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웨어 천연염색 기술인 휴나 다잉(HUNA DYEING)으로 물들인 원단으로 만든 옷.
그린웨어 천연염색 기술인 휴나 다잉(HUNA DYEING)으로 물들인 원단으로 만든 옷.

한국은 식민지배로 모진 수탈을 당하고 해방 뒤 한국전쟁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국토가 폐허로 변하고 국민들은 배고픔에 시달렸다.

황폐해진 나라가 ‘한강의 기적’이라고 할 만큼 짧은 기간에 놀라운 성장을 이루는 데 경공업인 섬유산업을 빼놓고 논하기 어렵다. 당시 정부는 경제성장 동력을 수출로 삼았고, 1970년 섬유류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기며 국가 경제를 지탱했다. 그러나 해를 거듭하면서 섬유산업은 녹록지 않았다. 국가 주력산업 개편과 값싼 인건비를 내세운 개발도상국 때문에 경쟁력을 잃어갔다.

현재 한국 섬유산업은 10인 미만 소규모 업체 비중이 90%대를 바라볼 정도로 영세해졌다. 게다가 섬유 공정이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목소리까지 더해져 궁지에 몰렸다.

이 가운데 양주시 검준일반산업단지에 자리한 염색업체는 당초 화학염료를 사용하는 방식에 ‘반기’를 들었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려고 천연염색 기술이라는 쉽지 않은 길을 택했다.

천연염색이 환경과 인체에 친숙하다는 점에 영감을 얻어 품질과 생산 측면의 한계를 극복해 자연 재료를 사용하는 지속가능한 염색 기술을 개발한다. 지금까지 방식을 거부하고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걷는 친환경 섬유기업 ‘주식회사 그린웨어’다.

양주시 검준일반산업단지에 있는 그린웨어 공장 내부.
양주시 검준일반산업단지에 있는 그린웨어 공장 내부.

# 환경오염 낙인 지우려고 친환경 대안을 찾다

섬유산업 공정 가운데 사용한 많은 열에너지는 지구온난화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또 합성염료를 이용한 화학염색이 전체 사업군 가운데 가장 생태 독성이 높은 폐수를 배출하는데, 이는 세계 폐수 가운데 20%를 차지한다. 이에 섬유산업은 지구환경을 파괴해 자연이나 동식물을 위협한다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닌다.

세계 곳곳에서 환경을 중요하게 여기는 추세에 맞춰 정부도 환경보호에 필요한 규제를 늘렸다. 아울러 대규모 섬유기업도 다양한 친환경 공정을 내놨지만 업사이클링, 친환경 원사 같이 소재 측면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이마저도 따라가기 어려운 영세 업체는 환경 관련 법령을 준수하고 친환경 기술 개발에 대한 비용 부담만 나날이 늘어난다.

그 가운데 2020년 설립한 천연염색 전문 스타트업 그린웨어는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는 기술에 관심이 많다. 섬유·원단·화학·생산 같은 여러 분야 전문가를 모아 천연 재료에 알맞은 염색기술인 ‘휴나 다잉(HUNA DYEING)’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폐수 농도, 잔류 화학물질, 물 사용량을 최소로 제한했다. 환경과 인체에 대한 영향을 줄인 그린웨어 천연염색 원단은 화학첨가제를 거의 사용하지 않아 생산공정에서 배출하는 폐수 농도가 화학염색 폐수 대비 5분의 1 수준이다.

그린웨어 천연염색 기술인 휴나 다잉(HUNA DYEING)으로 염색한 원단으로 만들어진 의류.
그린웨어 천연염색 기술인 휴나 다잉(HUNA DYEING)으로 염색한 원단으로 만들어진 의류.

# 천연염색 필요성을 깨닫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시골 마을에서 자랐다는 허현범 그린웨어 대표. 어린 시절 무더운 여름이면 동네 친구들과 헤엄치고 놀던 시냇물을 기억한다. 서울살이로 정신없이 지내다가 시간이 많이 흐른 뒤 찾은 고향 마을 시냇물은 더 이상 발조차 담그기 어려울 정도로 엉망이었다.

그는 "물길을 타고 흘러 내려온 쓰레기가 산처럼 쌓였고, 오염된 개천을 보며 자연을 이렇게 함부로 다뤄도 되나 걱정이 앞섰다"며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이야기했다.

심지어 예민한 피부로 고생하는 가운데 우연히 천연염색으로 만든 옷을 선물 받았다. 식물 분말로 염색한 옷을 입고 피부가 편안해진 느낌이 들어 염색 공정에 관심을 가졌다.

허 대표는 다니던 회사 퇴직을 앞두고 2년 정도 천연염색을 공부했다.

"천연염색을 시도한 회사들은 대부분 화학염색을 하던 곳이다. 이들 회사는 과거 섬유산업이 전성기였던 시절 우수한 인재들이 개발한 기술을 그대로 사용한다. 하나 사업 수준이 높아지면서 우수한 인재는 경공업을 떠났고 더 이상 활발한 연구가 어려워졌다."

퇴직하고 잘 되리라는 확신을 갖고 일을 시작했지만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은 역시나 쉽지 않았다. 그는 녹록지 않을 때마다 사업을 시작할 당시 많은 사람과 보람된 일을 하고, 정당한 대가를 받으며 오랫동안 일하는 환경을 만들자는 목표를 떠올렸다.

천연염색 과정
천연염색 과정

# 지속가능한 산업을 꿈꾸며 천연염색을 고집하다

과거 천연염색은 옷에 꽃·열매·나무 같은 자연 재료로 색을 들여 개성을 나타내는 방식이었다. 산업혁명으로 석유화학 기반인 합성염료를 사용해 높은 품질과 생산성을 갖춰 천연염색을 대체했지만 환경오염을 일으켰다. 더구나 합성염료 일부는 옷에 남아 피부 염증과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그린웨어는 지속가능한 섬유산업에 천연염색이 필요하다 여겼다. 화학염색에 견줘 피부 자극을 덜 주고, 유해성이 적은 폐수를 배출한다는 점에서 친환경 강점을 찾았다.

그러나 천연염색을 했던 다른 업체들은 품질이 낮고 대량생산이 어려운데다, 염색 가능한 소재가 제한돼 상품성을 가진 기술 개발이 부진했다. 더욱이 화학염색보다 까다로운 공정으로 대부분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기술 개발에서 손을 뗐다.

이런 기술 한계를 극복한 그린웨어는 고품질 천연염색 제품을 개발한다. 환경오염 주범으로 낙인 찍힌 섬유패션시장에 친환경이라는 새바람을 일으킨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의 천연염색 기술을 만들려고 다양한 색상과 소재 확장, 친환경 고효율 공정을 만들려고 고군분투한다.

허 대표는 "그린웨어 천연염색 제품은 당초 천연염색 한계로 여긴 색상 재현성과 견뢰도(굳고 단단한 정도) 같은 품질 문제를 해결한 고품질 천연염색 원단이다. 연구진 노력으로 다양한 천연염색 색상을 개발했고, 화학염색으로는 어려웠던 폴리에틸렌 소재까지 천연염색에 성공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색상과 소재에 염색이 가능하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 환경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다

허 대표는 사업을 시작한 뒤 일주일에 100시간을 일하며 어렵게 개발한 천연염색 기술의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여겼다.

더욱이 세계 곳곳에서 환경오염을 줄이고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하자는 움직임이 거세지자 탄소배출 저감 같은 친환경 정책을 추진했다. 이와 연계해 차츰 환경 관련 수출 규제가 이뤄지는 추세에 그린웨어 천연염색 원단도 친환경 인증을 받기로 계획한다.

그린웨어는 기술 개발에 총력을 다하다 보니 인증 절차에 필요한 지원은 경기도 특화기업 지원과 ‘섬유패션 친환경 글로벌 인증 지원’ 사업을 이용했다. 해당 사업은 도내 섬유기업의 친환경 인증 절차를 지원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목적을 뒀다.

그린웨어 천연염색 기술로 만든 원단.
그린웨어 천연염색 기술로 만든 원단.

그린웨어 천연염색 원단은 지원사업으로 친환경 인증(OEKO-TEX® STANDARD 100)을 획득했다. 독일 기반 글로벌 섬유 인증 기관 OEKO-TEX®에서 발행하는 STANDARD 100 인증은 가장 엄격하고 권위 있는 친환경 인증 가운데 하나로, 섬유 제품이 인체에 무해하고 환경친화형이라는 사실을 인증한다.

해당 인증은 섬유제품의 모든 구성 요소가 유해물질 검사를 거쳤고, 인체 건강에 해가 없음을 보여 준다. 인증 취득에 필요한 시험 과정에서 모든 항목이 단순히 기준치를 충족하는 선이 아니라 대부분이 기준치 10분의 1 혹은 그 이하 수준으로 나타났다.

그린웨어는 해당 인증으로 친환경 섬유 스타트업으로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췄다. 더욱이 원단이 환경과 인체에 끼치는 영향이 매우 적어 국내외 바이어들의 친환경성 입증 요구에 대한 근거를 확보했다.

패션사업에서 천연염색은 염색 가능한 색상과 소재가 매우 제한돼 대량생산이 어렵다는 한계 탓에 주류로 자리잡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그린웨어는 이에 굴하지 않고 친환경 섬유와 패션산업 선두 주자로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이끌려고 노력한다. 또 글로벌 친환경 인증을 추가 획득해 제품과 기술에 대한 국제 신뢰를 강화할 계획이다. 

국내외 시장으로 확장과 함께 글로벌 고객들에게 친환경 원단의 가치를 알리려고 동분서주하는 그린웨어의 앞날이 더욱 기대된다. 

이은채 기자 chae@kihoilbo.co.kr

사진= <그린웨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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