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 사는 35세 김민정 씨는 늦깎이로 취업에 성공했다. 그는 합격하자마자 청년내일채움공제 사업을 확인했다. 하지만 지원 연령이 34세까지인 사실을 알고선 실망했다. 병역 의무를 이행했다면 신청이 가능했지만, 여성이라 이마저도 불가능했다. 중소기업 청년 노동자 지원사업이 있다는 말에 찾아봤지만, 역시 34세 나이 제한에 걸렸다. 청년 복지포인트, 청년 노동자 통장을 비롯한 여러 사업에서도 같은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 결국 그가 지원받은 사업은 청년면접수당뿐이었다. 

3개 기업에서 면접을 본 그는 경기도에서 15만 원을 받았다. 이후 ‘청년’이라는 이름이 붙은 사업은 어차피 대상에서 빠진다고 판단해 찾아보지 않게 됐다.

도내 35세 인구는 17만6천526명으로, 이들 또한 우리 사회를 지탱해 나가야 할 미래 주역인데도 한 살 적은 34세 청년들에게 제공하는 다양한 사회 지원에서 벗어나 사각지대에 놓였다.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청년인구를 고려해 사회가 보듬어야 할 청년의 범위를 되돌아봐야 할 시기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지난 6월 만 19~34세 청년들을 대상으로 2023년 경기청년 사다리 프로그램 예비교육에서 참석자들과 종이비행기를 날렸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지난 6월 만 19~34세 청년들을 대상으로 2023년 경기청년 사다리 프로그램 예비교육에서 참석자들과 종이비행기를 날렸다.

# 차츰 줄어드는 청년인구

청년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다. 젊은 층을 통틀어 ‘2030세대’라고 표현하면서 20~39세를 같은 나이대로 묶는가 하면, 흔히 청년층을 뜻하는 신조어인 ‘MZ세대’는 통상 1981년생까지를 대상으로 한다. 이 경우 청년층은 만 42세까지다.

반면 2020년 제정한 청년기본법에 따르면 법이 규정하는 청년은 만 19세 이상부터 34세 이하까지인 사람이다. 하지만 각 지자체가 조례로 청년 연령을 별도로 정하면 그 지역에서는 법상 효력이 있다.

‘경기도 청년 기본 조례’에 따라 도는 청년 기준을 법과 동일하게 만 19~34세로 규정한다. 이에 따라 ‘청년 복지포인트’, ‘중소기업 청년 노동자 지원사업’ 같은 도내 청년 지원사업 다수가 만 19~34세를 대상으로 한다.

이처럼 도가 시행 중인 청년 지원 제도는 사회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대다수 사업이 법과 조례에 명시한 34세까지를 대상으로 하다 보니 오히려 혼선을 빚기도 한다.

정부 지원사업도 마찬가지다. 청년들이 10만 원씩 3년 동안 저축하면 최대 1천440만 원을 수령하는 청년내일저축계좌 지원 대상은 34세까지다. 

국민 대다수가 가진 청약통장의 청년 우대형도 지원 대상이 동일하다. 사회에서 청년 범위는 넓어지지만, 법이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막상 청년을 지원하는 사업 대상은 반쪽에 그치는 셈이다.

반면 일부 지자체는 이 같은 변화에 맞춰 청년 기준을 40대까지 늘리는 추세다. 빠른 고령화로 청년 수가 줄어드는데다, 사회에 진출하는 연령대가 점점 높아지는 데 따른 조치다.

통계청에 따르면 법상 청년 기준인 19∼34세 인구는 2011년 1천142만3천여 명에서 2020년 1천50만4천여 명으로 91만8천여 명이 줄었다.

# 청년 폭 넓히는 지방

청년인구가 줄어들면서 지난해 6월 기준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 중 40대까지 청년으로 규정하는 조례를 둔 곳은 충남 보령, 충북 단양, 전북 순창, 경남 남해, 경북 예천을 포함해 48곳이다.

지난 2월 9일 목포시의회는 지역 청년을 내년 1월부터 만 18세 이상 45세 이하로 정하는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목포시의회가 조례를 개정한 까닭은 급속한 고령화 때문이다. 목포시를 비롯해 전라남도와 중앙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청년 정책을 진행 중인데, 청년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지역에서는 수혜자가 많지 않아 고민이 크다. 

당초 조례에 따르면 목포시 청년은 4만2천 명가량인데, 조례가 통과하면서 청년이 7만4천여 명까지 늘어났다.

전남은 22개 시·군 중 73%인 16곳이, 경북은 23개 시·군 중 57%인 13곳이 40대를 청년으로 본다. 더구나 경북 울진, 전남 보성, 전북 장수를 비롯한 26곳은 만 49세까지를 청년으로 본다.

게다가 지난해 하반기에만 지자체 5곳이 조례를 제·개정해 청년 나이 상한을 45∼49세로 높였다.

인구 4만여 명인 경남 합천군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19∼34세를 청년으로 봤는데, 올 1월부터 청년 나이를 45세까지 높였다. 종전 청년 수는 3천800여 명에 불과했지만, 조례 개정에 따라 1월 기준 7천여 명으로 늘어났다. 

합천군은 당초 월세 지원 같은 청년 정책을 시행하려고 해도 대상자가 너무 적은 경우가 많았다.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경남에서도 예산을 내려보내는데, 막상 군민 중 청년이 적다는 지적이 나오자 기준을 바꿨다.

경남 고성군도 지난해 12월 청년 기준을 19~39세에서 18~45세로 넓혔다. 이에 따라 인구 5만 명 중 청년 수가 7천447명에서 1만932명으로 47% 늘었다. 

고성군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청년 동아리 활동 지원사업에 지원자가 없어 5개 팀을 겨우 다시 모집했는데, 청년 범위를 넓히고 나니 올해는 19개 팀이나 신청해 12개 팀을 선정했다"고 했다.

수원시가 구직 청년에 면접 정장을 무료로 대여하는 청나래 사업.
수원시가 구직 청년에 면접 정장을 무료로 대여하는 청나래 사업.

# 변화 필요한 청년 연령

수도권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수도권 지자체 중 서울 도봉구는 청년 기본 조례를 개정해 청년 연령을 19∼39세에서 19∼45세로 넓혔다. 서울에서 40대를 청년으로 정의한 첫 사례다.

도봉구 관계자는 "고령화로 청년인구가 줄어드는 추세에서 앞장서 청년 연령 기준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 지자체는 청년 연령대를 적게는 34세, 많게는 39세까지로 본다. 

법제처에 따르면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19∼39세를 청년으로 규정하는 곳은 ▶서울 ▶인천 ▶대구 ▶광주 ▶충북 ▶충남 ▶경북 ▶제주다. ▶경기 ▶울산 ▶세종 ▶경남은 19∼34세를 청년으로 보고, 부산은 18∼34세를 청년으로 규정한다. ▶대전 ▶강원 ▶전북 ▶전남은 18∼39세를 청년으로 본다.

인천 옹진군도 청년 연령 상한선을 49세까지로 정하는 조례안을 추진 중이다. 생산인구 유입과 함께 청년 지원 수혜자를 늘려 사회·경제 활성을 꾀할 방침이다.

하지만 인천시는 40대까지 청년 범위를 넓힌 해당 조례안에 우려를 표했다. 정부와 시가 정한 청년 기준 연령을 벗어나 지원이 어렵고, 사회 진입을 앞둔 연령에 대한 지원이 축소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경기도 역시 마찬가지다. 5월 기준 도내 19∼34세 청년은 총 292만5천28명이다. 도내 총인구를 1천400만 명으로 보면 전체의 21%가 청년인 셈이다.

도가 청년 기준을 39세로 넓히면 전체 27.5%인 총 385만6천610명이 청년이 된다. 44세로 넓히면 35.8%인 501만8천29명이, 49세로 넓히면 43.7%인 612만9천997명이 청년이 된다.

이 경우 도는 청년 사업으로만 소모하는 복지예산이 기하급수로 커지기 때문에 정작 지원이 필요한 사회 초년생이 지원에서 소외되거나, 받더라도 그 규모가 크게 축소될 도리밖에 없다. 3040세대 유권자를 의식한 포퓰리즘성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때문에 지방처럼 인구가 적은 상황이 아닌 도가 청년 기준을 쉽게 넓히기는 어려운 여건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가 앞으로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통계청이 2021년 발표한 ‘장래 인구 추계’에 따르면 국내 중위 연령(인구를 나이 순으로 세웠을 때 정중앙에 있는 사람 나이)은 2003년 33.5세, 2013년 39.7세, 2023년 45.6세로 급격히 높아지는 추세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65세인 노인 연령 기준을 70세로 올리려는 논의가 있듯이 청년 연령 기준도 법으로 조정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기웅 기자 woong@kihoilbo.co.kr

사진=<경기도 제공·기호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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