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도진도서관은 향토·개항 문화자료관을 운영하며 특화도서관으로 자리매김했다.
화도진도서관은 향토·개항 문화자료관을 운영하며 특화도서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인천 화도진도서관은 1988년 개관해 시민과 도서관을 잇는 노력으로 푸르른 청춘으로 성장하면서 올해로 35년째를 맞았다.

인천시교육청 소속 3번째 공공도서관으로, 근현대사를 상징하는 공간 중 하나인 옛 화도진지 자리인 화도진공원과 나란히 자리한다.

화도진도서관은 시민들 독서 역량을 키우고 문화 창달과 다양한 계층 요구에 부응하는 서비스 개발로 지역사회 문화생활 공간으로 거듭나면서 다른 도서관과는 차이가 나는 공공도서관으로 손꼽힌다.

지역 사랑과 배려·존중 정신으로 행복한 미래를 추구하는 도서관 특색사업을 살펴본다.

# 향토·개항 문화자료관… 인천 개항기 역사 한눈에

‘향토·개항 문화자료관’은 개항기 1만2천여 각종 역사·문화 자료를 소장 중인 인천지역 유일한 개항기 역사 보고(寶庫)다.

도서관은 우리 고장 역사를 바로 알리는 데 중심이 되는 지리 여건을 갖췄다고 보고 1999년 향토자료실을 개관했다. 

이어 2000년 7월 문화관광부에서 ‘향토·개항 문화자료관’을 주제로 하는 특화도서관으로 지정돼 1층에 소장 자료 중 교육 가치가 높은 자료를 따로 모은 ‘향토개항문화자료전시관’을 열었다. 전문 박물관에 견주면 크지 않은 규모지만 탄탄한 짜임새를 갖춘 구성 덕에 개항기 인천 역사를 한눈에 들여다보게 됐다.

사라질 뻔한 인천 근현대 향토자료를 전시한 자료관에는 인천시문화재자료 제20호인 1886∼1899년 작성한 ‘인천해관문서’, 1931년 인천상공회의소가 펴낸 경제 정보서 「인천항」을 포함해 일반자료 1만1천여 권과 비도서 1천700여 종을 갖췄다.

‘섬으로 간 도서관’은 옹진군 섬지역을 찾아가 어린이를 대상으로 문화수업을 진행한다.
‘섬으로 간 도서관’은 옹진군 섬지역을 찾아가 어린이를 대상으로 문화수업을 진행한다.

자료관은 수집한 원본을 디지털로 만든 이미지를 학자 연구와 저술, 구사 편찬, 영상 콘텐츠 제작, 각종 전시와 문화행사에 제공한다.

개항자료를 한데 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 향토문화 역사를 지역주민에게 널리 알리는 일에도 주력한다.

소장 자료를 활용한 「인천탐구생활」 교재를 제작해 사서가 직접 찾아가는 1일 향토교실을 운영한다. 학생을 포함한 인천시민을 대상으로는 지역 역사와 문화를 직접 보고 체험하는 ‘향토문화유적답사’도 운영 중이다.

‘향토사진 순회 전시’와 다양한 주제·시각에서 향토사를 조망하는 기획 강의 ‘인천학 시민강좌’도 인천에 대한 이해와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데 일조한다.

이 밖에도 향토개항문화자료관 웹사이트를 별도 구축해 소장 자료 검색과 도서 자료 목차 DB 구축, 온라인 전시 같은 다양한 콘텐츠로 시민과 연구자들에게 향토자료 접근성을 높였다.

# 모범이 되는 시각장애인실… 장애인 지식 접근성 향상에 공헌

도서관 개관 당시부터 운영 중인 시각장애인실은 전국 공공도서관에 설치한 몇 안 되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자료실이다.

점자도서, 일반도서에 투명 점자띠를 붙인 점자라벨도서, 녹음도서를 비롯해 시각장애인 자료 1만3천여 권을 소장했다. 또 대체 자료 제작에 필요한 녹음시설과 점자도서 제작 시스템을 갖추고 점자도서, 녹음도서(카세트테이프)의 관외 우편 대출을 시작으로 장애인 서비스 기반을 구축했다.

현재는 국립장애인도서관에 각종 대체 자료를 파일 형태로 제공 중이고, 컴퓨터를 사용하는 시각장애인들에게 필요한 점자정보단말기(한소네) 같은 고가 장비 무상 대여 사업도 펼친다.

시각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활동도 다양하다.

소중한 문화유산인 점자를 널리 알리려고 장애 인식 프로그램으로 2015년부터 점자 이름 쓰기 체험교실을 운영 중이다.

배다리 지역 서점을 탐방하는 프로그램.
배다리 지역 서점을 탐방하는 프로그램.

중도 실명인을 대상으로 하는 소통과 원예 프로그램,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장애 체험이나 인식 개선 프로그램, 보석 점자 명함 만들기, 시각장애인 대상 개별 정보 요구 상담도 운영한다.

시각장애인 강사가 안내견과 함께 초등학교를 찾아가 시각장애를 설명하는 프로그램, 도서관에서 색소폰 연주를 배운 시각장애인들이 꾸린 연주단 공연도 인기가 높다.

자원봉사 동아리인 ‘소리빛 사랑회’, ‘은빛소녀봉사단’도 상시 녹음도서를 제작한다. 시나 소설, 학술서에 걸친 다양한 도서들이 자원봉사자 목소리를 통해 녹음도서로 다시 태어난다.

올해는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가 주관한 ‘2023년 노인·장애인 미디어교육 공모사업’에 선정돼 인천시시각장애인복지관과 연계해 시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팟캐스트 기획, 대본 작성, 녹음 실습 강의를 운영할 예정이다.

# 찾아가는 섬마을 독서누리… 도서지역 독서문화 프로그램 제공

화도진도서관은 공공도서관이 부족한 인천 옹진군을 대상으로 다양한 독서사업을 편다.

‘찾아가는 섬마을 독서누리’ 사업은 인천시교육청 역점사업인 읽·걷·쓰(책 읽는 인천, 함께 걷는 인천, 글 쓰는 인천)를 인천 해양교육과 연계해 섬지역 시민을 대상으로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1992년 시작한 ‘여름 순회독서교실’은 도서관 접근이 어려운 섬지역을 찾아가 독서퀴즈, 레크리에이션을 진행하며 어린이들의 성장을 도모하는 프로그램이었으나 2000년대에는 평생교육 프로그램 한 가지로 운영 방식을 ‘도서벽지 프로그램’으로 전환했다.

2018년부터 ‘섬으로 간 도서관’으로 찾아가는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대상 기관도 학교 말고 어린이집, 공공도서관으로 다양한 이용자를 위한 서비스를 확대했다.

옹진군 덕적도 덕적초등학교에서는 오는 9월 6일 원유순 동화작가와 함께 저학년은 「막 시 쓰는 이빨마녀」, 고학년은 「날마다 속담」을 읽고 시·노래·상황극으로 스스로를 표현하는 시간을 보낸다.

영흥도서관에서는 9월 13일부터 11월 29일까지 주마다 수요일 이용자를 대상으로 책놀이지도사 프로그램을 비대면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 배다리 지역 서점과 상생하는 ‘배다리 책문화거리 조성’ 

인천 원도심 중 한 곳인 동구 배다리 헌책방거리가 지닌 역사와 문화 특색을 살려 지역 독서문화를 활성하려고 2020년부터 인천시교육청 지원으로 ‘배다리 책문화거리 조성사업’을 운영 중이다.

배다리 지역 헌책방거리는 광복 이후 1960년대부터 조성하기 시작했고, 한때 30~40여 곳이 들어서 성업했다.

1980년대 경제가 성장하고 소득 수준이 향상되면서 헌책방을 찾는 사람들이 예전에 견줘 줄었고, 지금은 5곳(모갈1호·삼성서림·아벨서점·집현전·한미서점)만 남았다. 아직도 헌책방 역사와 문화를 알고 느끼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시각장애인실에서 중도실명 장애인을 교육 중이다.
시각장애인실에서 중도실명 장애인을 교육 중이다.

또 배다리 지역 가치를 알고 아끼는 책방지기들이 터전을 구성하면서 ‘나비날다책방’, ‘마쉬’, ‘시와예술’ 같은 독립 서점이 생겨 현재는 헌책방과 함께 특색을 살린 책방문화를 만든다.

도서관은 배다리 지역 헌책방과 독립 서점 공존이 만들어 내는 책방문화 역사와 가치를 널리 알려 구세대와 신세대를 잇고, 지역사회 독서문화 거점 형성을 목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역 독서환경 구축에 따른 소통으로 독서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자 관내 학교와 서점, 기관이 협력해 마을교육 아카이빙, 마을돌봄교실, 마을도통(圖通)을 비롯해 꾸준한 마을교육공동체 구성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배다리 책방거리를 걸으면서 책과 가까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4~5월을 ‘배다리 책문화거리의 달’로 정하고, 주제별로 만나는 배다리 책방 문화 모임인 ‘배다리 독서살롱’과 ‘배다리 문화살롱’을 연다.

배다리 지역 서점·공방을 탐방하고 체험하는 ‘배다리 책사랑 일일화폐 축제’는 하반기(9~11월)에 개최한다. 개인이 소장한 책을 일일화폐와 교환해 배다리 서점에서 책을 사 독서를 격려하고 지역경제와 상생하자는 취지로 마련한 행사다.

교환한 책은 이를 필요로 하는 작은도서관, 센터, 학교 같은 기관에 기증함으로써 자료의 유익한 순환에 도움이 된다.

최상철 기자 csc@kihoilbo.co.kr

사진= <화도진도서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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