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제도는 임금 최저 수준을 법으로 보장해 노동자 생활 안정과 노동력 질 향상을 꾀한다.

헌법 32조 1항은 근로의 권리를 천명하는 동시에 국가가 사회·경제 방법으로 근로자 고용을 증진하고 적정 임금을 보장하는 데 노력해야 하고 최저임금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우리나라에서 이 제도를 처음 도입한 시기는 1988년으로 올해로 35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최저임금 흐름과 최저임금을 근간으로 하는 생활임금, 최저임금이 지닌 한계를 짚어 본다. 

민주노총 경기본부가 지난 4월 국민의힘 경기도당 앞에서 2023 최저임금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인상과 물가 안정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경기본부가 지난 4월 국민의힘 경기도당 앞에서 2023 최저임금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인상과 물가 안정을 촉구했다.

# 최저임금법

최저임금제는 ‘최저임금법’에 따라 시행한다. 최저임금법 제1조는 ‘이 법은 근로자에 대해 임금 최저 수준을 보장해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노동력 질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한다.

2019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최저임금은 2019년 8천350원(인상률 10.9%), 2020년 8천590원(2.87%), 2021년 8천720원(1.5%), 2022년 9천160원(5.05%), 2023년 9천620원(5.0%)으로 차츰 상승 곡선을 그렸다.

올해도 최저임금에 대해 사용자·노동자·정부 간 논의가 치열했듯 해마다 최저임금 인상 폭을 둘러싸고 경영계와 노동계는 평행선을 달렸다. 더구나 코로나19 팬데믹과 겹친 최근 몇 년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영계는 인건비 부담이 늘었다며 ‘동결’을 원하는 반면, 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2천 원’을 주장하면서 어느 때보다 대립이 심했다. 

이와 함께 최저임금 업종별·지역별 차등 적용 문제도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 최저임금이 가장 많이 오른 시기는 ‘1991년’

1988년 최저임금제도를 처음 도입한 뒤 35년간 내리거나 동결한 적은 없다. 역대 가장 높은 인상률을 적용한 시기는 노태우 정부  때인 1991년이다.

당시 최저시급은 1990년 690원에서 1991년 820원으로 올랐다. 인상률 무려 18.8%였다. 당시 인상안은 사용자위원 전원이 퇴장한 가운데 근로자위원 9명과 공익위원 8명이 참석해 통과했다. 사용자 측은 8.7% 인상안을 주장했고, 근로자 측은 26.8% 인상안을 내놓은 가운데 논쟁이 격화했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일방으로 처리했다.

김대중 정부 2000년에는 사상 두 번째로 높은 최저시급 인상률을 기록했다. 당시 사용자 측은 8.8% 인상안을, 근로자 측은 48.4% 인상안을 주장했지만 양측 인상 차이가 커 협상은 진통이 컸다. 그런데도 2000년 최저시급 결정은 1991년 파행을 되풀이하지 않았고 7월 21일 전원회의에서 심의·의결했다. 전원회의에서 노사는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했던 최저임금을 2000년 9월부터 4인 이하 사업장으로 확대하는 데 합의했다.

문재인 정부 2018년에는 7천530원으로 전년 6천470원에 견줘 금액으로는 1천60원이 오르면서 인상률 16.4%를 기록했다. 최저시급 인상률에서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최저임금 1만 원 시대를 열겠다는 공약에 바탕을 둔 이 같은 인상률로 대한민국이 들썩였다. 사회 전반에 걸쳐 찬반 여론이 팽팽했다.

# 최저임금제를 기반으로 한 ‘생활임금제’ 확산

2014년 경기도의회가 광역단체 최초로 생활임금제 조례를 제정했고, 이듬해 생활임금제를 도입했다. 기초단체는 부천시가 2013년 처음 시행했다. 현재는 도내 31개 시·군 모두 적용한다.

생활임금은 ‘최저임금’만으로는 보장하기 어려운 주거·교육·문화비 들을 고려해 실제로 노동자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는 데 목적을 둔 정책이다. 

경기도 생활임금은 2023년 1만1천485원으로 책정했다. 최저임금(9천620원)의 119.4%다. 도내 시·군마다 1만~1만1천485원으로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 

지자체를 비롯해 공공기관에 뿌리내리면서 수많은 노동자의 삶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공공 영역에서 시행 10년 차를 앞뒀는데도 민간 부문으로 확산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민간에 생활임금제를 강제할 규정이 없는데다 영세 사업장 인건비 부담을 키운다는 저항에 부딪혀 진전이 없다. 더구나 생활임금제가 ‘이중 임금구조’를 조성해 공공과 민간의 간극만 벌려 ‘반쪽짜리’ 제도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 ‘최저임금 차등’ 현실 도입 가능성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조율 중인 최저임금위원회는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할지 논의 중이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 필요성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이던 시기에도 언급했던 사안이다.

경영계는 업종마다 임금 지불 능력이 다르고, 코로나19 피해 규모와 물가 상승 따위 경제위기에서 업종별 대응 능력에 차이가 있는 만큼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노동계는 최저임금제는 1988년 노동 취약계층의 최소 생계가 가능한 임금을 설정해 노동의 질 저하를 막으려고 도입한 제도라고 대응한다. 이에 종별 최저임금을 구분해 적용하면 산업 격차를 키우고 현대판 신분제도가 생긴다고 반발한다.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이어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최근 정우택 국회의원은 자치단체장이 관할 구역의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 달라고 고용노동부에 요청하는 내용을 담은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받는 근로자의 경우 해당 지자체장이 임금 수준을 보전하도록 하고, 그 비용은 정부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와 지방소멸대응기금으로 우선 지원받게끔 했다. 

중소기업 최저임금 특별위원회.
중소기업 최저임금 특별위원회.

# 장애에는 차별, 외국인 노동자에는 평등

최저임금법 7조(최저임금 적용 제외)는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 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 들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제외 규정은 헌법 권리의 예외를 명시한다. 최근 논의하는 업종·지역에 따른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현실이 되면 장애에 대한 차이는 더 커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는 2000년부터 1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최저임금제를 확대 적용했고, 5년 뒤부터는 최저임금법 제외 대상에서 ‘수습 노동자’를 삭제하는가 하면 적용 범위를 조정했다. 2014년 감시 단속직 노동자에 대한 감액 조항이 사라지면서 이제는 오직 장애인만을 대상으로 최저임금을 차별한다. 

21대 국회 들어서도 장애인인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을 비롯해 다수 의원들이 최저임금법 적용 대상에 장애인을 포함하는 내용의 법안을 잇따라 발의했지만 낮잠만 잔다.

일각에서는 반대로 외국인 노동자 최저임금을 내국인과 달리 차등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주로 외국 인력 의존도가 높은 중소 사업장이나 인력이 부족한 농촌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주장이다. 외국인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세계 흐름에서도 기업들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계속 제기했고,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을 수차례 발의한 바 있어 내·외국인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서 좀처럼 해결하기 힘든 문제가 될 전망이다. 

박건 기자 gu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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