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섭 인천시의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
신동섭 인천시의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

지난 6월 극단적 선택을 했던 20대 여성이 서울 인근 병원에 입원하지 못하고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가 결국 인천에 있는 한 병원에 입원했다. 이 부분만 보면 인천은 의료환경이 좋거나 혹은 응급실이 많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지난 3년간 인천에서 발생한 응급실 뺑뺑이 사례는 700건이 넘는다. 인천이라고 의료·응급실 환경이 더 나은 건 아니란 의미다.

응급환자를 거부한 이유는 다양하다. 병상 부족, 전문의 부재, 의료장비 고장 등 의사 혹은 병원이 환자를 거부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나열한 사연 중 병상 부족과 의료장비 고장은 한편으로 이해는 된다. 병원도 병상이 남아야 환자를 받고, 의료장비 없이는 의사도 정확한 진단을 내리지 못한다. 

반면 의사 부족 문제는 다른 사유와 달리 의료체계를 위협할 정도의 심각한 문제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이 대규모 감염병이 발병했을 때 의사가 충분치 않으면 많은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음을 모두가 경험했다.

현재 의대 정원은 3천 명 수준이다. 매년 3천 명씩 의료인이 증가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의료인력은 항상 부족하고, 응급실 뺑뺑이는 늘어나는 걸까? 그 이유는 필수의료 인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동안 의사면허가 있는 전문의는 총 1만1천691명(연간 2천922명)이 증가했다. 전문과목별로는 내과 2천665명, 가정의학과 987명, 정형외과 837명, 마취통증학과 807명 순으로 전문의 수가 늘었다.

반면 필수의료에 해당하는 외과는 389명, 신경외과 335명, 흉부외과 80명에 그쳤다. 226개 기초자치단체에 배분하는 경우 5년 동안 1명 또는 2명의 전문의가 증가한 수준에 불과하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에 29.1%의 전문의가 집중됐고 부산(7.5%), 대구(5.5%), 인천(4.7%) 순으로 전문의 수가 많다.

전문의 수가 많으면 상급병원과 1차 의료기관(의원 등)에 긍정 영향을 주겠으나, 단순히 전문의 수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전문의 1인당 인구(지역 인구/전문의 수)를 보면 서울이 297명으로 가장 낮고, 인천도 566명으로 10위에 해당한다. 지금은 모든 지역에서 적절한 시기에 원하는 진료를 받기 어렵다는 소리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려면 의료인력 충원은 꼭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어려움을 겪는 과목의 경우 단순 의대 정원을 상향하는 것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이미 2022년부터 진행된 필수의료인력 확충을 위한 공공임상교수제가 큰 성과를 내지 못했고, 현재도 다양한 단체들과 충돌로 인해 뚜렷한 방향이 제시되지 않았다.

그러나 아직 시행하지 않은 지역의사제, 지역 공공의대 등 다양한 제도가 준비 중인 상태다. 더 이상 늦추지 말고 이제는 시행해야 한다.

의료는 선택이 아닌 필수 분야이기에 중앙정부,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를 구분하지 말고 한뜻을 모아야 한다.

진료받기 위해 새벽 같이 병원을 찾는 일, 몸이 아픈 상황에서도 2시간씩 대기하는 일, 주변에 병원이 없어서 머나먼 지역을 찾아가는 일들이 하루빨리 사라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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