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지역에는 군사시설보호구역이 많다. 면적 대비 보호구역 비율이 62.5%(경기도 규제지도 기준)로, 도내 31개 시·군 중 북한 접경지인 김포시 다음으로 높다.

서울공항이 자리한 탓에 시 면적의 82%가 관제공역에 해당해 지정한 곳이 아니면 함부로 드론 같은 비행물체를 띄우지 못한다.

공항 인근은 비행 안전 제1구역이라 어떠한 개발행위도 제한한다. 이로 인한 고도 제한은 원도심 재개발·신도시 재건축사업에도 지장을 줘 시민들은 주거환경과 재산 침해를 받는다.

2000년대 두 차례에 걸쳐 일부 완화한 사례를 들어 최근엔 정치권과 사회단체가 참여하는 고도 제한 완전 해결 시민운동이 확산 중이다.

이처럼 ‘규제’는 서울공항 ‘특수 목적’이기도 하지만 시민과 밀접하다. 사람이 길을 걷고, 버스를 타거나 차를 이용하고, 주차장이나 공원을 조성해 이용하는 따위의 사회생활은 행정과 떼려야 떼지 못하는 관계다. 승인이나 허가 없이 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행정이 시민을 향한 자세에 따라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 사례 중심으로 살펴봤다.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직좌·직우 2개 차로가 배수로 활용한 확장으로 좌회전·직진·우회전 3개 차로로 늘었다.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직좌·직우 2개 차로가 배수로 활용한 확장으로 좌회전·직진·우회전 3개 차로로 늘었다.

# 전국 최초 측구(배수로) 활용한 차로 확장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롯데백화점 앞 내정로165번길(일방통행) 도로 진입 부분 70여m는 분당신도시 조성 때부터 폭 8.8m에 3차로(좌회전·직진·우회전)로 운영했다.

하지만 2017년 11월부터 직진·좌회전(폭 3m), 직진·우회전(폭 4.9m·노상주차장 포함) 2차로로 바꿨다. 당초 3차로 중 우회전 차로 폭(1.5m)이 현행법상 너무 좁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교통 체증이 심각해졌다.

직진하는 차 신호 대기로 우회전하는 차를 막게 되면서 500m 정도 정체 현상이 나타났다. 이 도로는 양옆으로는 아파트 단지와 백화점을 비롯해 금호·청구문화상가가 있고, 많은 학원가가 형성돼 항상 교통량이 많은 곳이다.

이에 주민들은 불편을 호소하며 분당구청과 분당경찰서에 3차로 환원을 요구하는 집단민원을 1천여 차례 제기했다.

수내1동 행정복지센터도 주민들에게 힘을 보탰다. 당시 홍철기 동장은 대전시 소속 한대희 주무관(현 사무관)이 2015년 ‘주정차금지 노면 표시를 경계석 위 측면 또는 측구에 설치해 도로 안전을 제고하는 방안’으로 한국교통연구원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내용을 근거로 관계 기관에서 긍정 답변을 얻어냈다.

이를 근거로 차로 바깥쪽에 설치한 폭 0.5m 배수로를 이용하면 8.8m를 확보한다며 구청에 3차로(각각 2.75m) 확장을 제안했다.

더욱이 이곳 차로 진입로까지 어린이보호구역(30㎞ 속도제한)이라 차가 속도를 내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해 회전차로 예외 규정인 폭 2.75m(시속 40㎞ 이하 주행)로 만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배수로 차로 활용 가능 여부가 차로 확장을 결정하는 열쇠라고 판단하고 측구를 활용한 하대원동 이면도로를 포함해 해외 사례도 들었다. 또 차 하중을 견디는 주물형 배수구 덮개와 경사형 연석(경계석)을 설치하는 보완책도 제시했다.

하지만 구청은 도로교통공단의 반대한다는 자문과 측구를 차로로 이용한 유사 사례가 없다며 거부했다. 시 도로과도 고인 물 튀김 발생 따위 이유로 반대 의견을 냈다.

그러던 중 홍 동장은 정부기관이 공동 발간한 ‘안전속도 5030’ 매뉴얼에 착안해 ‘도로 다이어트 정책’에 초점을 맞춘 해외 사례와 전문가 자문을 구했다.

이를 추가해 재심사를 요청함으로써 2021년 4월 해당 도로는 우회전 전용 차로가 늘어난 3차로로 바뀌었다. 2018년 첫 제안한 뒤 3년 만에 맺은 결실이다.

불과 50㎝ 측구를 활용해 예산을 절감함은 물론 도로 확장 없이 차로를 늘려 교통 정체를 해소하고, 공간 부족으로 설치하지 못하는 간이 중앙분리대 같은 시설 설치로 안전한 교통문화 추진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남시 분당구 궁내동에 개발이 불가능한 수도용지에 꽃길을 조성했다.
성남시 분당구 궁내동에 개발이 불가능한 수도용지에 꽃길을 조성했다.

# 개발 불가능한 수도관 매설부지에 주민 숙원시설 조성

성남시 분당구 궁내동은 왼쪽엔 산으로 둘러싸이고, 오른쪽은 경부고속도로에 가로막혀 교통 여건이 좋지 않다. 1990년대부터 주택이 밀집하면서 주차난이 심각해졌고, 마을 도로는 소방차 진입이 어려울 정도로 열악했다. 주민 편의시설도 전무했다.

궁안마을이라고 하는 366의 30 일원도 마찬가지다. 쇳골마을까지 남북을 가로지르는 폭 3m가량 도로는 교행도 안 되는 비포장에 흙먼지가 날리기 일쑤였고, 비만 내리면 진흙탕으로 변해 지나다니기 힘들 정도다. 이러다 보니 각종 오물이 나뒹굴었고, 쓰레기 무단 투기까지 발생하면서 주민 민원이 들끓었다. 태봉산 자락에서 내려오는 광역상수관(수도용지)이 묻혀 어떤 개발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길 1.6㎞ 땅속 2m 아래엔 평균 폭 13m 대형 상수관이 지난다. 이런 환경에서 주민들은 10여 년 전부터 공원과 공영주차장 건립 을 비롯한 편의시설을 설치해 달라고 시에 요구했다.

하지만 시는 이 지역에 시유지가 없고, 토지 매입 가격이 높아 장기 검토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변화는 수도용지를 활용한다면 적은 예산으로 주민 숙원시설 조성이 가능하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했다. 궁내동 행정기관인 금곡동 행정복지센터는 마을 주민들과 뜻을 모아 김병욱(민주·분당을)국회의원에게 도움을 청하고 시에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어 한국수자원공사(성남관리단)를 비롯해 인근에 토지를 소유한 전주이씨 덕양군파 종중도 만나 부지 사용 허가를 받았다.

그 결과, 이 길에는 운동기구를 갖춘 산책로(170m)와 주민 전용 주차장(50면), 꽃길(600m)이 들어섰다. 비용은 경기도특별교부금 13억여 원으로 해결했다.

이곳 기준 부지매입비를 포함해 주차장 1면을 조성하는 데 7천만 원 정도가 들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십억 원을 아낀 셈이다.

주민과 지자체, 국회의원을 비롯한 선출직 공무원과 정부기관이 협력해 개발을 못하는 땅에 공원과 주차장을 짓고 예산도 아꼈으니 ‘일석삼조’ 행정인 셈이다.

수내동과 금곡동에서 적극행정을 펼친 사례로 홍철기 전 보건환경국장은 2021년 제7회 대한민국 공무원상에 선정돼 대통령상을 받았다.

홍 전 국장은 "5급 동장이 단순히 주민 편에서 민원을 해결하자는 마음으로 임하고, 포기하지 않은 자세가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고 본다"며 "당시 구청장들과 갈등도 많았고 인사조치도 당했지만 믿고 따라와 준 주민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이어 후배 공무원들에게 "누군가 일을 많이 하면 너무 나선다고 욕먹고, 업무 협조는 둘째 치더라도 공직사회에서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본다"며 "시장에게 충성하는 모습도 이해하지만 수사나 감사를 두려워하지 말고 오로지 시민과 지역 발전을 위해 일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적극행정을 펼치길 응원한다"고 덧붙였다.

성남시가 시민들이 장사시설에서 버스를 타려고 인도가 없는 길을 걷는 불편을 줄이려고 버스정류장과 횡단시설 설치 여부를 검토 중이다.
성남시가 시민들이 장사시설에서 버스를 타려고 인도가 없는 길을 걷는 불편을 줄이려고 버스정류장과 횡단시설 설치 여부를 검토 중이다.

# 왕래 잦은 성남시 장례문화사업소 교통 불편은 계속된다

성남시 장례식장과 화장장을 포함한 장례문화사업소가 있는 중원구 갈현동은 대중교통으로는 찾아가기 불편하다. 바로 앞까지 누리 1번 버스(영생관리사업소∼판교역∼쇳골마을)가 다니지만 분당·판교행이라 모란역을 비롯한 원도심으로 가려면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장례식장에서 400여m를 내려오면 경충대로변에 버스정류장(영생관리사업소 입구)이 있지만 하행선 없이 상행선(광주방면) 정류장만 설치했다. 횡단보도나 육교도 없어 건너가지 못한다.

그래서 조문이나 추모한 뒤 원도심을 가는 버스를 타려고 1㎞가량이나 떨어진 갈현동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는 사람이 적지 않다. 장례식장 특성상 밤에 술을 마시는 사람이 많고 인도가 없어 위험하다.

마지로(산길)를 이용하더라도 1.3㎞를 걷고 토끼굴도 지나야 한다. 여기도 인도가 없어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이에 주민들은 원도심을 가는 버스 노선 연장과 하행 버스정류장 설치 같은 교통 편의를 요구한다. 하지만 간선형 도로인 경충대로에 횡단보도나 육교를 짓기엔 무리수가 따른다.

그렇다고 해결 방법이 없진 않다. 갈현동 상행 버스정류장 인근 아래를 지나는 폭 3m, 높이 2.3m 수로암거 일부를 보도 구간으로 활용하면 된다.

2020년 기준 빈도를 적용하면 통수량은 30% 정도로,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70% 여유(공간)가 있다는 뜻이다. 이 공간에 강우량 경고 안내 표시와 폐쇄회로(CC)TV, 통행 차단 시설 같은 스마트 기술을 설치하면 안전성도 확보한다.

더욱이 옛 3번국도(현 경충대로) 개설 당시 폐쇄한 농로 대신 주민들이 수로암거를 이용하도록 홍수량 대비 크게 설치해 한동안 주민이 이용했던 사례도 활용 가능성을 높인다.

이렇게 하면 원도심행 버스 노선 연장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시는 위험성을 내세워 수로암거 이용은 불가능하다는 방침이다. 그러면서 이곳에 제1∼2추모원(약 4만 위)에 이어 제3추모원(최대 8만 위 규모) 건립을 추진 중이다.

수년 째 갈현동에 사는 강모(54) 씨는 "외딴 섬 같은 장사시설인데도 왕래가 많아 더 나은 교통 편의를 바라는데, 작은 바람도 거부하면서 제3추모원 건립을 추진하는 행정은 어불성설"이라며 "이 내용은 앞서 신상진 시장에게 보고해 활용 방안을 만들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최근 발생한 정자교 인도교 붕괴 사고 이후 소극행정을 취하는 듯한 모습이 안타깝다"고 했다.

성남=이강철 기자 iprokc@kihoilbo.co.kr

사진=<성남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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