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노 시온 감독 영화 ‘러브 익스포져’(2008)는 무려 4시간 동안 종교를 소재로 구원과 사랑을 다룬다. 주인공 남자는 천주교 신부 아들이자 문제아고, 여자는 사이비 교회 신도다. 영화 하이라이트는 어둑어둑한 바닷가에서 둘이 뒤엉켜 싸우는 장면이다.

베토벤 교향곡 7번 2악장이 먹먹하게 흐르고, 여자가 남자를 밀어 넘어뜨리며 말한다. "너, 고린도전서 13장을 알아?" 고래고래 악을 지르며 1절부터 13절까지 읊는다.

"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가 되고…. 사랑은 오래 참고 온유하며 시기하지 않으며…."

기독교 신자가 아닌 사람들도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성경 구절이다. 영화 줄거리와 별개로 글 자체가 인상 깊어 한때 여러 번 필사했다. 

언젠가 포털사이트에 고린도전서 13장을 검색했는데, 한 게시물이 눈에 띄었다. ‘사랑에 관한 3대 명언’이라. 어느 네티즌이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이었다.

‘3대’라는 말도 그의 주관을 반영한 듯싶었다. 그는 가장 먼저 고린도전서를 꼽았다. 두 번째는 생텍쥐페리 「어린왕자」에 나오는 여우와 어린왕자 대화였다. "‘길들인다’는 얘기가 무슨 뜻이야?" "‘관계를 맺는다’는 말이야…. 가령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나는 세 시부터 행복해질 테야." 담백한 선정에 공감가면서 좋았다. 

그렇다면 마지막 세 번째는 무엇이었을까? 아쉽게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 뒤로 인터넷에 몇 번이고 검색했지만 그 게시물을 다시 찾지 못했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생각나며 궁금해진다. 문득 그가 꼽은 사랑에 관한 말들이 서로 시제가 다르다고 느꼈다. 이를테면 「어린왕자」는 미래를 기다리며 설레는 감정을 설명한다. 시인 황지우도 말했듯,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에 가슴이 쿵쿵거리며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 

반면 고린도전서는 현재 시점에서 정의한다. "전부를 참으며 전부를 믿으며 전부를 바라며 전부를 견디느니라."

세상에는 사랑을 논하는 수많은 작품과 격언이 넘쳐난다. 결국 세 번째를 알아내지 못한 기자는 과거 시제로 표현한 말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

어렸을 때 읽은 이름 모를 만화책 대사가 떠오른다. "못해 준 일만 생각나는 상황이 사랑이다." 그 게시물을 다시 찾을 때까지, 이 정도로 해 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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