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 산곡남중학교 교장
전재학 인천 산곡남중학교 교장

우리는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개혁을 부르짖었다. 그래서 각종 교육제도(특히 대입제도) 혁신을 실행했지만 진정한 교육개혁은 제자리걸음 같기만 하다. 이는 마치 풍선효과처럼 한쪽이 개선되면 다른 쪽에서 예기치 않은 문제가 도드라지는 식으로 문제가 꼬이고 꼬이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 기저에는 교육 문제를 정치이념적으로 바라보거나 정파에 따른 이해득실, 즉 표를 의식하는 포퓰리즘이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수시와 정시를 오가는 대입 정책이 대표 사례다.

몇 년 전 제도를 도입한 이후 우여곡절 끝에 점차 입지를 공고히 하던 수시전형(입학사정관제) 제도가 ‘조국 사태’를 겪으며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수능을 위주로 하는 정시전형 쪽으로 비중을 높인 건 입시 공정성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명목상 이유에도 불구하고 수능 위주 시험제도로 회귀하며 공든 탑이 무너지는 꼴이 됐다. 그동안 수시전형이 가져다 준 나름의 학교교육 정상화는 후퇴하고 서울 주요 16개 대학에서 정시 비율을 상향함으로써 다시 시험 중심으로 회귀했다.

대한민국에는 수업 혁신을 남보다 앞장서 실시하는 이른바 혁신교사와 학교들이 있다. 그들의 수시전형 결과는 교육현장에 ‘뿌린 대로 거둔다’는 인과응보를 형성했다. 

예컨대 자사고, 과학고, 영재고, 외국어고 등 특목고와 일반고 중에서도 혁신학교 출신들을 수시전형에서 대학이 선호하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원래 학력 우수성에 대한 합당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그들이 경험한 수업과 교육과정의 혁신 때문이다. 이는 그만큼 대학에서 인정하는 교육활동으로 필연적이다.

그렇다면 혁신학교에서의 일등 공신은 누구인가? 바로 ‘교사혁신가(teacherpreneur)’들이다. 그들은 수업 혁신을 최우선으로 다양한 교육과정을 펼친다. 교사혁신가는 교사(teacher)와 기업인(entrepreneur)을 결합한 단어다. 바넷 베리(Barnett Berry) 등 3인 공저 「teacherpreneur」는 교사혁신가란 ‘교단을 떠나지 않고 평생 수업 혁신을 리드하는 현장 교사’라고 정의한다. 교사는 이미 디자인된 교육과정을 단순히 전달해서는 좋은 교육을 기대할 수 없다. 교사는 AI와 같은 신기술을 도입해 학생 개인의 특성과 요구에 맞춰 최적의 수업을 디자인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교육부와 교육청은 교사에게 지시를 따르기에만 역점을 두고 교사가 혁신가가 되도록 지원하는 노력은 미미했다.

우리 교사 중에는 숨은 혁신가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수업 혁신을 도모하는 각종 강의와 워크숍을 통해 교육·신기술 분야 최신 동향을 접하고 혁신적인 학습 방법을 구안한다. 이런 교사 운동의 대표 국가로 이스라엘을 들 수 있다. 이스라엘 비정부기구(NGO)인 MindCET은 교사가 에듀테크 기업가로 변신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주목받는다. 여기서는 교사에게 에듀테크 산업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기업가적 생각과 수단을 경험하고 익히게 한다. 선발된 교사들은 자신의 업무 경험을 토대로 교육과제를 해결하는 에듀테크 프로토타입(시제품)을 직접 디자인하고 개발한다. 

이 프로그램 효과에 대해 한 이스라엘 교사는 인터뷰에서 "MindCET의 교사혁신가 프로그램이 새로운 세계로 통하는 문을 열어 줌으로써 1년 만에 교사에서 교육기업가로 변신했다. 가장 적절한 전문가들을 만났고, 내가 원하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최적의 지도를 받았다"고 말했다.

학력이 우수한 집단(상위 5% 이내)인 우리 교사들은 역량이 출중하다. 한때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한국 교사를 국가건설자(Nation Builder)로 호칭했다. 필자는 이제 정부가 우수한 교사들에게 ‘교사혁신가’ 길을 열어 줘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런 정책이 진정 경쟁을 유도하는 자본주의 국가의 본질이라 믿는다. 부작용 측면에만 주저하지 말고 획기적인 교육 발전과 경제에 기여하는 측면에서 이는 고려할 가치가 충분하다. 교육부는 혁신적인 교사를 학생 인재 육성처럼 폭넓은 개혁 마인드로 정책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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