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법 규제가 국민 행복을 침해하는 현실을 한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수년 전부터 ‘손톱 밑 가시’, ‘불합리한 규제’ 같은 다양한 문구가 지방자치단체에서 등장했지만, 여전히 국민들은 ‘불합리투성이’를 체감한다.

하지만 남양주시는 민선8기 ‘시민시장시대’를 열면서 규제와 정면으로 마주 섰다. 시민 행복을 최우선으로 삼고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시민 삶을 옥죈 규제를 개선하는 데 행정력을 모은 사례를 짚어 본다.

지식산업센터 현대프리미어 캠퍼스 활성을 위한 ‘봄봄봄 페스티벌’ 현장.
지식산업센터 현대프리미어 캠퍼스 활성을 위한 ‘봄봄봄 페스티벌’ 현장.

# 남양주형 규제 개혁 시스템

시는 규제 개선 시작점인 발굴 단계부터 ‘현장’과 ‘수혜자’를 중심에 둔다.

‘찾아가는 신고센터’가 대표 격으로, 지난 2월부터 연중 기획으로 현장을 돌며 실태를 파악해 문제점을 공유하고 과제로 만들어 중앙정부에 건의하기 시작했다.

기업·소상공인과 간담회를 열고 홍보 부스도 운영해 투자를 저해하고 생업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발굴한다. 이후 현장에서 건의자 면담과 관련 자료 확보, 법령 검토를 비롯해 철저하게 준비해 개선 방안을 중앙부처나 규제개혁신문고를 거쳐 강력하게 건의했다.

찾아가는 신고센터가 손톱 밑 가시를 찾아내는 일을 한다면, ‘규제입증책임제’는 가시를 철저히 발라낸다. 민간이 규제 개선 필요성을 입증하지 않고 공직자가 규제 존치 필요성을 입증하고 개선하는 남양주형 규제 개혁 시스템이다.

시는 도시 발전을 저해하는 현안과 시급성을 고려해 분기별로 전략을 세워 움직였다. 올해 소관 중앙부처 중점 추진사항과 관련한 테마를 혁신기업, 소상공인·자영업자, 전통기업으로 선정하고 더욱 집중한다.

산관학연 공유·협업을 위한 기업 정책 설명회.
산관학연 공유·협업을 위한 기업 정책 설명회.

이를 위해 부시장과 법무담당관, 규제 관련 부서장, 민간 전문가를 포함해 9명으로 ‘규제혁신 TF’를 구성해 혁혁한 성과를 올렸다.

보기로 ‘남양주시 골재 채취 허가구역 들의 감시 규정’이 1991년 12월 14일 골재채취법 제정으로 근거를 마련했지만, 단속에 관한 사항을 조례·규칙으로 정하도록 위임받은 바가 없고 현실에 맞지 않는다며 ‘폐지’했다.

‘남양주시 주택 규모별 공급 비율에 관한 지침’도 폐지했다. ‘주택조합 들에 대한 주택 규모별 공급 비율에 관한 지침’상 건설 가구의 30% 이상, 전용면적 60㎡ 이하 주택 건설은 상위법령에서 위임한 사항이 아니고, 상위 법령의 위임 근거가 없이 규제로 남아 폐지가 타당하다는 결론을 도출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올해 1분기에 연 규제입증책임제 안건 12건 중 8건을 폐지했다. 올해 1분기 중앙부처에 건의한 규제 22건 중 공장 설립 승인지역 입주 업종 확대, 상수원보호구역 규제 개선을 비롯한 4건이 행정안전부 중점 과제로 선정된 까닭도 이 같은 노력 덕분이다.

지식산업센터 전경(형대프리미어 캠퍼스).
지식산업센터 전경(형대프리미어 캠퍼스).

# 성장 최대 걸림돌 ‘환경 규제’ 건의

규제 개선을 놓고 시가 중점 추진한 분야가 ‘환경’이다. 상수원보호구역의 불합리한 규제 개선 목소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류지역에 상수원이 없고 하수 전량을 하수종말처리장에 모아서 처리하는 ‘환경정비구역’은 총 가구의 20%까지 음식점 용도 변경을 허용하지만, 하류지역에 대한 광범위한 해석으로 수도권에선 적용이 불가능하다.

환경정비구역 안에 살던 주민이 음식점을 증축하거나 용도변경이 가능한 면적은 바닥 면적을 합쳐 100㎡에 불과하다. 상수원보호구역 안 건축을 수반하지 않는 토지 형질 변경도 불가해 주차장 설치 자체가 안 된다. 어처구니없게도 행락·야영·야외 취사 행위조차 불가하다. 그야말로 모두가 ‘불가’투성이다.

시는 최소한 생계 유지가 가능한 영업시설은 허용해야 마땅하다고 판단한다. 상수원보호구역 밖 지역으로 하수를 처리·방류할 경우 총 가구의 20%를 허용하고, 법령 개정이 어려우면 ‘하류지역’을 ‘방류하는 해당 하천의 하류’로 해석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훼손지 정비사업을 추진한 삼패동 379.
훼손지 정비사업을 추진한 삼패동 379.

적법한 영업을 위한 경우 바닥면적 합은 200㎡ 이하로 완화하고, 주택에서 음식점으로 용도 변경할 경우 인접 토지에 주차장을 300㎡ 이하로 조성하도록 하자는 제안이다. 더구나 국가나 지자체가 관리·운영하는 공익상 필요한 축제(행사)만이라도 행락·야영·야외 취사 행위는 허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남양주 대표 축제인 ‘다산문화제’까지 규제를 적용해 관광객들이 큰 불편을 겪는 어이없는 현실을 직시하자는 뜻이다.

가장 소소하면서도 절실한 건의사항은 ‘어로 행위 보상’이다. 한강수계 상수원관리지역 주민지원사업 대상을 ‘지정 전부터 어로행위 들 생업을 유지한 주민으로 어로 행위를 포기한 주민’으로 한정해 어업허가를 받은 사람이 사망하면 유가족은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한다. 생계를 위협 당하는 이 같은 상황에 시는 유가족을 주민지원사업 대상자로 확대하자고 주장한다.

# 악화일로 지식산업센터에 활기

올해 들어 지식산업센터가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경제 전반 상황이 악화하면서 엄청난 공실률이 발생하는 현실에 우려가 증폭됐다.

시는 무너져 가는 지식산업센터에 활기를 불어넣으려고 개선안을 계속 내놨다.

먼저 ‘공장 설립 승인지역 업종 확대’로 지식산업센터 활성을 촉진해야 한다는 건의를 했다. 수도법에 따라 공장 설립 승인지역(제2호) 안 지식산업센터는 도시형 공장 입주가 불가하고, 6개월 이상 실제 거주한 주민만 공장 설립(입주)이 가능하다.

수도권 정비계획법상 자연보전권역 공업용지 조성사업 규제 완화 사례 화도읍 창현리 58-1.
수도권 정비계획법상 자연보전권역 공업용지 조성사업 규제 완화 사례 화도읍 창현리 58-1.

여기서 시민들이 혼란을 겪은 부분이 ‘공장 설립 승인지역’이라는 용어다. 시는 무(無)폐수에 한해 지식산업센터의 도시형 공장 입지를 허용하고, 6개월 거주 제한 요건을 삭제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용어도 ‘조건부 공장 설립 승인지역’으로 수정해 시민 혼란을 해결해야 한다는 세밀함도 보였다.

이미 조성한 지식산업센터 공실률은 국가 경제상황에 매우 취약한 구조다. 시는 지식산업센터 입주 업종 확대가 중소기업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산업 집적 활성과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입주 업종을 제외한 부대사업과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제조업 입주는 불가하다는 문제가 불거졌다. 이에 전자상거래업, 상품중개업, 통신판매업처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사업을 입주 업종과 병행해 운영 업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OEM 제조업 확인 인증제를 도입해 확인서를 발급받은 업체는 별도 절차 없이 입주 가능 업종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 GB 개발 위한 노력

시가 나서서 개발제한구역(GB) 훼손지 정비사업에 따른 후속 조치 필요성을 주장하는 보기 드문 상황이 연출됐다.

현행법상 훼손지 정비사업 시행자의 건축물 용도를 ‘물류창고’로 제한해 사업 시행 이익이 줄어든다는 결론이 나왔다. 시는 ‘물류창고’를 ‘물류시설’로 단 두 글자만 바꾸는 법 개정을 요청했다. 물류시설이 화물 운송·보관·가공·조립·판매·정보통신 같은 활동을 위한 시설로 부가가치가 높고 현실에 부합한다는 판단에서다.

기업을 찾아 어려움을 직접 청취하는 모습.
기업을 찾아 어려움을 직접 청취하는 모습.

실제 훼손지 정비사업으로 합법이 된 건물이 두 글자를 바꾸지 않아 또다시 불법으로 낙인 찍히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계속 등장하는 현실이다.

‘중첩 규제 개발제한구역 규정 완화’는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할 때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현실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함이다.

시는 소규모 집단 취락은 지구단위계획 수립 의무를 지우지 않고 단절 토지 해제 면적은 5만㎡ 미만, 경계선 관통 대지 해제 면적은 2천㎡ 미만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건의한다.

더구나 해제 취락의 불합리한 경계선 조정을 위한 경우엔 해제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양주=조한재 기자 chj@kihoilbo.co.kr

사진=<남양주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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