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피는 사람은 죄인이 된 듯한 세상이 됐다. 길에서 담배를 물면 지나가는 사람들 눈치를 보게 돼 인적이 드문 으슥한 곳을 찾게 된다.

아파트에서는 하루 1~2차례 ‘이웃에 피해를 주는 실내 흡연 금지’라며 자기 집 안에서 피우는 담배도 과태료 부과 대상이라는 안내 방송이 나온다.

흡연자들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진다. 그 옛날 아버지 담배 피던 시절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단칸방에 살던 시절. 아버지는 어린 자녀들이 넷이나 있는데도 잠자리에 들기 전 담배를 한 대 피운 뒤 하루를 마감하고, 기침을 한 뒤에도 바로 ‘아침 담배’로 하루를 열었다.

가끔 가게 문을 닫은 시간에 담배가 다 떨어져 안절부절못하는 아버지를 위해 재떨이에 남은 꽁초 속 담배를 모아서 종이에 말아 숨겨 뒀다가 건네기도 했다.

대입 시험을 치른 뒤 이제는 거의 어른이 됐으니 해 보고 싶은 일 다 하자며 친구와 함께 버스에서 담배를 피웠다. 남녀노소가 꽉 들어찬 차 안에서 둘은 담배를 물고 연신 연기를 내뿜었지만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다. 30년 전에는 흔한 풍경이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도 실내 흡연은 아무렇지 않았다. 더구나 글을 쓰는 기자들의 ‘글빨’에는 담배가 거의 필수였다. 기사가 부드럽게 써지지 않을 때면 담배를 입에 문다. 모니터에 차츰 완성하는 글과 함께 길게 늘어진 담뱃재가 키보드에 떨어지면 후후 입바람을 불어 떨어낸다.

당시에도 담배를 피지 않는 기자들과 여직원들은 나가서 피우라는 핀잔을 주기도 했지만 어쩌지는 못했다. 심지어 사무공간 곳곳 재떨이가 놓였다.

앞서 열거한 20~30년 전 사례는 요즘 시각으로 바라보면 뉴스감이다. 이런 ‘흡연 천국’ 환경이다 보니 하루 담배 2~3갑을 피는 직장인이 많았다.

지금보다 타르나 니코틴이 몇 배 더 많이 들어간 독한 담배를 마구 피워 대다 병에 걸린 선배를 여럿 봤다. 주변에 금연하는 사람들을 보면 몸에 이상 있어 끊었다는 경우가 대다수다. 즉, 아파야 담배를 끊는다. 아직은 아프지 않지만 중독된 탓에 금연이 쉽지 않다.

냄새 난다며 아내와 자녀에게 제발 끊으라는 잔소리를 들은 지 20년은 되지만 금연 결심이 여러 번 무너졌다. "나도 아파야 금연 결심을 할 텐가?" 하는 두려움도 있지만 30년 넘게 받아들인 니코틴 유혹을 떨쳐내기 힘들다.

담배 피우는 환경이 차츰 열악해진다. 그만큼 하루에 무는 담배 숫자도 조금씩 줄어든다. 아프기 전에, 더 늦기 전에 담배 유혹을 떨쳐내고 싶다. 연말까지는 금연에 성공해 몇 년 뒤 흡연은 옛 추억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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