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은 19개 정부부처 12명 차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대통령실에서 차관으로 이동한 인사가 5명이나 된다.

이번 인사를 통해 대통령은 무엇을 노리는 것인가. 

부처의 장인 장관을 움직이는 일이 쉽지 않으니 바로 아래 실무진인 차관 인사를 단행하며 이들과 함께 오찬회동으로 대통령이 강조한 점이 있다. 기득권을 누리는 카르텔을 주시하라는 주문이었다. 민주사회를 내부에서 무너뜨리는 것이 내부 부패한 카르텔이며, 이를 외면하거나 손잡는 공직자는 가차 없는 처벌을 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실무진 최전선인 차관들을 통해 집권 2년 차 대통령의 지배권을 돈독히 하고자 친정 체제를 펼쳐낸 것이다.

대통령 참모들이 실세 차관으로 배치돼 앞선 인사에 더해 7개 부처에 자리하게 됐다. 마치 대통령이 부처를 직접 지휘하려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부처 장관은 어떻게 입지를 펼쳐야 하나. 해당 부처의 장으로 그림처럼 앉았기만 할 것인가. 아무래도 대통령실에서 내려온 차관인지라 부처마다 여간 민감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부처 장관의 명에 따라 일을 처리해야 할 터인데, 차관과 장관의 이해관계가 다르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하 직원들은 윗자리의 눈치를 보느라 일을 제대로 펼치는 것조차 어려울 테다. 특히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을 평가하는 일이라고 하며, 업무 능력 평가를 정확히 하라고 했으니 저마다 평가를 받는 처지에서 이들을 대하는 게 껄끄럽고, 혹여 눈 밖에 날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나라도 기업도 운영을 하려면 사람을 잘 기용해야 한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적소에 적합한 사람을 배치해 목표로 하는 일을 이뤄 내는 것이다. 권력을 등에 업고 사리를 쫓는 이를 배제하고, 나라 걱정에 자신을 잊고 직분과 능력을 발휘하는 인재를 발탁하는 일은 만사의 근간이 된다.

그런데 이러한 근원을 펼치는 일에 혈연·지연·학연을 연결해 선심성 인사가 펼쳐지면 원칙이 무너지고 낙하산 인사니 보은인사라는 가십거리의 말들을 피할 수 없다. 더구나 이러한 인사로 기대되는 결과가 뻔히 보일 때 많은 사람의 실망은 덤으로 따라온다.

앞선 정부의 실책을 극복하고자 원칙을 벗어나는 낙하산 인사를 펼친다면 시작부터 실책을 자행하는 일이다.

인사에 있어 측근을 배치하는 일은 자기 세력의 확고한 지배권을 강화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역으로 이제부터 코드정치를 펼치겠다는 신호다. 원칙을 뒤로하고 등용된 인사, 차관들은 대통령을 등에 업고 있으니 이들의 실세를 누가 넘어서겠는가.

대통령에게 전달돼야 할 일들이 여러 단계에 걸쳐 자연적으로 필터링돼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는 체계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들에게 인사평가를 받게 되는 이하 많은 공무원들은 제 목소리를 잃게 된다.

모든 업무 처리가 차관을 거쳐 장관으로 올라가 결재를 득해야 하는데, 누가 이 양 라인을 벗어난 직언을 할 수 있을까. 부처의 장인 장관이 아니라 업무처리 실세인 차관들이 낙하산이니 이하 실무진들의 입지가 진퇴양난이다.

무엇보다 평가를 득하기 쉬운 업무부터 진척이 이뤄질 테고, 관행이나 전례가 되는 일들이 생겨날 것이다. 이에 전 정권의 폐해를 극복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폐해를 쌓아가는 일이 펼쳐진다. 

국민에게 정부의 효율을 보여 주는 일은 쇄신(刷新)이라 말하고 행동은 반대로 간다.

대통령제에서는 대립과 갈등을 피할 수 없다. 다른 나라보다 보수와 진보의 대립이 견고하기에 때에 따라 견제의 선을 넘어 상대 존재를 거부하는 극단에 이르는 대립이 펼쳐지기도 한다. 대통령은 이러한 이해를 고려해 지배력을 펼쳐내야 한다.

카르텔의 주시를 위해 새로운 카르텔을 만든다면 후자의 카르텔은 정의롭겠는가.

지배권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다는 달콤한 말로 당위를 말하지만, 이 또한 자신의 이익 극대화라는 실제를 깨뜨릴 수는 없다.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이권을 달리하는 카르텔을 투입하는 행위다. 정당한 절차로 획득되는 것이 아니기에 부패나 비리는 아니라고 하지만 인맥이나 보은도 기득권을 누리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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