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락기 전 한국시조문학진흥회 이사장
김락기 전 한국시조문학진흥회 이사장

요즘 한국의 각종 무기 수출이 화제다. 동유럽 폴란드에 수출한 K-9 자주포, K-2 전차, 천무(다연장로켓), KA-50 경공격기가 두드러지게 눈에 띈다. 특히 4.5세대 KF-21 보라매 초음속 전투기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적지 않다. 2022년 7월~2023년 6월 동안 제1호부터 제6호 시제기까지 제작해 성공적인 시험비행을 마쳐 주목된다.

이러한 각종 무기 생산 분야를 우리나라 방위산업이라 할진대, 줄여 ‘K-방산’이라 부른다. 이에 대한 인기는 관련 유튜브 개설 수치가 늘어나는 점만 봐도 안다. 이 분야 문외한인 내가 이를 톺아보는 까닭이 있다. 한마디로 격세지감이다.

나는 1970년대 후반기 포병으로 전방 일선에서 34개월간 복무했다. 당시 내가 훈련받고 운용하던 155㎜ 곡사포는 육이오동란 때 사용하다가 넘어온 미군 공여 제품으로 안다.

20대 초반 청춘시절, 눈 덮인 혹한의 야전 진지에서 포 사격 전개 훈련을 하면서 주어진 3분의 목표시한 중 1분 만에 "준비 끝!"을 외쳤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 아무리 잘 훈련된 군인이라도 무기가 우수하지 않으면 안 됨을 절감했다. 워낙 낡은 대포인지라 실제 사격 시 일부 포탄은 목표물을 벗어나곤 했다. 가끔 미군들이 신형 대포를 달고 이동하면서 유유히 훈련하던 모습을 볼 때마다 부러움은 아쉬운 앙금처럼 남았었다. 또한 전역할 때 미군복을 사와 검정 염색을 해 입던 경우가 있었는데, 나도 그랬다. 그때까지도 그만큼 우리의 모든 것은 열악한 상태였다.

앙금을 해소할 희소식은 제대 말년에 다가왔다. 직접 군수공장에 가서 국산 대포를 수령해 올 때 18문의 행렬도 장대했지만, 실제 사격 시 명중률에 적이 환호한 바 있다. 그 뒤 성능검사 때 장단점을 진술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엄청나게 개량됐음에 틀림없으리라. 이로부터 40여 년이 지난 현재, 육해공군 전 분야에 걸쳐 우수한 국산 무기로 자주국방은 물론 전 세계에 수출까지 하게 됐으니 이야말로 창상지변(滄桑之變)이 아닌가. 유럽(폴란드·핀란드·에스토니아·튀르키예), 중동(UAE·사우디·이라크), 아시아(인도·필리핀·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호주, 중남미(콜롬비아·페루), 아프리카(이집트·세네갈), 미국에 수출했으니 말이다.

2023년 3월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2022) 한국은 세계 무기 수출 9위, 무기 수출 증가율 세계 1위(74%)였다. 우리 정부는 2027년 세계 4대 방산 수출국 진입을 목표로 한다. 이렇듯 한국이 무기 수출 강국이 된 배경에는 지정학적 현상과 그에 상응한 방책이 있다. 남북한 대치 상황과 미·일·러·중 주변 4대 강국의 포위망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랄까. 자본주의(자유) 대 공산주의(통제)의 첨예한 이념적 양극화와 핵무기 위협이 도사라는 휴전 상태(잠정 평화) 속에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신무기의 부단한 개발이 그 사례였다. 더구나 우리나라 산악지형에 잘 맞는 첨단 방위용 무기였다.

마침 러·우 전쟁이 발발했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오랫동안 지속된 유럽지역 평화 상태는 무기 생산과 공급에 차질을 빚어 K-방산이 더 돋보이기도 했다. 

다음으로 한민족의 탁월한 두뇌를 들 수 있다. 어떤 이는 우리 민족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한다. 바야흐로 단군의 홍익이념을 타고난 천손민족의 저력이 활짝 꽃필 때가 다가오는지 모른다.

여태까지 한류(Hallyu)는 K-팝을 비롯한 K-드라마, K-푸드 같은 평화시대 대중문화 중심적이었다면 K-방산은 전시 대비 한류라 할 만하다. 이제 한국문화는 전시와 평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농수산물과 중화기기 등 어디로든 지구촌에 풍미할 테다. 경제적 도약과 문화적 융성에 이어 아무도 넘보지 못하는 군사적 방산대국을 꿈꿔 본다.

윤석열 대통령은 나토정상회담 참석 후 목하 폴란드를 3일간 공식 방문 중이다. K-방산에 큰 족적을 남기리라.

손자병법에 최고의 전쟁 승리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라고 했다. 유비무환, 튼실한 K-방산이 평화 유지의 핵심 중 핵심이다. 시조 올린다.

- 완전 한류 -

전투기 엔진마저
내친김에 국산화로
 
언론·정치 사법·선거
공정의 추 드리울 때
 
비로소
누리호에 실어
우주로도 펼쳐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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