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겪은 뒤 학교에서 일상 회복은 여전한 과제다. 공동체 구성원과 어울리면서 배울 만한 공존과 배려의 가치 또한 퇴색해 걱정스럽다. 교육과정을 정상으로 돌리기 위해서라도 인성교육에 대한 고민은 점점 깊어진다.

인성교육과 기초학력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기도 교육정책에 발맞춰 실효성 있는 인성교육으로 학생들의 일상 회복을 돕는 학교가 있다. 디지털 교육 매체인 ‘인성티브이(TV)’를 활용해 협동·공감·배려와 같은 공동체 가치를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가르치는 부천 중흥초등학교가 그 주인공이다. 

다양한 학생 주도 활동으로 미래 역량을 키우는 중흥초 교육현장을 들여다봤다.

중흥초 학생들이 인성티브이로 ‘급식 잔반 줄이기’ 캠페인 영상을 시청했다.
중흥초 학생들이 인성티브이로 ‘급식 잔반 줄이기’ 캠페인 영상을 시청했다.

# ‘인성티브이’로 날마다 생활지도

이인희 교장은 "인성교육 핵심은 생활 속에 스며드는 일상성"이라고 했다.

초등학교는 처음 공동체 생활을 시작하고 사회규범을 배우는 공간으로, 인성교육 첫 단추를 꿰는 환경이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기기를 처음 사용하는 나이대도 어려지고 사용량은 차츰 늘어간다.

중흥초는 이 같은 시대 흐름을 거부하지 못한다면 외려 교육 목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일념으로 ‘인성티브이’를 처음 추진했다. 학생들이 날마다 보는 영상 형태로 재미있게 올바른 가치관을 배우도록 했다.

모든 교실 TV에 별도 셋톱박스를 설치하고 공공기관발 학교폭력 예방 교육이나 디지털 시민 교육, 인성 관련 애니메이션, 계기 교육 자료 같은 다양한 주제의 인성교육 영상을 날마다 송출한다.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는 언제든 TV를 켜면 영상을 재생한다. 교사는 수업 시작 전에 TV를 끄고 학생들과 간단한 시청 소감을 나누고 교육 내용에 대한 보충 설명을 곁들인다. 예절·효도·정직·책임·존중·배려 같은 다양한 인성 덕목을 설명하고 생활 속에서 어떻게 실천할지 지도한다.

학생들은 "영상에 나온 대로 실천하니 친구들과 다툼이 줄어들어 좋다"며 "재미있는데 교훈도 있어 계속 보게 된다"고 했다.

한 교사는 "생활지도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필요할 땐 교과 내용과 연계해 수업 참여를 유도하기에 효과가 높다"고 말했다.

메타버스에 접속해 디지털 시민교육을 받는 모습.
메타버스에 접속해 디지털 시민교육을 받는 모습.

‘인성티브이’는 영상만 송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방면으로 교육 현장에 활용한다.

바르고 건강한 언어문화를 조성하려고 지정한 언어문화 개선 교육 주간에는 ‘인성티브이’로 QR코드를 공유해 ‘칭찬하는 중흥 교육공동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학년별·학급별로 이뤄지는 다모임 활동에서는 학생자치회와 협의해 다달이 1회 함께 정하는 협약 주제와 실천 수칙을 재생하는 형태다.

월말마다 있는 학급 다모임 시간에는 실천 수칙을 잘 지켰는지 성취도를 QR코드로 투표해 다음 날 아침 방송 조회 시간에 결과를 공유한다.

이처럼 ‘인성티브이’는 단순한 일방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학생들의 자율성을 길러주는 토론 도구로 사용해 학생들의 소통 역량과 민주의식을 증진한다.

# 디지털 시대 학생자치활동

중흥초 학생자치회는 ‘인성티브이’를 이용해 다양한 학생 자치 활동을 전개한다. 학생 주도 인성 프로젝트인 ‘배움 교육 퀴즈대회’가 그 보기다.

학생자치회 학생들은 학교폭력 예방교육, 교우관계 대화법, 양성평등 교육과 같은 주제를 선정해 직접 영상을 제작한다. 대본을 작성하고 연출과 촬영을 거쳐 편집까지 마친다.

그렇게 제작한 영상을 ‘인성티브이’로 송출해 시청각 교육을 진행한 뒤 주제 관련 퀴즈를 낸다. 퀴즈 정답을 맞힌 학생에겐 상품을 준다.

‘동물 가왕 경연대회’에 참가한 학생이 노래 실력을 뽐냈다.
‘동물 가왕 경연대회’에 참가한 학생이 노래 실력을 뽐냈다.

학생자치회 학생들은 직접 주제를 선정하고 내용을 효과 있게 전달할 방법을 고안해 영상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창의성과 자율성을 발휘한다.

다른 학생들도 학우가 직접 출연하는 영상을 흥미롭게 시청할 뿐 아니라 상품을 받으려고 퀴즈에도 적극 참여한다.

6월엔 ‘동물 가왕 경연대회’를 열었다. 동물 가면을 쓰고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송출해 가장 노래 실력이 뛰어난 학생을 QR코드 투표로 선발하는 형태였다.

MBC ‘복면가왕’이라는 가창 경연 프로그램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한 한 학생이 제안해 시작했는데, 참가를 원하는 학생들에게 신청을 받아 교내 방송실에서 가창 영상을 촬영하도록 했다.

학생자치회 학생들은 이 같은 새로운 형태의 학생 주도 활동을 꾸려 가며 협업과 소통 능력을 키우고,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은 자신 있게 끼를 뽐냈다.

학생들의 가창 영상 촬영을 도운 한 교사는 "학생들이 주도해 즐거운 학교문화를 만들도록 아이들이 아이디어를 내면 실현하는 데 도움을 아끼지 않는다"고 했다.

점심시간에 버리는 급식 잔반을 보고 경각심을 느낀 한 학생자치회 학생 제안으로 시작한 ‘급식 잔반 줄이기’ 캠페인 또한 6월 마지막 주부터 7월 첫째 주까지 2주간 진행했다.

학생자치회 학생들은 잔반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는 교육 영상을 직접 제작해 ‘인성티브이’로 송출했다. 또 급식실과 협의해 일별 잔반 양을 나타낸 그래프를 게시하고 캠페인 주간에 날마다 잔반 양을 줄이도록 동기를 부여했다.

한 사람 앞에 1개씩 스탬프 카드를 제공해 깨끗이 다 비운 식판을 보여 주면 도장을 찍어 줬다. 스탬프는 10칸으로 제작해 캠페인 기간에 모든 칸을 채울 경우 상품을 줬다.

한 학생은 "캠페인 마지막 날 (그래프 상) 줄어든 잔반 양을 보고 혼자가 아닌 함께 힘을 합치면 변화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스탬프를 다 채워 뿌듯하고, 앞으로도 음식을 남기지 않겠다"고 말했다.

중흥초만의 특별한 게릴라 행사 ‘중흥 클리닝데이’도 학생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중흥 클리닝데이’는 학생자치회 학생들이 직접 녹음한 노래 ‘중흥랜드 청소 송’을 틀면 노래 시작과 동시에 복도로 나와 청소를 하는 행사다.

학생자치회는 행사에 앞서 직접 제작한 ‘중흥랜드 청소 송’과 홍보 영상을 ‘인성티브이’로 송출해 행사를 알렸다. 학생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며 흥미와 관심을 보였다. 단순한 대청소를 음악과 함께하는 놀이로 바꾼 학생자치회 아이디어가 돋보인 행사였다.

학급 다모임 시간에 QR코드에 접속해 인성 실천 수칙 성취도를 평가했다.
학급 다모임 시간에 QR코드에 접속해 인성 실천 수칙 성취도를 평가했다.

# 인공지능 미래교육

중흥초는 AI와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인성교육을 선도한다.

전교생에게 1인 1태블릿 제공 체계를 구축했고 ‘올바른 댓글 달기’, ‘바람직한 유튜브 시청법’, ‘디지털 시민성 관련 토의·토론’, ‘저작권 바로 알기’와 같은 일상 주제 수업을 교육과정에 편성해 체험·토론 위주 디지털 시민교육을 한다. 학급별로 온라인 코딩 파티와 융합 교육도 진행한다.

또 스스로 활동하는 학생 주도 동아리로 AI 동아리와 독서토론 동아리를 개설해 학년이나 학급 구분 없이 같은 관심사를 가진 학생들이 모여 주제별 탐구를 진행하도록 했다.

더구나 AI 동아리는 교내에 있는 인공지능융합실 ‘AI스페이스’에서 크롬북과 노트북, 모둠별 TV, 스마트 칠판, 3D홀로그램 팬 같은 최첨단 기자재를 이용해 폭넓은 활동을 한다.

‘AI스페이스’는 당초 컴퓨터실을 리모델링한 공간으로 지난달 20일 개관했다. 이곳에는 학생들이 코딩·AI를 작업할 만한 컴퓨팅 도구뿐 아니라 크로마키 배경 천을 마련한 영상 촬영 공간도 있어 다양한 수업과 활동을 진행하는 융합 공간으로 활용한다.

학생뿐 아니라 교사도 미래교육을 위한 역량 향상에 열중이다. 교사들은 에듀테크 기반 수업과 AI동아리 활동을 효율 높게 지도하려고 스마트 칠판 활용법과 미러링·관리 프로그램 연수를 마쳤다. 교사들끼리 동아리 형태 에듀테크 학습공동체를 구성해 ‘인공지능으로 인한 교육 변화’, ‘디지털 드로잉’, ‘스마트 기기 활용법’, ‘생성형 인공지능 활용법’과 같은 주제로 스터디를 진행 중이다.

중흥초는 관내 교원들의 미래교육 연수를 위한 거점 교육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지난달 28일에는 수업 나눔 워크숍을 열어 관내 교원 30여 명을 대상으로 ‘생성형 인공지능 활용 수업’, ‘AI코스웨어 수업’, ‘디지털 시민성 수업’을 비롯해 중흥초에서 진행 중인 다양한 에듀테크 기반 수업을 시연·공유했다.

디지털 시민성 수업에는 3차원 가상세계인 메타버스 기술을 이용했다. 3월 시작한 메타버스 수업은 학생들이 디지털 시민성을 강화하고 소통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도록 메타버스 공간 속에서 협력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형태로 구성했다.

한 학생은 "디지털 시민성에 대해 알게 됐고, 다른 학생들과 메타버스에서 만나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일도 정말 재미있었다"고 했다.

이인희 교장은 "코로나19 팬데믹과 4차 산업혁명을 겪으면서 교육 현장 모습이 달라졌다"며 "아이들이 미래사회 시민으로 잘 자라도록 앞으로도 새로운 기술을 배울 기회를 풍부하게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윤소예 인턴기자 yoon@kihoilbo.co.kr

사진=<중흥초 제공>

※‘학생이 행복한 경기교육’은 경기도교육청과 기호일보가 함께 만들어 가는 교육섹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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