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호 부천지원민사가사조정위원
조수호 부천지원민사가사조정위원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물은 암수의 결합으로 종족을 유지하고 보존해 왔고, 자연의 일부인 인간도 남녀 간 본능적인 결합으로 종족을 보존한다.

사회·문화가 발달함에 따라 결혼은 종족 보존의 단순한 목적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게 되고, 결혼은 이제 혈통계승 이상으로 남녀 간 사랑을 매개로 완전하고도 이상적인 행복을 추구하게 됐다.

그러나 결혼은 무작정 사랑과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무한한 책임과 자유의 제한을 동반한 고통이 따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인내와 양보가 필요하다. 소크라테스는 "결혼하라. 양처라면 그것으로 족할 것이고, 악처라면 그대는 철학자가 될 것이다"라고 했다.

본능적 결합인 결혼은 인간의 가장 오래된 제도로 절대 소멸하지 않겠지만, 인간은 결혼 이상을 지키기 위한 책임과 고통을 참지 못하고 혼인관계를 해소하고, 오늘날 남녀평등과 개인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는 이혼이 빈번한 일상이 됐다. 인간이 법과 도덕, 종교의 이념으로 결혼과 혼인생활을 규율하지만, 혼인 해소와 부수적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려면 이혼에 관해서도 함께 규율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민법은 혼인관계에 법률혼주의를 채택하면서 혼인의 실질적 요건으로 당사자 간 혼인의사의 합치와 형식적 요건으로 혼인신고를 요하는데, 이혼은 적법 타당하게 성립한 법률혼을 사후적으로 해소하는 절차다.

혼인 의사 없이 혼인신고한 무효의 혼인이나 혼인신고 없는 사실혼에 대해서는 이혼이라는 개념이 적용될 수 없다. 

적법하게 성립한 혼인관계를 부부간 불화나 불신, 인생관 차이로 해체하는 이혼에는 협의이혼과 재판상이혼이 있고, 어느 경우든 법원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혼으로 인해 혼인관계로 발생한 친족관계, 동거 부양 협조 정조의 의무가 소멸하고 미성년자에 대한 친권행사자 지정, 양육비 부담, 위자료와 재산 분할 청구 등 복잡한 법률 문제가 얽혔기 때문이다.

이 중 재산 분할은 이혼의 귀책사유와 상관없이 부부가 혼인생활 동안 형성한 재산을 모두 합산해 공평하게 나눠 갖는 것이고, 출산하지 않은 결혼이나 황혼이혼이 빈번한 오늘날에는 나눠 받은 재산으로 나머지 인생을 살아가야 하므로 재산 분할은 이혼의 법률 효과로 가장 중요한 문제다.

재산분할청구권은 협의이혼이나 재판상이혼을 불문하고 일방이 상대방에게 혼인 중 취득한 재산의 분할을 청구하는 권리로서 원칙적으로는 부부 공유 재산을 대상으로 한다.

자유와 평등이 보편화하기 이전 시대에는 여자를 하나의 소유물로 보고 여자의 노동력으로 생산한 생산품도 모두 남성 소유로 간주했으나 이제 혼인으로 남녀가 결합해 형성한 재산은 가사노동이든 수익활동을 위한 노동이든 그 대가를 인정받는다.

부부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특유재산이라 하는데, 특유재산과 이로부터 생긴 증가재산, 혼인 중 일방이 상속이나 증여받은 재산은 대상이 아니다. 다만, 이러한 재산이라도 다른 일방이 특유재산 유지에 협력해 감소의 방지나 증식한 경우는 분할의 대상이 된다. 등기된 부동산, 차량은 물론 예금·펀드·주식 등 금융자산, 퇴직금이나 연금도 재산분할청구권 대상이다.

혼인관계로 맺어진 인적·물적 결합을 청산하고 모든 재산을 챙겨서 재산 분할도 잘 마치면 결과는 어떻게 되겠는가?

이혼의 과정이나 결과는 엄청난 고통이 따르고, 아무리 재산 분할을 잘하더라도 평소 재산은 반분돼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혼 전에는 눈을 크게 뜨고, 후에는 반쯤 감아라"라는 어느 철학자의 말을 되새겨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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