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국제우편세관에서 일을 기다리는 딜론(4살).
인천공항 국제우편세관에서 일을 기다리는 딜론(4살).

(두리번 두리번 킁킁) 아! 이 냄새…대마! 대마 냄새! 찾았다. 이 봐, 핸들러 여기! 여기! 

앗! 안녕. 일을 하다 보니 정신 없었네. 반가워 난 딜론이야. ‘마약과 전쟁’ 최전방인 인천공항 국제우편세관에서 근무하는 마약탐지견이지. 올해 4살이고 수컷 래브라도 레트리버 종이야. 보시다시피 내 귀는 축 늘어졌지만 청각은 여느 개 못지않게 뛰어나.

이곳에서 일한 지는 1년 6개월 됐어. 내 파트너도 소개하지. 박동민 주무관이야. 20여 년이 넘는 베테랑으로, 나 말고도 많은 탐지견들과 함께 대한민국을 마약 청정 국가로 만드는 데 큰일을 했어.

대한민국 마약탐지견은 세계 최고 실력을 자랑하지. 해외에서도 인정받아. 최근에는 ‘K-탐지견’으로 해외로 진출도 했어. 이쯤 되면 대한민국 최대 자랑거리가 되지 않을까. 대한민국 최고 마약탐지견 탄생 과정부터 은퇴한 이후 우리가 살아가는 생활을 소개할게. 자, 그럼 나를 따라와.

마약탐지견 케이가 인천공항 국제우편세관 수하물 컨베이어벨트에서 마약을 탐지 중이다.
마약탐지견 케이가 인천공항 국제우편세관 수하물 컨베이어벨트에서 마약을 탐지 중이다.

# 요람에서 은퇴까지…관세인재개발원 탐지견훈련센터

여기는 탐지견을 번식하고 돌보면서 현장에 투입하도록 훈련하는 곳이야. 사람으로 치면 군인이 되기 전에 받는 훈련소라고 보면 돼.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 탐지견들이 현직에서 물러나면 여기에 와서 은퇴 생활을 계획하는 곳이기도 해.

 나도 여기서 태어나 12개월까지는 자견 훈련을 받았어. 탐지견 자격이 되는지 자질을 검증하는 단계야. 탐지견은 날 때부터 체력과 소유욕이 강해야 하고, 유달리 고도의 집중력을 갖춰야 하거든.

여기서 통과하면 양성 훈련과 같은 집중 교육을 받게 돼. 훈련 기간은 16주간이야. 훈련 과정은 마약 냄새를 기억하고 수하물 탐지를 하게 돼. 대마·해시시·코카인·헤로인·아편·엑스터시 같은 마약을 탐지하는 능력을 길러서 일선 공항과 항만에 배치되지.

그런 일이 가능하냐고? 당연하지. 이곳 훈련소에는 실제 압수한 마약이랑 마약을 밀반입할 때 숨기는 장소를 재연해 뒀거든. 현장에 가면 별의별 사람이 다 있어. 신발 깔창을 뜯어서 마약을 몰래 들이는 사람, 몸 안에 숨기는 사람, 옷이나 짐가방을 뜯어 마약을 넣어 다시 꿰매 밀봉한 뒤 들이는 사람들로 넘쳐나거든.

그렇기 때문에 이곳 훈련소는 현장을 그대로 재연해서 훈련하도록 갖췄어. 참고로 이곳 훈련소는 세계 최고 수준의 시설을 자랑한단다. 2001년 건립한 이곳은 부지 면적만도 5만8천866㎡나 되지. 건물도 엄청 많아. 관리동을 포함해 우리가 태어나서 사는 자견동까지 11개 동에 이른단다. 2021년에는 세계관세기구 아시아·태평양 ‘지역 탐지견 훈련기구’로 지정돼 회원국이 보유한 탐지견과 교관 훈련 장소로도 이용하는 중이야.

인천시 중구 관세인재개발원 탐지견 훈련센터 내부 마약탐지견 훈련시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인천시 중구 관세인재개발원 탐지견 훈련센터 내부 마약탐지견 훈련시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기쁜 소식은 ‘K-탐지견’, 그러니까 태국으로 진출하는 탐지견도 생겼어. 2021년 12월 태어난 래브라도 레트리버 종인 제이크와 조크라는 개인데 아주 유능한 요원이야. 7월부터 태국에서 활동할 예정이지. 지금은 이곳 훈련센터에서 태국 측 핸들러 2명과 양성 훈련을 해.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성공 개최하려고 미국 관세청에서 무상으로 기증받은 지 36년 만에 해외에 진출하는 쾌거를 거둔 셈이지.

근데 오늘이 며칠이지? 7월 7일이라고? 아이고 밖에 온도가 30℃네. 무지 덥네. 킁킁 응? 저게 누구야. 아이고, 저 탐지견이 왜 나왔지. 옳거니 취재를 온다니까 나왔구나. 우리 탐지견 우상 주디를 소개할게. 주디는 9살 암컷 래브라도 레트리버 종이야. 사람 나이로 하면 60∼70세라고 보면 돼. 현장에서 은퇴하고 지금은 민간 가족을 기다리는 중이야. 주디가 보여 주는 시연은 공항 입국장에서도 보는 모습이야. 핸들러와 함께 마네킹 사이를 오가며 냄새를 맡고 짐가방에서 마약을 탐지하면 바로 앉아 꼬리를 흔들며 반응하지. 탐지견은 30㎝ 거리면 냄새를 다 맡거든. 그럼 현장으로 가 볼까. 주디 누나 수고했어요.

# ‘킁킁! 다 찾아’ 사람의 1만 배…관세청 마약탐지견

여기는 내가 일하는 인천공항 국제우편세관이야. 마약 탐지는 사람·X-RAY·탐지견으로 하지. 이 중 탐지견이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막중한 업무를 수행하지.

2019년부터 지난 4월까지 마약류 3천258건을 적발했는데, 이 중 탐지견이 558건, 17%를 탐지했다고. 후!후! 밀반입하는 마약 중 가장 많이 남용하는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은 무색·무취·무미해 적발하기 까다롭지만 우리 탐지견에게는 킁킁 ‘개껌’이지.

인천시 중구 관세인재개발원 탐지견훈련센터에서 마약탐지견 주디가 김동규 교관과 교감한다.
인천시 중구 관세인재개발원 탐지견훈련센터에서 마약탐지견 주디가 김동규 교관과 교감한다.

지금 저곳에서 일하는 마약탐지견은 ‘케이’라고 해. 나와 같은 검정 수컷 래브라도 레트리버 종이지. 나에게는 하늘 같은 선배기도 해. 올해로 나이가 8살이야. 사람으로 치면 60세 정도라고 보면 되지. 그래서 케이는 이제 곧 은퇴를 앞뒀어.

아까 우리가 훈련받은 센터로 복귀해 여생을 보내는 탐지견도 있지만 대부분 우리에게 가족을 찾아주려고 노력해. 같이 근무했던 핸들러에게 입양되는 경우도 종종 있어. 케이의 장점은 다른 탐지견보다 체력이 우수하다는 점이야. 게다가 집중력과 후각이 뛰어나 아주 작은 마약도 찾아내지. 

나 같은 마약탐지견 후각은 사람의 1만 배 수준이지. 수하물이 들어오는 컨베이어벨트에서 20∼30분가량 부지런히 다녀야 하기에 체력은 필수야. 뭐라고? 고작 20∼30분? 이 봐. 20∼30분 동안 후각을 집중하려면 그만큼 체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몰라. 컨베이어벨트에서 하는 탐지 활동은 사람으로 치면 가볍게 뛰는 러닝머신에서 전화를 받고 책을 읽는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일이야. 그래서 탐지견 근무시간은 항상 정해졌어.

이제 내가 시범을 보여 줄 시간이군. 킁킁. 나는 섬세하다는 장점이 있지. 절대 겁이 많다거나 소심하다고 하면 안 돼. 그래서 난 아주 작은 마약도 찾아내지. 얼마 전에도 한 건 했다고. 아직 수사 중이기 때문에 더는 말을 못하지만 아주∼아주 작은 마약을 찾아냈지.

앗 잠시만. 킁킁. 이 냄새는 마약이다. 이 봐. 핸들러, 나 여기 앉았어. 흔들리는 꼬리 보이지. 이리 와 봐. 여기 핑크색 봉투에 마약 냄새가 나. 킁!킁! 맞지. 바로 찾아냈어. 아! 일부러 넣어 둔 거였군. 어? 지금 상황이 뭐냐고? 능력 유지 훈련이라고 해.

탐지견은 가끔 우울감을 느끼기도 해. 나처럼 소심한 탐지견은 의기소침해지는 경우가 있어. 마약 탐지에 실패했다고 느끼게 되면서 이런 증상이 나타나지. 때문에 우리를 위해서 저렇게 일부러 가짜 마약을 숨겨서 찾게 해 줘. 탐지견으로서 임무도 수행하고 재미있는 보라색 링을 갖고 놀게 해 줘.

그리고 케이는 흰 수건으로 둘둘 만 더미를 좋아해. 마약을 탐지하면 더미를 던져 주며 칭찬을 하지. 결국 탐지견은 핸들러가 보상으로 주는 더미를 갖고 놀려고 마약을 탐지하는 셈이지. 

우리 탐지견은 이처럼 1시간 근무, 2시간 휴식을 두 마리가 교대로 하면서 하루에 5∼6회 탐지하는 일을 해. 탐지견마다 마약을 탐지했을 때 습성이 모두 달라. 그래서 핸들러가 이를 잘 파악하는 일이 중요해. 우리 탐지견들이 모두 순하게 잘생겼다는 점도 자랑이지. 많은 사람이 오가는 공항에서 사납게 생긴 개보다는 우리처럼 귀가 축 늘어진 개가 더 인기가 있다고.

더욱이 귀가 틀어진 비글 종은 공항 현장에서 눈에 많이 띄지. 덩치가 작아 국제공항과 국제우체국에서 동식물 검역을 맡지.

자, 여기도 나가야 할 시간이야. 저기 켄넬 문을 좀 열어 줘. 우리는 체력 소모를 줄이려고 이동이나 휴식할 때 이렇게 켄넬을 이용해. 이제 시원한 곳에 가서 우리 은퇴한 선배들 얘기를 하자고.

지난 7일 인천시 중구 관세인재개발원 탐지견 훈련센터에서 김동규 교관이 기초탐지훈련대를 설명한다.
지난 7일 인천시 중구 관세인재개발원 탐지견 훈련센터에서 김동규 교관이 기초탐지훈련대를 설명한다.

# 명예의 전당 입성

다시 훈련센터로 왔군. 요람에서 은퇴까지 여기 센터에서 일 처리를 다하지. 우리가 은퇴하면 우선 민간에 분양했어. 여기에는 은퇴 탐지견 말고도 양성 훈련에 합격하지 못한 훈련견도 분양하지. 훈련견 분양은 2살부터 8살짜리 개로, 기본 훈련은 이수했지만 최종 탐지견 양성 훈련에 합격하지 못한 개가 대상이지.

민간으로 갈 때는 원하는 가정에서는 중성화수술도 해서 보내 주지. 나처럼 래브라도 레트리버종은 25㎏ 이상 대형견이지만, 사람에게 친절하고 온순하며 순박한 성격이지. 그러니까 많이 많이 사랑해 주면 좋겠어. 훈련센터는 훈련견이 입양 환경에 쉽게 적응하도록 꾸준히 기본 예절교육을 해. 입양 이후에도 유선과 방문 상담으로 적응을 돕고 있으니까 언제든지 문의하라고.

그리고 이 소식은 최근 입양한 탐지견 얘기야. 지난 1월 30일 은퇴한 아도라는 수컷 래브라도 레트리버 종이지. 신청자 남편 직업이 목수라고 하더군. 아도라를 위해 손수 견사를 지어주겠다고 말했대. 입양 당일에도 직접 준비한 인식표를 챙겨 오는 진심을 다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 깊었어.

번번이 나와 같은 레트리버 얘기만 했는데 은퇴한 선배 중에는 스프링어 스패니얼 종인 보스도 있어. 5월 은퇴한 보스 나이는 6살이야. 사정상 이른 나이에 은퇴했는데, 그래도 좋은 가정에 입양돼 행복한 생활을 한대. 반려견 두 마리 후추와 땅콩이를 키우는 가정이야. 넓은 마당과 견 분실 위험이 없는 튼튼한 담장이 있고 내부 공간을 잘 갖춘 집이야. 입양 전부터 땅콩이와 사이가 안 좋을까 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땅콩이가 보스를 너무 좋아해서 졸졸졸 쫓아다닌대. 날마다 마당을 빙빙 돌며 끝없는 잡기놀이를 한다니까 둘은 환상의 짝꿍이 된 셈이지.

자, 이제 우리 마약탐지견 소개를 마칠까 해. 대한민국이 마약과 전쟁을 선언했다고 들었어. 걱정하지 말라고. 우리 탐지견들이 대한민국 마약 전쟁 최전선에서 뛰니까. 그럼 이상 끝. 난 대한민국 최고 마약탐지견 딜론이라고 해.

안재균 기자 ajk@kihoilbo.co.kr

사진=<인천공항 세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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