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 음악대회에서 ‘성적 조작’ 의혹이 불거졌다. 심사위원 날인 없이 참가 학생 성적을 수정한데다 점수나 수상자를 공개하지 않아서다.

날인은 없지만 심사위원이 직접 수정했고, 상장을 발급하는 기관마다 해당 기관장상을 ‘대상’으로 해 달라고 요청해 순위를 매기지 않고 점수대별로 상장을 배분했다고 주최 쪽은 해명했다.

3일 기호일보 취재 결과, 지난달 17일 부천교육지원청에서 ‘제26회 부천시 학생 음악경진대회’를 열었다.

대회는 부천시학원연합회 음악분과가 주최했고, 관내 관인학원(국가기관 인정 학원) 재원생이 참가 대상이다. 모두 68명이 참가해 1분 안팎의 자유곡 1곡씩을 연주했다. 심사는 음악교수 2명이 맡았다.

하지만 모든 참가자가 연주한 뒤 점수와 순위를 공개하지 않았다. 대개 음악 콩쿠르는 대회가 끝난 뒤 현장에서 점수와 순위를 공개한다고 참가자들은 입을 모았다.

주최 쪽은 "음악대회에서 당일 심사 결과를 공개할 의무는 없다. 지난해에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했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점수와 순위 공개를 주최 쪽에 요구했고, 결국 ‘성적 조작’ 의혹이 터졌다.

주최 쪽에 확인한 개인 점수표 점수가 심사위원 날인 없이 바뀌었다. 원래 점수를 덧칠한 형태로 최대 10점 차가 났다. 한 참가자는 98점에서 88점으로, 또 다른 참가자는 91.5점에서 87.5점으로 떨어졌다.

한 관계자는 "점수를 수정하면 덧칠 형태가 아니라 원래 점수에 두 줄을 긋고 심사위원 날인이나 도장을 찍는다"며 "한 번에 10점씩 바뀌는 경우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주최 쪽은 "심사위원 2명이 많은 참가자를 채점하다 보니 수정한 뒤 날인을 못한 부분이 있다. 심사위원에게 직접 수정했다는 내용증명도 받았다"고 해명했다.

수상자도 개별 통보했을 뿐 전체 공개를 하지 않았다. 주최 쪽은 "일부 상장 발급 기관에서 ‘대상’을 달라고 요청해 순위를 매기지 않고 점수에 따라 상장을 나눠 줬다"고 설명했다.

지급했다는 상은 부천교육장상 7개, 부천시장상 3개, 부천시의회의장상 8개, 국회의원상 8개, 예총회장상 8개, 학원연합회장 상 17개, 한국연합협의회장상 17개를 합쳐 모두 68개다. 모든 참가자가 수상자인 꼴이다.

다만, 부천시와 부천시의회, 예총 쪽은 "대회 주최 쪽에서 상장과 관련해 공문이나 어떠한 연락도 아직까지 없다"고 했다.

주최 쪽 관계자는 "통상 대회가 끝난 뒤 수상자를 결정하면 상장을 요청하는데, 성적 관련 민원이 많아 늦어졌다"고 했다.

학원연합회 관계자는 "순위 책정을 못하는 콩쿠르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며 "그 순위를 위해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간 연습한 학생 생각은 안 하고 시장이나 교육장이 언짢을까를 먼저 생각하는 태도는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정받으려고 노력하는 아이들이 시장·교육장 눈치나 보는 대회에 참가하는 의미가 있을지 되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강우 기자 kk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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