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한 직업이 사라지고 생기는 사회에서 살면서 미래를 준비하고 진로를 계획하는 일은 학생이나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청소년들이 저마다 무한한 가능성을 펼치도록 다채로운 진로의 길을 여는 일은 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위한 의무이자 필수 요소다. 소질과 적성, 능력에 따라 전문 교육으로 특별한 인재로 육성하는 직업계고등학교 학생들의 취업과 안정감 있는 진로 모색이 중요한 이유다.

수원시는 직업계고 학생을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으로 호응을 얻는다.

‘2023 직업계고 진로캠프 총평보고회’에 참석한 학생이 소감을 발표했다.
‘2023 직업계고 진로캠프 총평보고회’에 참석한 학생이 소감을 발표했다.

# 직업계고 학생에게 길 제시…진로 캠프

"직업계고 진로 캠프 덕분에 꿈을 향한 다양한 길을 알게 됐습니다."

수원시가 전국 최초로 시행해 10년째 이어오는 진로 캠프에 참가한 A군 소감이다. 

직업계고인 한봄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A군은 지난 3월 말 이틀간 진로 캠프를 경험하며 불안정하게 느꼈던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해소했다.

친구들과 팀을 구성해 자신들만의 규칙을 정하는 과정에서 구성원 성향과 개성을 파악했고, ‘일·학습 병행제’와 같은 직업계고를 선택한 사람들에게 필수 정보를 획득하는 시간도 유익했다.

더욱이 ‘미래의 내가 나오는 기사’로 신문을 만들어 보는 프로그램은 미래 계획을 세세하게 생각하는 기회였다.

그는 "미래를 상상할 때 특정한 활동 계획 같은 자세한 고민을 해 본 적이 없어 처음에는 막막했지만, 글로 표현하려고 고민하면서 꿈에 대한 방향을 확립했다"며 "진로 캠프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 부모님과 함께 진지하게 미래를 설계하는 대화도 했다"고 말했다.

수원정보과학고등학교 1학년 B양은 "원하는 직업이 있어 직업계고에 진학했음에도 정보가 부족하고 사회생활도 잘 몰라 막막하기만 했다"며 "진로 캠프에서 나를 알아가고, 친구들과 가까워지고, 내가 다니는 학교와 내가 원하는 직업에 대한 다양한 수업을 들으면서 여러 길과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이어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지 고민이 많던 내가 좋은 길을 가도록 가르쳐 준 진로 캠프에 무척 감사하다"고 말을 보탰다.

수원시는 지난 17일 오후 시청 대강당에서 ‘2023 직업계고 진로 캠프 총평 보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선 올해 진로 캠프 경과보고와 참여 학생 소감 발표, 우수 학생 시상을 했다. A군과 B양 사례 같은 다양한 경험담이 참석 학생들의 공감을 얻었다.

학생들을 격려하려고 자리에 참석한 이재준 시장은 "수원시가 전국 최초로 시작해 다른 광역지자체도 벤치마킹한 사업인 만큼 더 세심하게 프로그램이 이뤄지도록 다듬고 투자하겠다"며 "직업이 격변하는 시대지만 하고 싶은 분야를 찾아서 끊임없이 도전하도록 수원시가 여러분이 가는 길을 든든하게 받치겠다"고 했다.

# 진로, 리마인드, 도약캠프로 발전

직업계고 진로 캠프는 수원시가 전국 최초 시행해 10년째 이어온 사업이다. 수원시와 경기도교육청이 주최하고 수원상공회의소가 주관해 올해는 8개 직업계고 학생 전체가 참가했다.

진로 캠프 시작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직업계고로 진학하는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직업관을 심어 주려고 당시 수원정보과학고·수원전산여고·삼일상고 3개 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학생 스스로 자신을 탐구하고 진로를 탐색하는 진로 캠프가 호응을 얻자 2년 뒤인 2016년부터는 8개 학교로 대상을 확대했다. 2019년부터는 2학년도 진로 캠프 대상자로 확대하고 리마인드 진로 교육을 개설했고, 올해는 3학년까지 대상을 늘렸다.

수원에 있는 8개 직업계고 전체 학생 5천911명이 모두 진로 캠프에 참여하면서 직업계고 학생을 지원하는 새로운 지평을 연 셈이다.

‘2023 직업계고 진로캠프 총평보고회’에 참석한 학생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2023 직업계고 진로캠프 총평보고회’에 참석한 학생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당초 진로 캠프는 합숙 방식으로 진행했으나 코로나19 이후 각 학교에서 학급 단위 프로그램 진행으로 변경했다. 익숙한 학교와 교실에서 진행한다고 해서 교육 내용까지 익숙하지는 않다. 1~2학년은 이틀간 14시간 교육을, 3학년은 하루 동안 7시간 교육을 받는데, 모두 진로 탐색에 초점을 맞춰 구성했다.

1학년 대상 진로 캠프는 인성검사로 1일 차를 시작한다. 이어 캠프 소개와 팀을 정하고 게임을 하면서 친밀감을 높이는 동기부여 시간을, 픽토그램으로 인성과 가치관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보낸다.

이후 선취업 후진학, 일·학습 병행제, NCS(국가직무능력표준)를 비롯해 직업계고 학생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알아본 뒤 공감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배운다.

2일 차는 익숙한 영화 장면으로 자존감을 찾고 꿈을 발표하는 시간과 맞춤형 취업 전략 설정, 실천 목표를 세우고 행동을 담은 도전 박스 만들기를 진행한다.

2학년은 리마인드 캠프다. 팀 단위 활동을 위한 팀 빌딩 과정에서 단체 활동과 협업 중요성을 체득한다. 이어 직업 유형 검사를 해  개별로 멘토링을 진행하고, 새로운 직업세계를 이해하도록 인생시계 그리기, 미래 사원증 같은 교재를 활용한다.

디자인싱킹으로 자신만의 재산을 창조하는 생각 요리 시간도 이어진다. 2일 차에는 기업 조직 이해와 시간 관리 계획, 목표와 로드맵 설정을 재미 있는 방식으로 배운 뒤 자신의 인생 그래프를 그린다.

졸업을 앞둔 3학년은 도약 캠프에 참여한다. 3년 동안 직업계고 생활을 돌아보며 현실을 점검하고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열정을 다진다. 또 ‘내가 사장이라면’을 비롯해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회사와 자신의 차이를 생각하고 줄여 나가는 시간을 갖고, 첫 월급으로 한 달 살아보기와 같은 효율 높은 금융 플랜도 배운다.

한봄고 진로캠프에 참가한 신입생들이 직업체험 교육에 흠뻑 빠졌다.
한봄고 진로캠프에 참가한 신입생들이 직업체험 교육에 흠뻑 빠졌다.

# 맞춤형 지원으로 취업 연계

수원시는 직업계고 학생들이 대학 진학 대신 취업으로 자신의 강점을 발휘하도록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친다. 직업계고 학교 전담 일자리상담사(카운슬러) 배치, 찾아가는 취업 특강, 실전 면접 클리닉, 노동 인권 교육을 비롯해 취업 이후 필요한 소양까지 모두 아우른다.

더욱이 수원시와 직업계고가 활발하게 소통하며 맞춤형 지원을 한다. 이를 위해 정기 간담회를 열어 학교와 수원상의, 수원일자리센터, 기업·단체 관계자가 함께 머리를 맞댄다.

지난 4~7일 한봄고와 삼일공업고에서 진행한 실전 면접 클리닉도 직업계고 학생을 위한 취업 지원사업의 한 가지다. 수원일자리센터 컨설턴트가 직접 이력서 클리닉, 면접 스킬과 같은 실제 도움이 되는 내용을 알려 주고, 최근 면접 동향을 반영한 모의 면접도 했다. 이 과정에서 면접 때 갖춰야 할 복장과 태도를 자연스럽게 습득한다.

이재준 시장이 직접 강사로 나서기도 했다. 3월 27일 한봄고에서 연 진로 캠프에 ‘수원시 미래를 말하다’를 주제로 직업계고 학생을 위한 지원 정책을 직접 소개하고, 자신의 직업 변화 스토리를 들려주며 학생들에게 미래 비전과 용기를 북돋았다.

덕분에 학생들은 진로 설정과 자신감에 도움을 받아 취업에 성공하고, 지역 기업들은 우수한 인재를 확보했다. 수원지역 인재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기업도 계속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갖춘 셈이다.

이 같은 지원사업 효과는 수원지역 직업계고의 높은 취업률이 증명한다. 2021년 수원 직업계고 취업률은 65.2%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국 55.4%, 경기도 51.5%와 견주면 10%p를 웃돈다. 지난해에는 수원 8개 직업계고 학생 취업률이 67.7%로 상승해 전국 57.8%, 경기도 54.8%보다 높았다.

이재준 시장은 "수원시 다양한 지원 정책은 직업계고 학생 진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마중물 구실을 한다"며 "직업계고 학생들이 미래 수원시 리더가 돼 경제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수원을 이끌어 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안경환 기자 jing@kihoilbo.co.kr

사진=<수원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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