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에 매진하고 문서를 기록하는가 하면 열정을 갖고 학술 토론을 한다. 조선 제4대 임금인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완성한 학문 연구기관, 집현전 모습이다. 세종은 스스로 생각하고 탐구하는 자생력을 지닌 인재를 기르려고 집현전을 설치해 아낌없는 지원을 쏟았다.

이러한 세종 얼을 이어받아 ‘집현전 교육’을 추구하는 학교가 있다. 1941년 여주에 개교해 현재 전교생 26명 규모인 금당초등학교가 그 주인공이다.

정호동 금당초 교장은 "미래는 따라가지 말고 미리 예측하고 만들어 가야 한다"며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학교교육은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삶을 꾸려 나가도록 내실 있는 삶의 초석을 다지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했다.

‘왜?’라는 질문과 문제의식으로 세상의 본질을 탐구하고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며 성장하는 여주시 작은 학교 어린이 학자들을 만나 보자.

금당초 선후배가 함께하는 독서 프로그램.
금당초 선후배가 함께하는 독서 프로그램.

# 생생지락 세종교육

금당초는 생전 세종대왕이 추구한 생생지락(生生之樂) 정신을 추구한다. 이는 "즐겁게 일하며 산다"는 뜻으로 백성들 삶의 질과 행복지수를 걱정한 세종의 너른 애민정신이 담겼을 뿐만 아니라 발전을 게을리하지 않는 성실한 삶의 태도를 모범으로 제시한다.

금당초는 이 같은 생생지락 정신을 실현하려고 지성·창의성·인성 3개 덕목을 목표로 탐구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하는 일명 ‘집현전 교육’을 한다.

세종 얼을 계승하기 위한 방편으로는 월 1회 운영하는 전통의 날 행사가 있다. 전통교육 내용은 달마다 민속놀이, 전통음식 체험, 승마 체험, 국궁 체험, 윷놀이로 달라진다.

더구나 금당초는 2009년부터 전통마상무예 단체인 ‘24반무예’와 함께 말타기 수업을 진행 중인데, 말의 습성을 알아보고 기초  승마와 하마 방법, 승마 기본 동작, 안전수칙, 말과 친교 방법을 배운다. 말을 직접 탈 뿐만 아니라 무예 강사들의 말타기 묘기를 관람하기도 한다.

금당초는 나라사랑 교육에도 힘쓴다. 문화원과 연계해 명사를 초청하고, 나라사랑 강연을 하고, 우리말 가꾸기 교육과 나라사랑 발표회도 진행한다.

세종 이해교육으로 여주시내 문화재를 탐방하고 체험학습을 하는가 하면 세종대왕 관련 강사를 초청해 세종어록과 관련한 서사나 숨겨진 이야기를 배우는 시간도 마련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생생지락 세종교육 주요 테마는 독서와 생태교육 두 가지다.

강천섬으로 생태수업을 떠난 금당초 학생들.
강천섬으로 생태수업을 떠난 금당초 학생들.

# 수불석권 독서교육

금당초는 학교 자율과정으로 ‘수불석권 독서교육’을 한다.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는 뜻의 사자성어인 수불석권 자세로 학생들이 책을 가까이 하길 바라는 교육철학을 담았다. 이에 그림책 작가와 만남을 진행하고 학생들이 쓴 시와 글을 책으로 출간하기도 한다.

작가와 만남은 ‘그림책 천천히 깊이 읽고 나누기’라는 이름으로 진행한다. 중요한 부분은 단순 작가와 만남에 그치지 않고 공동 교육과제인 인성교육과 연계한다는 점이다. 초청 작가들의 그림책 속에서 윤리 가치를 담은 주제를 찾아내 토론 프로젝트로 이어가는가 하면 체계 있는 독서 프로그램 과정을 구축했다.

지난해 6월엔 유설화 작가를 초청해 「슈퍼 거북」을 비롯한 저서 7종을 읽고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해당 도서는 행사가 있기 7일 전 다모임시간과 국어 교과시간을 활용해 미리 읽고 생각할 시간을 가졌다.

다모임시간에는 전교생이 모여 선배가 후배에게 그림책을 읽어 주고 서로 생각을 나누며 질문 만들기, 책 주인공 모양 책갈피 만들기와 같은 학년 융합 독서 활동을 진행해 그림책 내용을 파악할 뿐만 아니라 학년을 뛰어넘는 소통·배려 역량을 기르도록 했다.

국어 교과시간에는 책 「슈퍼 거북」을 읽고 코딩교육용 거북이 모양 로봇인 ‘터틀 로봇’을 활용해 융합 독서 수업을 선보였다. 1·2학년 학생들은 작가의 장갑 시리즈 3권(「잘했어, 쌍둥이 장갑!」, 「용기를 내 비닐장갑!」, 「욕심은 그만, 레이스 장갑!」)을 읽고 다양한 형태의 장갑을 보면서 나와 친구가 다르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자신을 표현하는 장갑은 무엇인지 자기소개서를 작성한 뒤 비닐장갑에 얼굴을 그리면서 ‘나’라는 자아상을 형성했다.

3학년은 책 속 주인공인 ‘꼬물이’ 마음이 어떨지 생각하면서 그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을 말풍선에 적고 미로를 해결해 터틀 로봇이 말풍선을 ‘꼬물이’에게 전달하도록 설계하는 기초 코딩교육을 받았다.

4·5학년은 터틀 로봇으로 한층 심화한 코딩교육을 진행한 뒤 사서교사 협력 수업으로 ‘나는 어떨 때 행복할까’를 주제로 한 토론시간을 가졌다.

작가 초청 강연에 앞서 그림책 내용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흥미를 유발하려고 꾸린 해당 과정은 학부모가 참관하는 공개수업으로 진행했다.

올해 6월에는 보람 작가를 초청해 「파닥파닥 해바라기」를 비롯한 저서 4종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작가와 만남 2주 전부터 학년별 인성과제 연계 독서 프로그램을 꾸려 배려·존중·이해·다름·우정·용기 같은 인성 가치를 이해하는 시간을 보냈다.

1·2학년은 자신과 닮은 해바라기 꾸미기와 그림책 만들기 활동을 했고, 3~6학년은 해바라기 심기, 열쇠고리 만들기와 같이 그림책 속에서 인성 가치를 찾아 실천할 방법을 고민하는 활동을 진행했다.

강연 7일 전에는 전교생이 모여 감상평과 질문을 남겼다. 강연 당일은 보람 작가가 그림책을 창작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그림책 속 숨은 뒷이야기나 구상 과정을 나눴고, 전교생이 자신을 표현하는 해바라기를 만들었다.

손모내기 체험하는 학생들.
손모내기 체험하는 학생들.

한 학생은 "(책 속 주인공인)‘또잠이’처럼 금당초를 편안하고 안심할 만한 곳으로 만들고 싶다"며 "보람 작가님의 다음 책이 기대된다"고 했다.

어린이작가의 그림책 출판도 금당초만의 특별한 교육과정이다. 지난해 1학기엔 전교생 시문집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를 발간했고, 2학기엔 학생마다 자유롭게 글과 그림을 써 만든 그림책을 출판했다.

2학년 김나리 양은 지구도 별이고 우리도 별의 한 조각이라는 인식을 담은 「별친구」라는 제목의 그림책을, 4학년 안서현 양은  공부나 교우관계가 맘대로 풀리지 않을 때 심정을 담은 그림책 「마음대로」를 펴냈다.

이 같은 학생 작품은 경기도교육청 책쓰기 지원사업인 ‘나도 작가 프로젝트’ 지원으로 국제 표준 도서 번호(ISBN)를 발급받고 종이책과 전자책으로 정식 출판했다. 어린이작가 책쓰기 활동은 올해도 이어져 현재 진행 중이다.

# 지속가능 생태교육

금당초는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탄소중립을 실천하도록 하는 생태교육에 집중한다. 그 첫 번째는 텃밭 가꾸기다. 해마다 절기에 맞는 농산물을 심고 수확하는 텃밭 교육을 추진한다.

3~6학년 학생 중심으로 지난해 3월엔 상추·토마토·수박·참외·땅콩을 심어 1학기 말에 수확하고 전교생이 함께 나눠 먹었고, 10월께엔 배추와 무 모종을 심었다. 12월엔 배추와 무를 수확해 김장까지 담갔다. 학생들은 직접 배추와 무를 뽑아 흐르는 물에 씻고 교실에서 소금에 절이고 배춧속을 만들어 묻히는 시간을 가졌다. 활동은 급식실 조리사들과 교사들의 도움을 받아 진행했고, 조리사들은 수육도 만들어 제공했다.

5학년 학생은 "전년도에 했던 김장 활동을 떠올리며 이번 김장도 어떻게 할지 준비했다"며 "친구들과 같이 해 힘들지 않았고, 갓 담근 김치를 수육과 함께 먹으니 ‘꿀맛’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보람 작가 초청 강연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이 해바라기를 만들었다.
보람 작가 초청 강연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이 해바라기를 만들었다.

지난해엔 4~6학년 학생 대상으로 탄소중립 실천 체험학습을 했다. 환경부 수도권대기환경청에서 운영하는 제18기 푸른하늘지킴이 활동에 참여해 대기환경과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친환경 이동 수단을 배우고, 원주시 지정면 원주레일파크를 찾아 직접 레일바이크를 타 보며 탄소중립 실천 의지를 다졌다.

정호동 교장은 "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페달을 밟아 움직이는 레일바이크를 체험하면서 환경의 소중함을 깨닫고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시간이 됐길 바란다"고 했다.

한 학생은 "미래사회에 이용할 친환경 이동 수단에 대해 더 알고 싶다"고 했다.

지난 3월엔 4~6학년 학생 대상으로 ‘디지털 새싹 캠프:디지털 히어로’라는 제목으로 SW·AI 캠프를 운영했다. 초등학생들의 기초 디지털 역량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려고 교육부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한 디지털 새싹 캠프는 운영사로 선정된 ㈜네패스 코코아팹이 학교로 찾아와 진행했다.

‘우리의 지구 지키기’라는 테마로 전문 강사와 함께 SW·AI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활용한 스마일팟 화분키트를 제작했다. 학생들은 토양수분센서와 LED 매트릭스를 연결하고 화분 습도값에 따라 LED 매트릭스에 나타나는 표정을 바꾸는가 하면 각자 자신만의 스마일팟 화분키트를 꾸미며 즐겁게 수업에 참여했다.

이번 캠프로 학생들은 기후변화, 지구온난화와 같은 환경문제를 이해하고 SW·AI 기본 원리를 익혔다.

캠프에 참여한 한 학생은 "스마일팟 화분키트를 만들어 흙 속에 꽂아 보니 토양 속 수분량에 따라 표정이 바뀌어 정말 신기했다"고 했다.

이 밖에도 금당초는 교내외를 넘나드는 생태수업을 한다. 6월이면 학교 운동장과 다목적실에서 창포물에 머리 감기, 장명루 만들기, 쑥주머니 만들기 같은 단오 체험을 하고, 9월엔 인근 강천섬으로 생태수업을 나가 돗자리를 펴고 앉아 자연물 관련 퀴즈를 맞혔다. 지난해 5월엔 학교 인근 논밭으로 손모내기 체험을 다녀오기도 했다. 

윤소예 인턴기자 yoon@kihoilbo.co.kr

사진= <금당초등학교 제공>

※‘학생이 행복한 경기교육’은 경기도교육청과 기호일보가 함께 만들어 가는 교육섹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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