양하게 해 수집 욕구를 불러일으키며 저학년뿐만 아니라 고학년까지 적극 참여하도록 만들었다.

임용덕 인성부장교사는 "처음엔 ‘귀찮다’거나 ‘꼭 해야 하냐’며 볼멘소리를 내던 학생들도 지금은 날마다 습관이 되니 뿌듯하고 좋다는 반응이 많다"며 "한 번에 한 쪽 이상 긴 분량을 써야 하는 일기 대신 날마다 한 줄씩만 쓰면 되니 대체로 쉽고 꾸준히 하기에 성취감과 자존감을 키우는 데도 효과가 있다"고 했다.

경기 중인 관산초등학교 야구부.
경기 중인 관산초등학교 야구부.

# 야구부, 스포츠클럽 육성

관산초는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배움이 즐거운 어린이’를 목표 학생상으로 삼아 학생들의 체육활동을 다방면으로 적극 지원한다.

개교 바로 다음 해인 1982년 창단한 야구부는 유달리 역사가 길다. 2004년 제33회 소년체육대회 첫 우승을 시작으로 2009년에는 창단 25년 만에 첫 전국대회 우승이라는 성과를 내는가 하면 지금까지 30여 개 크고 작은 대회에서 입상해 저력을 뽐냈다.

관산초 야구부는 체급이나 역량 차이에 따라 선수반·기초반으로 나누는데, 선수반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날마다 3시간씩 훈련하고 기초반 학생들은 원하는 요일을 선택해 주 2일 하루 2시간가량 훈련에 참여하는 형태다.

선수반 학생들은 입단 테스트를 거쳐 대한야구협회에 정식 선수 등록을 마친 뒤 활동 가능하다. 연습은 학교 안에 설치한 실내 연습장에서 주로 한다. 근력운동을 위한 기구들이 있고 실내라 장마철에도 지장이 없다. 냉난방 시설도 뛰어나 겨울이나 여름에도 쾌적한 훈련 환경을 유지한다.

야구부 담당교사 유성범 코치는 송구·타격·기초체력 세 부분에 집중한다. 야구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는 라이브 피칭(수비수와 타자를 세워 놓고 실제 경기와 비슷하게 하는 투구 훈련)을 비롯한 실전 대비 연습으로 학생들의 기본기를 다진다. 3이닝까지 던져 실제 시합처럼 투구 패턴을 기록하고, 이닝이 끝나면 학생마다 각자 다른 피드백을 준다. 학생 경기 성향에 맞춰 보완해야 할 점을 세세하게 짚어 줘 학생과 학부모 만족도도 높다.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은 아이들이 즐겁게 경기하도록 지도하는 일"이라며 "성장기 학생들이 다치지 않도록 훈련 강도를 조절하고, 이기는 데 집착하기보다는 정정당당하게 규칙을 지키며 재미있게 운동하는 법을 알려 줘 올바르고 건강한 선수로 키우려고 한다"고 했다.

두 자녀를 야구부에 보낸 한 학부모는 "유소년 야구를 가르치는 일부 사설 학원은 지도자가 습관처럼 욕설을 뱉거나 아이들을 막 대하기도 해 걱정이었는데 교내 야구부 지도자는 믿을 만해서 안심"이라며 "학교 안에 실내 연습장이 있어 안전하고, 비용도 사설 학원에 견줘 2분의 1 수준이어서 좋다"고 했다.

KIA 타이거즈 김호령, 롯데 자이언츠 황성빈을 비롯한 여러 선수들이 관산초 출신이다. 

관산초는 학교 스포츠 클럽을 운영해 일상 속에서 기초체력을 다진다. 학생들은 줄넘기·피구·축구·발야구를 비롯해 종목별 스포츠클럽을 구성해 주 5회, 회마다 60분 동안 활동한다.

또 학교 자체 행사로 해마다 1회 ‘스포츠 클럽 축제’를 열어 평소 연습하던 스포츠 클럽 활동을 반별 대항전으로 겨루게 한다. 체력뿐 아니라 협동심과 규칙을 준수하는 스포츠 정신을 함께 길러 주려는 취지다. 

4학년 지도교사는 "스포츠 클럽 활동이 단순히 체력을 증진하는 차원을 넘어 학생들 사이에 소통과 협력을 도와 학교폭력을 미리 막는 효과도 있다"고 했다.

줄넘기 클럽에서 활동 중인 남학생은 "하다 보니 즐겁고 더 잘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 정규 활동시간뿐 아니라 쉬는 시간에도 친구들과 나가 줄넘기 연습을 한다"고 했다.

관산초 2학년 학생의 마음 통장.
관산초 2학년 학생의 마음 통장.

# 전통문화 친화학교

관산초는 2007년부터 16년간 사물놀이 동아리 ‘산’을 운영했다. 처음 동아리를 창단한 주축은 국악에 열정을 가진 일부 교사들이었다. 이들은 한국문화예술진흥원과 경기국악협회 지원을 받아 사물놀이 동아리를 창단하고 사물놀이 특성화 학교로 첫발을 디뎠다.

창단 이후 ‘산’은 해마다 꾸준한 활동으로 지금까지 50여 개 대회에서 입상했는데 2014년 전국학생풍물경연대회에서 2위인 은상을, 2019년 안산시 대표로 출전한 경기도청소년종합예술제에서 최우수상을 거머쥐며 뛰어난 역량을 자랑했다.

이달에는 7명이 참가한 2023년 안산시 청소년종합예술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해 8월 25일 여는 경기도 청소년종합예술제 사물놀이 초등부 경연에 시 대표로 출전한다.

또 ‘산’은 경기도 교사들로 구성한 우리가락연구회와 교류해 해마다 ‘학생·교사·학부모·지역사회가 함께하는 국악발표회’를 열고 지역 각종 행사에 축하공연을 다니는가 하면, 재능기부 형태로 공연 봉사활동을 하면서 예부터 내려오는 특색 있는 사물놀이만의 흥을 지역사회에 알렸다.

더불어 관산초는 2017년부터 해마다 우리나라 전통놀이를 체험하는 행사 ‘민속놀이 한마당’을 연다. 투호놀이·제기차기·굴렁쇠 굴리기·팔씨름·술래잡기·딱지치기·비석치기·신발 멀리 날리기 체험 부스를 마련하고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와 교사도 참여하기에 지역주민들이 함께 어울리는 축제로서 제 구실을 다한다.

행사에 참여했던 한 학부모는 "어린 시절 흔히 하던 민속놀이를 아이와 함께하니 추억도 소환하고 감회가 새로웠다"며 "아이가 요즘 스마트폰 게임에 빠져 걱정인데, 이렇게 몸으로 놀고 전통도 배우는 시간이 있어 좋다"고 했다.

윤소예 인턴기자 yoon@kihoilbo.co.kr

사진 = <관산초 제공>

※‘학생이 행복한 경기교육’은 경기도교육청과 기호일보가 함께 만들어 가는 교육섹션입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