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0일 오전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김동연 경기지사가 민선8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지난 6월 30일 오전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김동연 경기지사가 민선8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기도가 대한민국 최대 지방정부로서 중앙정부와 대등한 관계로 입지를 굳히려고 도정 방향을 설정하는 모습이다. 중앙정부 정책에 순응하기보다는 불합리하다고 판단하는 사안에는 비판 수위를 높이는 동시에 정부와 차별성을 띠는 경기도정을 펼쳐 도 색깔을 덧입히려는 시도다.

취임 후 1년간 김동연 경기지사는 노동·환경·경제·교육 분야에서 도를 대표해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이는 전국 최대 인구와 산업 기반이 집약된 대한민국 축소판으로 자리잡은 도 위상을 정부에 부각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내놓은 1기 신도시 마스터플랜 시행을 내년으로 미루자 김 지사는 "사실상 대선 공약 파기"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 겨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도 차원의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위한 전담조직을 구성한 뒤 낡은 신도시 관련 특별법을 자체 마련해 정부에 건의했다.

도는 10·29 참사가 발생한 뒤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데도 정부와 차별성을 강조했다.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광교청사에 마련하는 한편, 안전 예방 핫라인과 도민안전혁신단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도민 안전대책’을 발표하면서 정부에 대통령 직속 국민안전자문회의 설치도 제안했다.

김 지사가 정부를 상대로 한 날선 발언은 윤 대통령 취임 1주기에 접어드는 시기에 전방위로 이어졌다. ‘난방비 폭탄’ 사태와 자영업자 폐업으로 민생경제가 온통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기보다는 정치권이 오히려 갈등을 조장했다며 취임 1주년을 맞이한 윤 대통령을 향해 대국민 메시지 성격의 호소문을 발표하고 민생과 정치를 복원하라고 촉구했다.

김 지사는 "정부가 말로는 민간 주도 경제를 표방하지만 경제·산업·기업 활동에 대한 간섭이 늘어나고, 사회안전망과 복지에 대한 정부 임무는 크게 축소된다"고 지적했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지난 3월 27일 경기도청 다목적회의실에서출입 언론인과 간담회를 통해 정부의 경제노동외교환경 정책을 전방위로 비판했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지난 3월 27일 경기도청 다목적회의실에서출입 언론인과 간담회를 통해 정부의 경제노동외교환경 정책을 전방위로 비판했다.

# 경기도 패싱?…정부 정책에 도정 접목 안간힘

반도체를 비롯한 국가 전략 기술 시설 투자에 세액공제 확대, 첨단산업 클러스터 조성, 납품대금연동제 시행은 정부와 도 정책 방향성이 큰 틀에서 같지만 경기지역화폐 국비 전액 삭감과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대응에는 평행선을 달리는 양상이다.

정부의 도에 대한 역차별 논란은 심심찮게 거론된다. 김 지사는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도 각종 정부 공모사업과 행사에서 뚜렷한 근거 없이 제외되자 이를 ‘경기도 패싱’이라며 "만약 정치와 관련한 이유로 경기도를 역차별한다면 어리석고 바보 같은 짓"이라고 일갈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화성에 국내 최초 전기차 전용 공장 기공식을 열 당시 김 지사를 비롯한 야당 소속 인사들이 초청 대상에서 한꺼번에 빠졌다. 공장 설립 주요 인허가를 도가 담당했으나, 대통령실이 도에 초대장조차 발송하지 않아 참석 대상에 아예 빼 버렸다는 논란은 지역 정가에서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여기에 윤 대통령 주재로 연 바이오산업 관련 첨단산업 글로벌 클러스터 전략회의에도 국민의힘 소속 충북지사와 인천시장만 초청하고 경기도에는 별다른 연락이 없었다. 바이오산업 역시 투자·판매·수출 규모로 미뤄 볼 때 도가 빠진 데 대해 의문이 남는 대목이다.

김 지사는 3월 언론인 소통간담회에서도 줄곧 정부 경제정책과 함께 재정 운용 방식도 문제 삼았다.

그는 "지금 정부가 과거 정부 정책을 무조건 잘못했다는 식으로 몰아간다면 대단히 잘못하는 처사"라며 "지금은 어려운 경제상황과 앞으로 예상하는 취약계층과 중산층 붕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위험을 고려해 적극 재정으로 돈을 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55% 늘었다. 이는 굉장히 나쁜 사인으로, 앞으로 소비와 투자 의욕을 더 떨어뜨리고 경기를 더욱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의 적극 재정 정책에 맞춰 지자체도 적극 할 일을 해야 하는데, 지역화폐 예산을 대폭 삭감한 일은 대단히 잘못했다. 엇박자가 심히 걱정스럽다"고 했다.

지난해 8월 26일 1기 신도시 낡은 아파트 현장 점검을 나온 김동연 경기지사가 주민들과 인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해 8월 26일 1기 신도시 낡은 아파트 현장 점검을 나온 김동연 경기지사가 주민들과 인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 69시간 근로제 혼선에 노사정 공동 협력관계 구축으로 맞불

정부의 강경한 태도에 한국노총이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불참한 반면, 경기도 노·사·민·정은 탄소중립과 정의로운 노동 전환 실현을 위한 공동실천 선언에 6월 20일 합의했다.

앞서 도는 4월 8일 도 노사정이 공동 채택한 선언문에서 서로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상생하는 노사정 관계를 정착하기로 했다. 또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 책임을 실천하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노사민정협의회 운영, 노동복지 증진 사업 지원, 노동안전지킴이 운영, 찾아가는 산업재해 예방교육을 비롯해 노동복지 증진을 위한 노사정 소통과 안전한 노동환경 조성사업을 지원 중이다.

김 지사는 지난해 12월 노동가족 송년의 밤 행사에 참석해 "정부의 반노동정책이나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정부는 경제 역동성을 살리기 위한 빛만 강조할 뿐, 구조와 관련한 문제에 해당하는 그림자 부분은 도외시 하거나 간과한다"고 짚었다.

69시간 근로제도 도와 정부 견해차가 극명하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69시간 근로제 추진을 두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 상황과 달리 김 지사는 연공서열제와 임금체계 개선으로 고용 형태를 다양하게 해 정규직 장벽을 허무는 노동 유연 정책과 근로시간 단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언론 간담회에서 "민생과 경제는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복합 위기에서 노동자들은 ‘과소 고용’과 ‘과잉 근로’로 고통받는다"고 진단했다.

이어 "일자리 대책은 보이지 않고 갈등만 커진다"며 "경기도는 다르게 하겠다. 갈등이 아닌 통합의 길로 나서겠다"고 했다.

#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축소에 RE100 각 분야 확산으로 대응

도는 청사 안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려고 지난해 12월 ‘일회용 플라스틱 제로’를 선포했다. 청사 이전에 따라 다회용기 사용 음식점이 부족한 주변 환경 변화로 도청과 도의회 일회용 폐기물 배출량이 1년 전에 견줘 63% 증가(2021년 10월 16t→2022년 10월 26t)한 데 따른 조치다. 그러면서 청사 다회용기 사용 체계를 구축해 청사 내부 카페와 행사에선 다회용컵을 사용한다.

과거 비영리 사단법인을 만들어 플로깅(조깅하며 쓰레기 줍기) 캠페인을 했던 김 지사는 공공기관 RE100 실행계획도 확정했다. 또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30% 달성, 2050년에는 완전한 탄소중립 실현을 목표로 한다.

이는 정부가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를 30.2%→21.6%로 낮추고, 산업부문 온실가스 감축 목표도 대폭(14.5%→11.4%) 축소한 점과 대비된다.

이와 관련해 김 지사는 기후변화, 탄소중립 문제와 관련해 윤 대통령이 후임 정부에 책임을 떠넘기는 ‘폭탄 돌리기’를 한다고 짚었다. 그는 "정부가 발표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은 모든 부담을 현 대통령 임기 뒤로 넘기는 폭탄 돌리기"라며 "감축 목표도 일부 사안은 70~80%를 임기 뒤로 미뤘다. 다음 정부는 이 폭탄을 돌릴 곳이 없어 터져야 할 상황"이라고 비판을 이어갔다.

그러나 감사원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규모 감사를 벌여 여러 비리 혐의를 발견한 데 이어 윤석열 대통령도 철저한 조사를 지시하면서 도가 추진 중인 관련 사업에도 상당한 제약이 뒤따르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도가 추진 중인 태양광 관련 3개 사업 국비 지원을 축소했다. 정부가 강도 높은 감사를 예고하면서 태양광발전소 관련 행정 처리에도 큰 압박으로 작용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4월 24일 시흥시 ㈜마팔하이테코에서 김동연 경기지사가 경기 RE100 비전 선포식에 앞서 인사말을 했다.
4월 24일 시흥시 ㈜마팔하이테코에서 김동연 경기지사가 경기 RE100 비전 선포식에 앞서 인사말을 했다.

# ‘킬러 문항’ 수능 배제에 "국정 운영 붕괴" 비판

아주대 총장을 역임했던 김 지사는 정부의 대학수학능력시험 킬러 문항(고난도 문항) 배제 논란에 대해 국정 운영 시스템 붕괴라고 비판했다.

김 지사는 "대통령 말 한마디로 지금 모든 시스템을 무시하고 거기 따라간다"며 "대통령이 입시 수사를 많이 한 전문가라서 배운다는 얘기까지 할 정도"라고 했다.

앞서 정부는 교육정책과 관련해 ‘초등학교 취학 연령 5세’ 논란으로 교육부 장관이 사임했고, ‘킬러 문항 배제’ 여파로 담당 교육국장과 교육과정평가원장이 직을 떠났다.

김 지사는 이 같은 인사에 대해 "대통령 뜻에 어긋나면 다친다는 메시지"라며 "원래 중요한 정책 방향은 당정 협의를 거쳐 발표하는데, 거꾸로 대통령이 사고 치면 당정 협의에서 수습하고, 수습하다가 헛발질이 계속 나온다"고 지적했다. 

수능을 불과 5개월여 앞두고 교육정책을 바꿔 수험생 혼란을 초래할지 모른다고 우려 섞인 쓴소리도 했다. 김 지사는 "백년지계 교육정책이 5개월지계가 돼 버렸다. 대한민국 교육문제 본질은 결국 학벌사회와 대학 서열"이라며 "근본 문제는 전혀 건드리지 못하고 섣부르게 하면서 교육정책을 망가뜨린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한다"고 일갈했다. 

김민기 기자 mk12@kihoilbo.co.kr

사진=<경기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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