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성세대와 신진세대 간에 생기는 이질감과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연령대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MZ세대’라는 말을 흔히 쓴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세대를 가르는 기준은 차이가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0~1995년 출생한 세대를, Z세대는 1996~2000년 출생한 세대로 보는 시각이 있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는 모바일을 우선 사용하고, 최신 트렌드와 색다른 경험을 추구하는 특징을 보이면서 각종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기성세대와는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뿐만 아니라 정치·사회·경제·환경을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불합리에 따르지 않고 새로운 변화를 꾀하려고 하는 MZ세대 특징을 들여다봤다.

홍대거리에 모여든 2030세대./연합뉴스
홍대거리에 모여든 2030세대./연합뉴스

# 플렉스를 꿈꾸는 디지털 기반 세대

디지털 시대를 선도하는 MZ세대는 베이비부머세대, X세대를 비롯한 기성세대와 환경 면에서 차이가 있다. 베이비부머세대는 1950∼1964년 출생자를 일컫는데, 한국전쟁 이후 출산율 급증으로 인구가 폭발하듯 증가하던 시기에 태어나 급속한 경제 발전을 겪은 세대다.

X세대는 1965∼1979년생을 말하는데, 대입 시험이 학력고사에서 수능으로 바뀌었고, IMF 경제위기로 인해 취업 위기를 겪은 세대다.

MZ세대에 앞선 두 세대가 집단을 중시했다면, MZ세대가 차이가 나는 점은 집단보다는 개인 행복을 우선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사실이다.

디지털을 기반으로 하는 MZ세대의 이러한 차이점은 소유보다는 공유(렌털이나 중고시장 이용)를, 상품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 특징,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사회 가치나 특별한 메시지를 담은 물건을 구매함으로써 자신의 신념을 표출하는 ‘미닝아웃(meaning out)’ 소비와 같은 점에서도 도드라진다.

기성세대와 큰 차이를 보이는 점은 추구하는 시점(時點)이다. 지금보다는 나아질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 투자하려는 성향이 강한 기성세대와 달리 ‘현재’를 더 중시하는 경향이 대다수 MZ세대에게 나타난다. 이 같은 현상은 상품 가격보다는 개인 취향을 중시하고, 그러한 모습을 외부로 표출하는 ‘플렉스’ 문화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하지만 순간순간마다 대한민국 사회·정치에서 큰 변화를 이끈 세대가 지금의 MZ세대에 해당하는 연령대였듯 현 MZ세대 역시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는 우위를 기반으로 사회 불공정을 깨뜨리려고 다양한 시도를 한다. 디지털을 기반으로 하는 이들이 가진 무기는 속도와 무수히 많은 네트워킹, 시공간을 초월하는 능력으로, 변화가 필요한 다양한 현장에서 분출한다.

미얀마 민주화 운동 상징 ‘세 손가락 경례’를 하는 시민들. /연합뉴스
미얀마 민주화 운동 상징 ‘세 손가락 경례’를 하는 시민들. /연합뉴스

# 독재에 맞선 MZ세대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지 2년 6개월이 흘렀다. 미얀마 국민들은 군부 쿠데타에 맞서서 물러서지 않고 목숨을 건 저항을 이어간다.

군부 독재정권을 몰아내려는 미얀마 국민 열망은 수십 년 동안 이어졌지만 늘 벽에 부딪혔다.

그러나 이번 시위는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인다. 민주화운동에서도 ‘세대 교체’가 이뤄지며 시위 방식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전통 시위는 국민들이 거리로 뛰쳐나가 피켓을 들고 반대 목소리를 외친다. 미얀마 국민들도 비슷했다. 냄비를 두드리고, 오토바이 경적을 울리며 거리로 나가 독재 타도를 외쳤다.

하지만 미얀마 청년층인 MZ세대는 달랐다. 시위의 모든 정보를 빠르게 온라인으로 공유했다. 이는 결속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전통 시위와 함께 무장 투쟁과 별개로 온라인·모바일을 활용해 시민 불복종 운동(CDM:Civil Disobedience Movement)을 전개한다.

더불어 해외에 사는 MZ세대들은 각국 각계각층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활용해 소통하면서 시위 정당성을 알리고 거대한 연대를 이뤘다. MZ세대가 큰 변화를 이끄는 셈이다.

더구나 국경을 초월해 시위 정당성을 공유한다. 손가락 경례가 대표 사례다. 영화 ‘헝거게임’에서 나온 제스처인데, 태국 반정부 시위에서 쓴 뒤 미얀마에서도 저항의 상징이 됐다.

미얀마 젊은이들은 다른 아시아 지역 국가들과 온라인 기반 네트워크 ‘밀크티 동맹(Milk Tea Alliance)’을 맺고 정보를 공유한다. 이들은 세 손가락 경례 사진을 게시하고 ‘#SupportCDM’, ‘#SaveMyanmar’ 같은 해시태그로 전 세계와 소통한다.

미얀마 MZ세대는 화염병 대신 세 손가락을 들고 모바일을 활용해 독재에 맞선다. 군부가 쿠데타 이후 계속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면서 결집을 막지만 미얀마 MZ세대 저항은 멈추지 않는다.

염태영 경기도 경제부지사가 2030 MZ세대 직원들과 오찬 뒤 기념촬영을 했다.
염태영 경기도 경제부지사가 2030 MZ세대 직원들과 오찬 뒤 기념촬영을 했다.

# 높은 월급보다 ‘워라밸’

먼 미얀마가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에서도 MZ세대의 변화를 추구하는 모습을 다양하게 만난다. 가장 흔한 변화 흐름 중 하나가 MZ세대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주도한다는 점이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MZ세대 82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취업하고 싶은 기업으로 ‘워라밸이 보장되는 기업’(36.6%)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이어 ▶월급과 성과 보상 체계를 잘 갖춘 기업(29.6%) ▶정년 보장을 비롯해 안정감 있게 오래 일할 만한 기업(16.3%) ▶기업과 개인 발전 가능성이 높은 기업(10.4%) ▶기업 문화가 수평이고 소통이 잘 되는 기업(3.8%) ▶사회 기여도가 높은 기업(3.3%) 순이었다.

일과 삶 사이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에 대한 MZ세대 욕구가 투영되면서 전통 근무 형태도 변화하는 추세다. MZ세대 비중이 높은 IT회사와 대기업이 주 4일제를 도입 중이다.

삼성전자는 직원이 월 필수 근무시간을 충족하면 달마다 1일씩 쉬는 ‘월중 휴무제’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4조 3교대 근무 생산직을 뺀 삼성전자 직원은 달마다 월급날인 21일이 속한 주 금요일에 쉰다. 이는 삼성전자가 지난 4월 공지한 올해 노사협의회 결과에 포함한 내용으로, 이달 첫 시행했다.

이번 노사협의회에서는 가산연차(의무사용 연차) 중 최대 3일을 다음 해로 이월해 사용하게끔 하는 복리후생 방안에도 합의했다.

이보다 앞서 부분 주 4일제나 주 4.5일제를 운영하는 기업도 있다. SK텔레콤을 비롯한 SK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부분 주 4일제를 운영 중이다.

또 토스, 우아한형제들도 부분 주 4일제나 주 4.5일제를 시행 중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업계 최초로 2018년 7월 ‘놀금’ 제도를 도입해 2021년 4월부터 격주로 주 4일제를 운영한다.

이 밖에 30분 늦은 출근, 금요일 이른 퇴근, 점심시간 확대, 휴식(낮잠·산책) 시간 추가를 포함해 여유롭고 유연한 근무 형태로 변화하는 흐름에 일과 여가의 균형을 중시하는 MZ세대 욕구를 반영하는 추세다.

상복 입은 MZ세대 공무원들.<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제공>
상복 입은 MZ세대 공무원들.<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제공>

# 세대 차이 극복하려면 차이 아닌 유사에 집중해야

MZ세대가 그렇다고 노동시간 축소만을 바란다고 여기면 오판이다. MZ세대 주장은 주어진 시간에 최대한 집중력을 발휘해 일하고 불필요하게 소모하는 시간을 줄이자는 효율성 중시 성향에 기인했기 때문이다.

시공간에 얽매이지 않는 MZ세대 특성은 무한한 온라인 같은 공간에서 끊임없이 공동체를 개척하고 이주하면서 살아간다는 점에서 한정된 공간에 터를 닦고 정착한 기성세대와 다르다.

여기에 사회 여러 분야에서 원래 있던 불합리한 방식을 깨뜨리려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현상이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지난날 이유 따위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이른바 ‘까라면 까’라던 시대를 지내 온 베이비부머세대와 X세대들은 상사의 업무 지시에 무조건 "예, 알겠습니다" 하는 문화에 익숙한 반면 "이걸요?", "제가요?", "왜요?"라는 MZ세대 질문에 당황하는 일이 잦다.

더구나 윗사람 말에는 무조건 복종이 미덕이라고 배웠고, 부당한 요구에도 항의하지 못했던 일부 기성세대는 MZ세대의 질문과 답변을 무례하게 느끼기도 한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올해 발간한 ‘공직사회 세대 가치관 변화와 조직 혁신’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MZ세대와 기성세대는 업무 태도에서 극명한 차이를 드러냈다.

‘전혀 그렇지 않다’에서 ‘매우 그렇다’까지를 1~5점으로 놓고 봤을 때 ‘공식 업무 시간이 아니면 업무 연락을 하거나 받지 않는다’에 MZ세대는 2.77점로 기성세대 2.51점보다 0.26점 높았다. ‘나에게 손해일지라도 팀이나 조직이 이득을 본다면 만족한다’ 문항에서는 기성세대가 3.33점으로 MZ세대 2.94점보다 0.39점 높게 나타나 조직을 대하는 태도가 세대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그렇다면 기성세대와 MZ세대가 함께 있는 조직에서는 어떠한 방식으로 세대 간 장벽을 허물어야 할까? 비즈니스 플랫폼 리멤버는 하버드경영대학원이 창간한 경영학 저널 HBR에서 그 해법을 소개했다.

이 글에서는 ▶당신과 그들의 반응에 호기심을 가져라 ▶세세한 문제점을 해결하라 ▶편견에 이름을 붙이고 이의를 제기하라 ▶차이점이 아닌 유사점을 강조하라 ▶공동 목표에 집중하라 ▶협업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아라를 방안으로 제시했다.

차이 대신 유사성을 찾고, 협업 방식을 함께 정하고, 반드시 이뤄 내야 할 공동의 명확한 목표를 만들면 세대 간에 불거질 갈등을 완화하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설명이다. 

박건 기자 gu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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