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를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원년으로 삼아 경기북부지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경기북도는 360만 인재와 잘 보존한 자연환경을 비롯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성장 잠재력이 큰 곳으로, 북도를 자치도로 발전시키도록 시·군별로 가장 최적인 산업과 방향에 대한 계획을 만들어 북도에 맞는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겠습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지난 1월 의정부에 위치한 경기북부상공회의소에서 연 신년인사회에서 올해가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원년이라며 강한 실행 의지를 내비쳤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는 한강 이북 고양·남양주·파주·의정부·양주·구리·포천·동두천·가평·연천 10개 시·군을 합쳐 별도의 광역자치단체를 만든다는 도의 구상이다.

이 사안은 민선8기에서 처음 시작하지 않았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와 유사한 내용의 경기북도 신설안은 1987년 대통령선거 당시 처음 나온 뒤 35년 동안 각종 선거 때마다 등장한 단골 메뉴다.

35년이 흐른 지금, 경기도는 그간 일회성으로 남발하던 선거공약 대신 올해를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원년으로 설정하고 적극 움직였다.

김 지사는 지난 3월 중앙지방협력회의에 참석해 "대한민국 성장 허브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신설이 필요하다"며 "대한민국 전체 경제성장률을 1~2%p 올린다고 확신한다"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의지를 강하게 표명했다.

지난 5월 2일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 연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위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피켓 퍼포먼스를 벌였다.
지난 5월 2일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 연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위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피켓 퍼포먼스를 벌였다.

# 35년 동안 제자리 맴돈 경기분도

1987년 제13대 대통령선거 당시 노태우 후보가 경기분도를 최초 제시하면서 경기북부특별자치도와 비슷한 경기북도와 관련한 담론을 형성했다.

이후 1991년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강우혁 의원이 경기도 분도를 제기했고, 같은 해 경기북부 출신 경기도의원 38명이 경기북부 와 접경지역 개발추진협의회를 구성한 뒤 분도 여론을 수렴했다.

1992년 제14대 대통령선거 당시 김영삼 후보가 경기도 분리 공약을 꺼내 들었다. 이후 10년간 경기북도 논의는 좀처럼 진전되지 않다가 2002년 제16대 대통령선거 때 경기북부 10개 시·군 의장단 협의회가 경기북부 분도 촉구건의문을 채택하면서 명맥을 이어갔다.

참여정부로 정권이 바뀐 2006년에는 경기북부 5개 시민단체가 경기북도 신설운동 연합회를 발족하면서 경기북부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경기북도와 관련한 협의는 이뤄지지 않았고, 박근혜 정부 당시 4차례 등장했다. 2014년 19대 국회 들어 박기춘 의원이 평화통일특별설치 들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면서 특별법상 안건으로 처음 다뤘다.

같은 해 5월 경기지사 선거에 김진표 후보가 경기분도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반년가량 흐른 11월 서형렬 도의원이 경기북부지역 분도 촉구 결의안을 대표발의하면서 경기도 단골 공약으로 자리잡았다. 이어 주승용 의원이 2016년 국토 균형발전과 남북 통일에 대비해야 한다며 분도를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에만 6차례 걸쳐 경기북도와 관련한 논의를 가장 많이 진행했다. 국민의힘 경기도당위원장을 지낸 김성원 의원이 2017년 5월 경기북도 설치 들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고, 이듬해 3월 문희상 의원이 평화통일특별도설치 들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 데 이어 같은 해 9월 최경자 도의원을 비롯한 의원들이 평화시대 경기도발전포럼을 구성하고 경기도 분도를 연구 주제로 다뤘다.

두 달이 지난 11월에는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위원장 출신 박정 의원이 같은 당 문 의원이 꺼내 든 평화통일특별도설치 들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김민철·김성원 국회의원이 함께 2020년 6월 10일 경기북도 설치 들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해 경기북부특별자치도와 유사한 성격의 법안을 발의했다.

지난해 민선8기 경기지사로 당선한 김동연 지사는 최우선 가치 중 하나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주장한다. 분도가 아닌 특별자치도 설치라는 설정인데, 도 정식 조직으로 경기북부특별자치도설치추진단을 구성하는가 하면 채비를 서두른다.

# 자립 구도 확보가 열쇠

경기도가 추진하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는 경기북부 안팎의 한계를 넘어 지역 특성에 맞는 발전 비전을 만들고, 스스로 행사하는 의사결정 권한과 실행력을 갖춘 광역자치단체를 설치하는 일이 핵심이다.

우선 경기북부만의 생활권·경제권·행정권 확보가 급선무다.

경기북부 발전을 위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는 북부지역 문화·경제·생활권 측면에서 남부지역과는 별개의 거점별 정책과 발전 전략을 수립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이와 관련, 민선8기 경기도지사직 인수위원회는 지난해 편찬한 백서에서 경의축·경원축·경춘축을 비롯해 권역별 특성에 맞는 산업 유치와 지역 개발 전략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서가 제시한 경의축 전략사업으로는 김포와 인천 항만·해운시설과 연결한 경기서·북부권 물류복합단지 조성, 고양·파주 영상문화 콘텐츠 클러스터, 고양 테크노밸리 조성이다.

경원축은 임업 중심 육성으로 경의선과 차별성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동두천역∼연천역으로 경원선 전철 연장, 송추∼동두천∼연천 간 고속도로 사업 추진, 양주·구리·남양주가 참여하는 경기북부테크노밸리 조성, 경기북부 친환경 디자인 클러스터 구축 같은 복안을 담았다.

경춘축은 레저·생태·문화 육성과 벤처 혁신 거점을 목표로 한다. 국제 한류문화센터와 북한강문화예술회관을 짓고 공공의료원을 설치한다. AI플랫폼 시티도 조성한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가 성공하려면 권역별 특성에 맞는 신성장 동력을 창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북한강 주변 규제 개혁으로 성장 잠재력을 이끌어 내 가평은 교통·산업단지·관광자원지로, 남양주는 4차 산업혁명 중심지로, 구리는 AI 플랫폼·푸드테크밸리로 변모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파주·고양·김포는 경기도에서 가장 발전한 도시축을 형성하게 된다. 파주는 첨단디스플레이와 의료복합단지가, 고양은 문화콘텐츠 경제특구와 테크노밸리, 김포는 서부권 광역급행철도와 한강신도시를 목표로 한다.

의정부·양주·동두천·포천은 섬유·가구를 비롯한 제조업 기반 성장 중심지로 탈바꿈한다. 의정부는 청년 일자리 플랫폼과 행정복합타운 중심지로, 양주는 교통과 도시재생 의료체계 구축, 동두천은 국가산업단지와 도시 뉴딜 청년 인재 풀 확보, 포천은 드론클러스터 ESG와 컴팩트시티 조성에 중점을 두고 개발한다.

접경지역인 파주·연천은 한반도 생태·평화관광벨트와 스마트친환경센터가 들어서야 한다는 의견이다.

지난 3월21일 경기도청 북부청사 상황실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 문희상 특별자문위원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오후석 행정2부지사, 강성종 신한대 총장, 김정훈 재정적책연구원장, 금창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석좌연구위원, 박해미 뮤지컬 배우 등 위원들이 위촉장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3월21일 경기도청 북부청사 상황실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 문희상 특별자문위원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오후석 행정2부지사, 강성종 신한대 총장, 김정훈 재정적책연구원장, 금창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석좌연구위원, 박해미 뮤지컬 배우 등 위원들이 위촉장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35년 제자리 경기북부특별자치도 남은 과제는

김 지사가 올해를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원년으로 선포함에 따라 35년 동안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던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출범에도 큰 전기를 맞게 됐다.

경기북부는 지난 70여 년간 수도권정비권역·상수원보호구역·군사시설보호구역·개발제한구역 따위 각종 중첩 규제에 묶여 개발이 제한됐다.

경기북부 인구는 올해 360만 명으로, 인천(298만 명)과 부산(340만 명)보다 많아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설치하면 국내에서 세 번째로 큰 몸집을 갖게 돼 풍부한 성장 잠재력을 지녔다.

도 북부청, 교육청, 경찰청, 검찰청, 법원이 북부지역에도 자리잡아 분도하더라도 행정상 혼선이 적은 환경이다. 그러나 경기남부에 견줘 경제·의료·교육·문화·교통 분야에서 크게 뒤떨어진 실정이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두고 남부와 북부지역이 온도 차를 보이지만,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당위성과 남·북부 간 재정 수준, 인프라 차이를 극복하려면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로 수도권 규제부터 완화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 전체 면적 42%를 차지하는 4천268㎢ 전역을 수도권정비권역으로 지정했고, 이 중 1천808㎢(42.4%)가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여 같은 규제를 적용하는 경기남부(445㎢)에 견줘 4배 넘는 면적이 얽매인 상황이다.

2020년 기준 고양·구리를 비롯한 북부 10개 시·군 평균 한 사람 앞에 지역내총생산은 2천492만 원으로 남부 4천146만 원에 크게 못 미친다. 대학과 도로 보급률도 전국 최하위 수준에 머문다.

도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의 이 같은 비전을 수립한 데 이어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도록 공론 과정을 계속 이어가는 중이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특별법 제정과 출범 준비 기간을 고려하면 2025년 상반기까지 특별법 제정과 보완 입법의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한다.

우선 현재 11명으로 구성한 민관 합동 추진위원회에 도의원과 사회 저명인사를 추가 위촉하고,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추진 총괄 자문 기능을 수행할 계획이다.

도는 지난달 31개 시·군, 6개 권역별로 도민 참여형 공론조사와 찾아가는 도민 설명회, 정책토론회를 진행하면서 정책 필요성을 도민에게 설득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또 다양한 관계 기관과 소통·협력을 강화해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서두르기로 했다. 도는 경기도의회, 중앙부처, 국회, 시·군을 비롯한 관계 기관과 정책협력회의를 열고 정책을 건의해 적극 소통하는 협력 체계를 조성하는 한편, 경기북부 10개 시장·군수, 경기도의회와도 공조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각종 학술대회를 활용해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당위성으로 설득할 계획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도는 2026년 7월 1일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출범을 목표로 설정하고 올해 2월 15일 김민철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특별법안’이 21대 국회 임기 안에 통과하도록 총력 지원할 방침이다.

도는 앞서 출범한 강원특별자치도 사례, 내년 출범하는 전북특별자치도 각종 특례를 파악해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역시 이전과 다른 고도의 자치권을 확보한 지방자치단체 본연의 기능을 더할 방침이다. 

  김민기 기자 mk12@kihoilbo.co.kr

사진= <경기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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