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장평초등학교 학생들의 숲길 걷기 활동.
용인 장평초등학교 학생들의 숲길 걷기 활동.

저출생으로 인구절벽 시대가 닥쳤다. 통계청 장래 인구 추계에 따르면 0~14세 유소년 인구는 2020년 631만 명에서 계속 하락해 2030년에는 433만 명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연간 합계 출생률은 해마다 줄어 지난해 0.78명을 찍었다.

이에 곳곳에서 폐교하는 학교가 속출한다. 지방소멸이 가장 큰 문제지만 수도권인 경기도도 예외는 아니다. 신도시를 벗어나면 개발 격차가 큰 농어촌 소규모 학교가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 공시에 따르면 올해 한 학급 학생 수가 10명도 되지 않는 도내 초교는 1천346개 교 중 150개 교로, 그 중 124개 교는 전교생이 60명 이하인 소규모 학교다. 용인시 처인구 장평초등학교도 그 중 하나다. 

숲길을 걷는 학생들.
숲길을 걷는 학생들.

장평초는 2020년 전교생 19명에 4학급으로 폐교 위기에 내몰렸다. 그러나 지난해 전교생 30명에 5학급, 지금은 전교생 32명에 6학급으로 학생 수를 회복하면서 소폭이지만 상승세를 보인다.

그 비결은 바로 교육환경을 특색 있게 만든 점이다. 장평초는 2011년부터 용인시 아토피천식 안심학교로 지정돼 황토벽 교실과 향나무 복도, 원적외선 황토방, 편백나무 히노키탕을 마련하고 친환경 텃밭 가꾸기, 숲길 산책, 히노키탕 목욕 같은 아토피에 특화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아토피천식 안심학교는 알레르기 질환으로 인한 학생의 학습 능력과 삶의 질 저하를 예방·관리하려고 질병관리청이 2008년 추진한 학교 중심 보건사업으로, 알레르기 질환 악화 요인을 제거해 교내 환경을 관리하고 천식 응급키트 구비와 함께 알레르기 쇼크 대응 체계를 마련한다.

VR기기를 활용한 메타버스 수업 모습.
VR기기를 활용한 메타버스 수업 모습.

장평초 영양사, 체육교사, 일반교사는 알레르기 질환의 올바른 치료와 관리법, 응급상황 대처 방법 같은 관련 교육을 이수했고, 보건교사는 알레르기 질환 전문 교육을 받아 5∼6학년을 대상으로 5차시 알레르기 질환 교육을 한다.

이 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장평초는 2020년 경기혁신교육 학생 건강 증진 분야 우수학교로 교육감 표창을 받았고, 올 4월에는 용인시 지원으로 용인세브란스병원, 용인교육지원청과 3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아토피천식 안심학교를 시행한 지 12년 만의 협약이다. 

업무협약에 따라 용인세브란스병원은 장평초에 빠른 의료서비스와 아토피천식 프로그램 교육·자문을 한다.

정재욱 교감은 "세브란스병원과 업무협약 소식이 알려진 4월 이후 약 두 달간 전학 문의만 6건에다 실제 전학 온 학생은 2명"이라며 "이 때문에 전교생이 30명에서 32명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텃밭교육을 받으며 오이·가지·고추 같은 식용작물을 심었다.
지난 5월 텃밭교육을 받으며 오이·가지·고추 같은 식용작물을 심었다.

장평초는 그 밖에도 요리·우쿨렐레·코딩·도예와 같은 방과 후 특기·적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난달 에듀테크 기반 학력 향상 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 다방면에서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학생 유치에 힘을 쏟는다.

더욱이 에듀테크 프로그램은 클래스팅 AI로 진단과 보충 학습을 진행해 학습자 맞춤 콘텐츠를 제공하고 챗봇 뮤지오로 영어 말하기 연습을, AI 펭톡으로 영어 발음 점검을, 리딩앤으로 영어 독해 학습을 하면서 영어수업 전반에 챗봇을 적극 활용하는 안으로 구성해 학부모들의 기대가 크다.

그러나 여전히 어려움도 있다. 주변 거주 여건이 열악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앞서 전학을 문의했으나 무산된 4건 역시 주거가 열악하단 이유가 컸다.

6월 18일 기준 국내 포털사이트 부동산 서비스에 등록된 장평리 주거 매물은 38개로, 그 중 27개가 단독주택이다. 관리가 쉽지 않고 매매가격 부담이 큰 주거 형태가 대부분인 셈이다.

장평초 3학년 학생이 알레르기 천식 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한다.
장평초 3학년 학생이 알레르기 천식 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한다.

학교에서 스쿨버스를 운영하지만 인근 다른 리 단위 지자체도 사정은 비슷해 학부모 부담은 불가피하다. 이에 학생 유치 못지않게 기간제 교원 모집도 어려운 실정이다.

4월엔 교육공무직인 도서관 사서의 육아휴직으로 대체 근로자를 모집했으나 두 달이 지나도록 지원자가 없어 곤욕을 치렀다. 농어촌학교 승진 가산점을 받는 교사나 높은 시급 혜택을 받는 시간제 강사와 달리 기간제 교원에게는 혜택이나 유인책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교내에 사택 6채가 있지만 모두 만실이라 새로 지원하는 기간제 교원에게 제공할 기숙사도 없었다. 사서가 없는 두 달간 도서관은 학부모 자원봉사자와 일부 교사가 업무를 분담해 운영했고, 5월 13일 원 사서가 복직하고 나서야 업무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이 같은 열악한 주거에도 희망이 생겼다. 장평초에서 7㎞가량 떨어진 곳에 이달 착공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산업단지가 자리잡기 때문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2026년까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50여 개 기업이 처인구 원삼면 일원 415만㎡에 입주해 차세대 메모리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학생들이 직접 심은 수세미를 수확해 천연 수세미 만들기 체험학습을 했다.
학생들이 직접 심은 수세미를 수확해 천연 수세미 만들기 체험학습을 했다.

클러스터 조성으로 장평초도 주거환경 개선과 학령인구 유입 효과를 기대하게 됐다.

정재욱 교감은 "읍·면 단위 소규모 학교는 단순한 교육 공간이 아니라 그 지역 문화 거점 구실을 하기 때문에 폐교해선 안 된다"며 "작은 학교를 살리려고 다들 노력한다는 사실을 알아 달라"고 했다.

장평초 말고도 도내 다수 소규모 학교가 특색 있는 방법으로 학생 유치전을 벌인다. 연천 노곡초는 드론과 인공지능 센서 로봇을 활용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교육을 한다. 용인 백봉초는 영화 제작, 골프, 승마학교, 캠핑학교와 같은 고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윤소예 인턴기자 yoon@kihoilbo.co.kr

사진= <용인 장평초등학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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