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동
이강동

일장기에서 파생한 일본군 군기는 흰 바탕에 태양빛이 16줄로 퍼져 나가는 문양이다. 언제 누가 욱일기라 지칭했는지 모르나 일본의 명칭은 군기다. 

일제 때 조선총독부에서 우리 청년들을 지원병으로 강제 징집한 훈련소 깃발도 같은 것이었다. 일장기의 붉은 태양은 힘·열·광선을, 흰 바탕은 고결·순결·평화·냉정·정의를 의미한다. 

지금 사용하는 일장기는 1300년대 일본 관군이 사용하던 깃발이 최초였다. 메이지유신 이후 일정한 국기를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해 대정관 포고 제57호로 관군이 사용하던 군 깃발을 일장기로 제정했다. 일장기는 욱일승천하는 지형의 일본을 표현했다.

일장기에서 파생한 일본군 군기는 태양빛 문양이 가운데 있는 것도 있고, 우측으로 그려진 것도 있다. 가운데 있는 것은 주로 육상 부대에서 사용하고, 우측으로 그려진 것은 해군 군함기와 항공편대 표식으로 쓰인다. 일본 해군의 관함식 또는 군함의 외국 방문 시 군기를 게양하는 건 일본 해군의 규칙이다. 정박할 때는 오전 8시에 게양하고 해가 질 때 내린다.

부산으로 일본 함대가 군기를 게양하고 올 때마다 논란이 됐다. 조선 침략의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첫 관함식은 오사카 해역에서 메이지 일왕에 의해 거행됐다. 군함 6척, 기선 10척의 사열을 받았다. 모두 나무로 만든 목선이었다. 철판으로 군함을 건조한 시기가 150년에 불과한 일본이다. 일본 군함들은 외국을 방문할 때 외국 정부의 법률에 복종하지 않는다. 외국의 재판권·경찰권·수사권·임검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규칙이 있다. 

관함식과 항해할 때 게양하는 일본군 군기는 1889년 10월 7일 칙령 제110호로 공포해 11월 3일부터 사용했다. 가장 오래된 군기는 1869년 건립된 도쿄 쇼콘사를 1879년 6월 4일 개칭한 야스쿠니 신사유물 보관소에 있다.

일본은 해군 군사력에 자부심이 있는 나라다. 중국, 러시아와의 몇 차례 해전에서 승리햇다. 그러나 우리의 고려와 조선의 막강한 군사력과 전투력에는 맥을 추지 못했다. 

1019년과 1281년 고려 수군 전함들이 일본 규슈지역으로 출정해 일본을 위협했던 일이 있다. 반면 1282년과 1894년 중국 원나라와 청나라 군들은 일본 해역에서 전멸한다. 1385년 일본의 침략이 있었을 때 고려 이성계가 격퇴하기도 했다. 임진왜란 때도 조선 수군에 격퇴된 일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사실이다. 1904년과 1905년에는 인천해역과 대마해협에서 러시아 함대들이 일본 함대에 전멸한다. 일본은 러시아와 중국을 상대로 한 해전에서 승리하자 5월 27일을 해군의 날로 제정해 기념한다.

이렇게 파죽지세 군사력에 자부심을 가진 일본은 조선 침략 계획을 세우는데, 야금야금 실천해야 할 것 중 하나가 상륙 지점을 조성하는 일이었다. 그 일환으로 시작된 것이 개항장 지정이었다. 일본 정부는 1881년 인천 제물포에 낯선 이름 개항장을 지정하고 정한론의 일원이자 조선 주재 초대 일본공사인 하나부사를 항구 조성 책임자로 임명한다. 하선장 시설을 조성한 후 일본 군함들이 병력을 싣고 해역으로 들어와 상륙한 곳이 개항장이다. 

1894년 5월 전라도지역에서 동학교도들에 의해 민중(농민) 봉기가 일어났다. 이를 빌미로 중국과 일본은 조선에 군병력을 파견한다. 자국민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조선 정부는 민중 봉기를 제압한다며 병사 홍계훈, 전라 병부 이문영, 초토사, 군병력 1천 명, 야전포, 탄약을 가지고 인천으로 온다. 청나라 군함과 일본인 선박에 나눠 타고 군산으로 향한다. 일본은 자국민 보호와 정찰 임무를 한다며 일본군 1천 명을 여러 군함에 싣고 개항장으로 상륙한다. 일본군들이 일장기와 군기를 앞세우고 개항장에 상륙한것이다. 

개항장에 위치한 일본군 병참기지, 수비대, 해군기지 등으로 일장기와 군기를 들고 이동하는 모습을 본 인천시민들은 놀라워했다. 무슨 일로 대규모 군인들이 상륙해 활보하는지 의문을 가지면서 좋지 못한 큰 상황이 일어날 듯한 분위기에 동요하고 놀라워했던 것이다.

일본 정부가 지정한 개항장은 조선 침략의 교두보로 일본군들이 수시로 상륙하고, 수탈한 각종 물품들이 일제강점기 시절까지 반출된 치욕스러운 장소다. 친일 행적과 같은 대표 친일 명칭과 지명이 개항장·개항로·개항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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