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일보가 창간 35주년 맞았다. 창간 당시를 회상하는 선배들은 하나같이 후배들에게 경기·인천지역을 대표하는 언론인으로서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이미지를 출입처에 남겼다고 한다. 선배들이 남긴 첫인상은 지금도 ‘참 깨끗하고 부드러운 언론사’라고 통한다.

기자도 9년 전 기호일보에 입사해 출입통보서를 들고 담당 공무원을 만났을 때 첫인상을 ‘어떻게 남겨야 하나’ 고민한 기억이 난다.

첫인상이 형성되는 시간은 보통 미국 사람 15초, 일본 사람 6초, 한국 사람 3초라고 한다. 한마디로 보는 순간 결정한다는 뜻이다.

더구나 우리나라 사람 첫인상이 형성되는 시간은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빠르다. 대개 사람을 만났을 때 처음 받은 느낌과 그의 첫마디에 대한 정보가 나중에 알게 된 정보보다 훨씬 중요하게 다뤄지는 상황을 심리학에서는 ‘초두효과(Primacy Effect)’라고 한다.

그렇다면 첫인상을 결정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메라비언 법칙에 따르면 비언어 요소, 즉 비주얼과 보디랭귀지가 55%고, 목소리와 억양이 38%다. 표정처럼 눈에 보이는 요소나 말씨·열정·태도에 더 귀를 기울인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 ‘외모가 경쟁력’이라느니 ‘첫인상이 경쟁력’이라느니 해서 성형외과나 피부미용, 이미지 컨설턴트 같은 업종이 인기를 끈다.

3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외모를 너무 꾸미면 내면이 텅 비었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겉으로 덥수룩하고 말이 적을수록 속이 깊고 실력이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은 아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내면도 별 볼 일 없다고 여긴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명언을 남겼다. 데카르트는 인간 이성을 중시하는 합리론의 대표자인데, 순수한 이성으로 사고하는 부분만 믿을 만하고 인간 감각으로 느끼는 부분은 믿지 못한다고 했다. 그런데 인간은 이성을 가진 동물이지만 실제 이성보다 감정에 더 치우치니 데카르트 명언도 무색해진다.

첫인상이 좋은 사람은 실수를 해도 ‘오늘 뭔가 안 좋은 일이 있나? 뭐 그럴 때도 있지’ 하고 쉽게 넘어간다. 그런데 첫인상이 안 좋은 사람은 ‘역시 그럼 그렇지. 내 그럴 줄 알았다’며 실수를 밥 먹듯 하는 사람으로 치부한다. 그만큼 첫인상을 좋게 심어 주는 일이 중요하다. 첫인상 중에서도 첫마디 말이 가장 중요하다.

링컨 미국 대통령은 연설가로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를 ‘첫머리’에 있다고 강조했다. ‘처음·첫마디·첫말’이 순식간에 사람들을 사로잡는 무기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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