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제로 웨이스트 물건을 파는 ‘그리너마켓’.
비건·제로 웨이스트 물건을 파는 ‘그리너마켓’.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목사는 "인간은 부당한 법에 불복종할 도덕 의무를 지닌다"고 했다.

불복종은 미국 작가이자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David Henry Thoreau)가 저서 「시민의 불복종」에서 제안한 개념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 참신한 아이디어와 패기, 불복종에 대한 자신들만의 해석으로 험한 세상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고 멋지게 살아가는 아름다운 청년들을 만났다.

경기북부 수부도시인 의정부 출신 청년 셋이 모여 세상을 향해 불복종을 외친다. "이 지구에서 느끼는 존재들이 모두 고통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비건은 채식만 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왜 육식을 하지 않는지 생각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우리는 순순히 멸종되지 않겠다."

인간은 거대한 우주 속 먼지와 같은 존재다. 전쟁과 질병·바이러스, 홍수나 태풍, 지진 같은 각종 위기가 줄곧 공격한다. 하지만 이런 위기는 모두 인간 스스로 자초한 재앙의 일부다. 

이에 굴복하지 않고 순순히 멸망하지 않으며 저항하겠다는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한 의정부 청년 모임 ‘불복종 먼지들’ 속으로 들어가 보자.

불복종 먼지들 전시회 ‘인간이 XXX 바다’.
불복종 먼지들 전시회 ‘인간이 XXX 바다’.

# 지구 위기 저항

‘불복종 먼지들’은 츄(김민지)·뚜뚜(김수지)·밍키(박예은), 의정부 토박이 청년 세 명이 모여 꾸려 가는 기후위기 저항 단체다.

오랜 친구이자 언니고 동생이다. 이들은 기후위기에 저항하고 ‘비거니즘’이란 가치를 삶의 중요 지향점으로 삼고 함께 살아가는 동료다.

2020년 여름 54일간 이어진 장맛비를 시작으로 끊이지 않고 쏟아지는 기후 재난 뉴스를 보면서 무언가 단단히 잘못됐다고 느꼈다. 그래서 기후위기에 무력하게 순응하면서 멸종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2021년 7월 ‘순순히 멸종되지 않겠다!’는 슬로건 내걸고 불복종 먼지들 활동을 시작했다.

불복종 먼지들은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가 생명과 연결되길 바란다. 나아가 공존의 지구를 꿈꾸고 간절히 바란다. 불복종 먼지들이 펼치는 활동의 중심 가치와 목표는 ‘지구상 모든 생명은 연결된다’는 가치를 감각 있고 유쾌하고, 그리고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일이다.

# 비거니즘을 실천하며 

불복종 먼지들은 의정부를 기반으로 활동하면서 기후위기와 비거니즘에 대해 끊임없이 떠든다.

단체 대표 ‘먼지’이자 소통 중심인 츄(김민지)는 문화디자이너 겸 비건 요리 수행자로, 둘째 ‘먼지’인 뚜뚜(김수지)는 홍보마케팅 전문가 겸 문화기획자, 막내 ‘먼지’인 밍키(박예은)는 시각디자인 능력을 겸비한 문화기획자 겸 디자이너다.

불복종 먼지들은 의정부지역 비건 식당과 카페를 발굴하는 활동을 펼친다. 그동안 의정부 비건 온라인 커뮤니티 ‘의정부 비건 탐험대’ 오픈채팅방을 운영했다.

전시 ‘인간이 XXX 바다’, ‘의정부 쓰줍 클럽’ 플로깅 진행, ‘이웃집 산타:크리스마스 물물교환 파티’ 진행, 의정부 비건·제로웨이스트 플리마켓 ‘그리너마켓’ 5회 진행, 2022년 경기시민예술학교 의정부 캠퍼스 릴레이캠퍼스 ‘비건 속 예술’을 진행했다.

불복종 먼지들 멤버인 뚜뚜·츄·밍키.
불복종 먼지들 멤버인 뚜뚜·츄·밍키.

# 나고 자란 의정부 발전 견인

그들은 의정부에서 태어나고 자란 토박이 청년들이다. 다른 젊은이들처럼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또는 다른 도시로 떠나지 않았다. 고향 의정부를 지키면서 안락한 삶을 거부한다. 기후위기와 비거니즘을 테마로 자연과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며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며 살아간다.

이 청년들은 의정부를 누구나 부러워하는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드는 데 이바지하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비건이 된 뒤 고달픈 하루의 연속이었다"고 회상한다.

이들이 마주친 의정부 현실은 너무 척박했다. 40여만 명이 살아가는 경기북부 중심도시 의정부에 비건 전문 식당 하나가 없다. 비건에 대한 기본 인식조차 전무했다. 이에 견줘 인근 도시인 서울 노원·중랑구에만 가도 비건 식당, 카페·플리마켓, 제로웨이스트숍 같은 맞춤 편의시설이 많아 자주 방문하게 되고 소비하게 됐다.

동시에 멤버들에겐 의정부에도 비건 문화가 널리 퍼졌으면 하는 마음이 조금씩 생겼다. 시작은 미약해도 원대한 꿈을 향해 서로 힘을 합쳐 문화를 만들고 확산하겠다는 포부다.

# 세상 밖에 선보인 플리마켓 ‘그리너마켓’

불복종 먼지들은 지난해 4월 첫 플리마켓 ‘그리너마켓’을 선보이며 세상 밖으로 나왔다. 앞으로도 계속 추진할 예정이다.

멤버들은 "지역 비건·제로웨이스트 업체 대표, 예술가·생산자들과 협업하며 확장하는 일은 너무나 즐거웠다"며 "우리 활동을 좋게 봐주시는 분들과 협업은 매력 있다"고 했다.

그들은 ‘비건 물품 팔기와 쓰레기를 최소로 줄이기 위한 무포장 팔기’가 그리너마켓의 가장 큰 줄기라고 했다. 이어 "이 두 개의 가치를 지키며 마켓을 지속하는 일은 신경 쓸 점도 많고 불편한 일이다. 하지만 일부러 갖는 불편함의 가치를 믿는다"고 했다.

세 청년들은 자신감이 넘치고 당당했다.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믿고 동참하는 이들이 계속 늘어나리라는 확신도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는 판매자, 개인이 쓰는 통이나 그릇을 들고 찾아오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들이 아주 틀린 가치를 믿지는 않는구나, 하고 느낀다. 우여곡절을 겪는 중이지만 스스로 세운 가치를 지키며 멸종되지 않고 살아가려고 한다.

불복종 먼지들 전시회 ‘인간이 XXX 바다’.
불복종 먼지들 전시회 ‘인간이 XXX 바다’.

# 패션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나쁜 영향 

불복종 먼지들은 올해 ‘오래 입는 옷이 지속가능한 패션’이라는 주제와 메시지를 담아 패스트패션과 패션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알릴 계획이다. 이로써 다양한 옷 문화 전파 활동도 펼칠 예정이다. 

현재는 기후위기와 비거니즘 메시지를 담은 실크스크린 제작과 입지 않는 옷을 서로 교환한다. 앞으로 실크스크린과 수선으로 옷 수명을 연장하는 워크숍 파티 ‘이웃집 옷장’도 진행할 예정이다. 

# 기후위기는 남일 아니다

불복종 먼지들은 외친다. "기후위기는 먼 나라 남의 일이 아니고 우리 모두가 당면한 문제다. 이 위기를 헤쳐 나갈 해답은 비거니즘에 있다"고.

이들은 "‘난 못 해! 나 하나 바뀐다고 뭐가 바뀌겠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우리 메시지를 알리는 행동과 가능한 목소리를 조금씩 내고 확산해야 한다. 미래는 현재 우리의 선택과 행동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앞으로도 불복종 먼지들이 유쾌하게 풀어낼 기후위기와 비거니즘에 관한 이야기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 불복종 먼지들 미니 인터뷰

츄(김민지)·뚜뚜(김수지)·밍키(박예은).
츄(김민지)·뚜뚜(김수지)·밍키(박예은).

-모임을 구성하고 활동하게 된 계기는.

▶우리는 대안학교인 꿈틀자유학교 졸업생이다. 나이는 달라도 선후배이자 친구와 동생 사이다. 몽실학교 학교 밖 청소년 과정인 ‘유자청(유유자적하는 청소년)’에서 만났다.

-어떤 작업과 활동을 하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비건과 기후위기 관련 카드뉴스를 정기로 올린다. 오프라인에서는 위기에 대한 인식 확산을 위한 플로깅과 플리마켓, 전시활동을 펼친다. 또 의정부에 비건 식당이나 카페가 전무해 비건 옵션으로 메뉴를 만들고 발굴해 사회관계망서비스에 포스팅하는 의정부 비건탐험대도 운영한다. 

-마켓을 위한 활동기금은 어떻게 마련하나.

▶우리 활동은 공익성을 띠고 비영리활동이기에 참가비 같은 최소한의 비용을 받아 경비로 사용한다. 사실 활동에 필요한 일은 멤버들이 직접 몸으로 때우는 셈이다. 소액 후원을 받기도 하고 문화도시 실험실 지원금 같은 시 지원을 받기도 한다.

-생계는 어떻게 유지하나.

▶밍키는 개인사업자를 내고 디자인 일을 한다. 의정부 로컬 매거진을 만드는 ‘의정부를 감각하는 청년 콘텐츠 그룹 81.54’와 플라스틱 업사이클 프로젝트 단체인 ‘도돌이표 플라스틱’ 활동도 함께한다. 

뚜뚜는 카페에서 일하며 올 여름 꿈꿔 오던 시골 생활을 경험해 보려 어딘가로 떠날 예정이다. 츄는 카페에서 일하고 ‘츄비건’이란 닉네임으로 인스타그램에 비건 요리를 공유하고 가끔 팝업식당을 열기도 한다.

-앞으로 목표는.

▶모양이 바뀌더라도 우리 세 명은 함께할 듯싶다. 아직 하고 싶고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의정부가 문화도시로 지정된 만큼 우리가 할 일도 있다고 본다. 지역사회를 위해 좀 더 일하고 마을공동체 안에서 소소한 행복을 꿈꾸며 살아가고 싶다. 

의정부 최초 비건식당도 차리고 싶다. ‘피 묻지 않은 밥상’을 확산하는 일을 하고 싶다. 탈도시와 자급자족에 관심이 많아 궁극 목표가 아닐까 싶다.   

 안유신 기자 ays@kihoilbo.co.kr

사진= <불복종 먼지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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