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시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센터 전경.
의정부시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센터 전경.

대한민국 국민은 의무교육인 초등학교 6년과 중학교 3년 과정을 거친다. 이후 대부분 고등학교에 진학해 대학 또는 취업이라는 목표로 같은 교복을 입고, 같은 교실에 앉아, 같은 수업을 듣는다. 우리나라 보통 학생이라면 두말하지 않고 당연하게 여기는 모습이다.

그러나 학교 밖 학생들은 당연함을 거부하고 사회가 정한 정규 교육이 아니라 학교를 벗어나 스스로 삶의 발자취를 만든다. 단순히 가까운 미래에 되고 싶은 직업을 묻는 어른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고, 어떻게 살아가겠다는 미래를 이야기한다. 모두가 한결같아서 다름이 없는 과정이 아니라 다양한 자극으로 자신만의 온전한 가치관을 찾아간다.

사회 통념을 깨고 스스로 꿈을 찾는 청소년들이 모인 곳, 의정부시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센터 ‘꿈드림’이 그 주인공이다.

꿈드림센터 사진 동아리가 아쿠아리움을 찾아 동아리 활동을 한다.
꿈드림센터 사진 동아리가 아쿠아리움을 찾아 동아리 활동을 한다.

# 의정부시 학교 밖 청소년 공간 ‘꿈드림’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용어는 2014년 제정한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정의한 개념이다. 초·중등 적령기인 청소년이 여러 가지 이유로 정규 학교에 다니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의정부시청소년재단은 만 9∼24세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하려고 2015년 의정부시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 ‘꿈드림’ 문을 열었다.

당초 호원동 어린이집 공간을 다시 가꿔 사용했지만, 센터장을 포함한 직원 8명이 힘을 모아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에 꿈드림을 이용하는 학교 밖 청소년들의 발길이 늘었고, 2021년 11월 누구나 찾기 쉬운 의정부시청 근처로 자리를 옮겼다.

꿈드림은 청소년들의 성장을 도우려고 네 가지를 중점 운영한다.

첫 번째는 학업 복귀다. 학교를 그만뒀지만 학업을 중단하지 않도록 검정고시, 학습 멘토링, 대학 입시를 지원한다. 그 결실로 올해 꿈드림 소속 청소년 17명이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대학에 합격해 학업을 이어간다.

푸드 스페이스 제과제빵 수업에 센터 청소년들이 참여했다.
푸드 스페이스 제과제빵 수업에 센터 청소년들이 참여했다.

두 번째는 개인별 맞춤 진로 자립을 돕는다. 프로그램은 진로상담, 자립 준비 교실, 기술 훈련, 직장 체험, 취업 5단계로 구성해 청소년이 안전하게 사회로 진출하도록 지원한다.

세 번째는 센터 안 꿈 공작소를 만들어 다양한 체험활동을 제공한다. 꿈 공작소를 활용해 동아리 활동을 활발하게 만들어 새로운 대인관계를 만들고 꿈을 찾도록 유도한다. 푸드 스페이스, 영상 스페이스, 4차 산업 스페이스, 모아카페 4가지 공작소로 운영하면서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했다.

네 번째는 학교 밖 청소년들의 문화 소양을 길러주려고 다양한 문화 체험과 캠프, 여행 같은 활동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꿈드림은 정규 교육을 받지 않는 청소년이 소외받지 않도록 자립 가능한 여건과 사회 진출에 필요한 지원을 하려고 노력 중이다.

# 과거 멘티가 현재 멘토…우민영 멘토

현재 꿈드림에서 멘토 임무를 맡은 우민영(22)멘토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센터에 속한 청소년이었다. 현재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3학년 대학생으로, 의정부시 학교 밖 청소년들의 언니이자 든든한 지원자다.

우 멘토는 학교를 떠나기 전 자신을 평범하게 공부 잘하는 모범생으로, 시키는 대로 잘 해내는 학생이라 표현한다. 그런데도 항상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컸고,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완벽만 추구하며 변해 버린 모습에 자신을 영영 잃어버릴까 봐 학업 중단을 결정했다.

이순규 팀장과 우민영 멘토.
이순규 팀장과 우민영 멘토.

그는 "맡은 바를 제대로 보여 주지 못할까 봐 혹은 실수해서 폐를 끼칠까 봐 속으로 불안하지만 겉으로는 티를 안 내려고 노력했다. 그러다가 스스로 학업 중단을 결정했다. 사회가 정한 학생으로서 본분에 불복종하며 부모님과도 많은 갈등을 겪고, 주변 사람들에게 잘못된 선택이라는 지적도 받았다"며 기억을 더듬었다.

남들이 가는 길을 포기한 자신을 탓하며 뾰족한 생각을 하던 시기 꿈드림을 찾았다. 센터에서 작은 일에도 ‘잘한다’는 칭찬을 아낌없이 들었고, 그 어떤 제도보다 자립에 도움을 받았다. 

꿈드림의 따뜻한 분위기 속 모든 프로그램과 활동에 참가했던 그는 꿈드림이 곧 학창시절이라고 말한다. 꿈드림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의 ‘프로 참가자’였던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을 묻자 ‘걷다’를 소개했다.

"학교를 다니면 공부하느라 앉는 시간이 많아 밖으로 나가는 활동이 적었다. 길치다 보니 프로그램 초기에는 밖에서 활동이 어색했지만 다른 지역 문화 체험과 등산, 트레킹으로 만난 친구들과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나누며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기회였다"고 했다.

그는 학업을 이어나가려고 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대학 전공으로 사회복지학과를 선택한다. 이유는 자신과 같은 학업 중단 청소년을 비롯해 다른 사람이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 도움을 건네는 옹호자이자 길잡이가 되고자 함이다.

꿈드림에서 활동을 바탕으로 어제보다 오늘이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는 우 멘토는 학업 중단은 자신의 삶에서 작은 선택 가운데 하나였다고 말한다.

그는 "처음에는 혼란스럽고 옳은 선택인가 확신이 서지 않았지만 현재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또 주어진 삶과 시간을 소중하고 의미 있게 써야 한다는 교훈도 얻었다. 현재 학교 밖 청소년들도 당장은 엄청난 반항과 선택으로 보이겠지만, 자신의 선택을 믿고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가길 바란다"고 말을 맺었다.

꿈드림센터 동아리 로운밴드가 지역 축제에 참여해 멋진 공연을 선보였다.
꿈드림센터 동아리 로운밴드가 지역 축제에 참여해 멋진 공연을 선보였다.

# 학교 밖 청소년의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꿈드림은 학교 밖 청소년들이 학업과 진로에 대한 걱정을 덜고 현실을 넘어 더 큰 미래를 준비하도록 지원한다. 예산에 맞춘 프로그램이 아니라 지식과 지혜를 갖춘 인재로 성장하는 데 중점을 두고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2019년 10월 진행한 ‘전설의 태백산’ 프로그램이다. 당시 참여 청소년들은 늦가을 산수가 아름다운 태백산을 올랐다. 해발 1천567m 산을 오르다 보니 자연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고, 하나둘씩 ‘왜 해야 하는지’ 불만을 털어놨다. 몸이 고되다 보니 예민해져 날카로운 말들이 오갔고, 빨리 오르지 못하는 일행을 기다리느라 추위에 떨기도 했다.

프로그램에 동행한 센터 직원들은 청소년들이 힘든 상황을 헤쳐 나가도록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스스로 느끼고 배우도록 기다려 주는 방법이 필요하다 여겼다. 이내 정상에 오르자 성취감을 느낀 청소년들은 하나둘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산에서 내려올 때는 서로를 챙기기 바빴다.

이순규 팀장은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은 하루 종일 걷는 일도 처음, 명산을 오르는 일도 처음, 서른 명이 함께 마음을 맞추려고 노력한 일도 처음이라고 했다"며 "스스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도전해서 성취했다는 기쁨을 느낀 학생들은 아직도 그날을 추억한다"고 했다.

# 꿈을 찾는 사랑방

학교를 벗어나 학업을 중단한 학교 밖 청소년들은 사회의 나쁜 인식과 선입견 탓에 외로움을 경험한다.

2021년 7월 기준 의정부시에서 학교 밖 청소년 345명이 생겼다. 현재 꿈드림은 날마다 평균 35명에서 40명 정도가 방문한다.

의정부시청소년재단 앞에서 찾아가는 모아카페를 운영한 꿈드림센터 청소년들.
의정부시청소년재단 앞에서 찾아가는 모아카페를 운영한 꿈드림센터 청소년들.

해마다 비슷한 수의 학생들이 학교를 그만두는 상황에서 꿈드림을 찾지 않고 은둔하는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해야 하는 센터 임무가 막중하다. 

꿈드림은 ‘아웃리치 프로그램’을 정기 운영해 학교 밖 청소년을 적극 발굴한다. 또 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같은 다양한 홍보 채널로 꿈드림을 알리고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또 쉽게 찾고 편하게 활동하도록 환경 구성과 프로그램 운영에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비슷한 환경에 놓인 친구들을 만나고 공감대를 형성하며 함께 성장하길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인 학교 밖 청소년들이 조금 늦더라도 다양한 교육과 활동으로 스스로 생활하고 자립하도록 돕는다.

이상순 센터장은 "적응하지 못해서 학교를 그만뒀다는 선입견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러 있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부적응을 이유로 학교를 그만두지 않았다. 진정한 자기 모습을 찾아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하려는 선구자 성향을 가진 친구들이 많다"며 "센터를 찾는 아이들에게 사랑방 같은 안정감을 제공해 자신의 꿈을 소중하게 여기고, 그 꿈을 성장시키는 데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도록 센터가 손을 잡고 싶다"고 했다.

  이은채 기자 chae@kihoilbo.co.kr

사진= <의정부시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 꿈드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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