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전면 개정해 올해로 서른다섯 해를 맞은 지방자치법. 

광복 이후인 1961년 5월 군사혁명위원회가 지방의회를 해산하고 지방자치단체장은 다시 임명제로 회귀했다. 제6공화국 시기인 1988년이 돼서야 지방자치법을 전면 개정하면서 새 지방자치 시대 문을 열었다. 이 법에 근거해 1991년 지방의회의원 선거,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치르면서 완전한 민선 지방자치시대가 개막했다.

지방자치법을 마련한 지 35년이 흐른 지금, ‘지방자치 2.0’ 시대에 들어섰지만 지방자치단체가 독립기구로서 주민이 주인이 되는 지역민주주의를 실현하기에는 여전히 한계를 보인다.

현 지방자치제도 모태가 된 1988년 지방자치법을 되돌아보고 지방자치와 자치분권 시대 실현을 위한 과제를 점검한다. <편집자 주>

1991년 지방선거 기간 경기도에서 펼친 공명선거 캠페인.
1991년 지방선거 기간 경기도에서 펼친 공명선거 캠페인.

# 주민이 지역대표를 선출

1988년 지방자치법 개정은 지역대표를 주민이 직접 선출하고, 주민이 지역 일에 직접 참여한다는 데 가장 큰 뜻이 있다.

지방행정 민주성을 제고하고 각 지역의 다양한 욕구에 빠르게 대응하는 행정력과 각기 다른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지역 스스로가 성장하는 바탕을 마련함으로써 지방과 국가의 동반성장을 꾀한다.

당초 지방자치법은 대한민국 건국 초기인 1949년 7월 4일 법률 제32호로 제정했다. 군부가 지방자치를 말살하면서 1988년에 들어서야 다시 주민이 지방 권력을 행사하는 법으로 도약한다.

헌법 개헌 국민투표.
헌법 개헌 국민투표.

지방자치는 1991년 광역·기초의회의원 선거로 공식 부활했으나 실제로는 1987년 6·29선언에서 노태우 민정당 대표의 지방자치 발표와 같은 해 10월 헌법 개정, 1988년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으로 부활을 위한 바탕을 마련했다.

지방자치가 다시 부활한 데는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군부에 의한 독재를 막으려는 1987년 6월의 뜨거웠던 함성이 주된 원동력이다.

1988년 지방자치법 개정은 1991년 3월에 시군구와 자치구 의원선거를, 6월에는 시도의원 선거를 하는 근거가 돼 지방자치를 30년 만에 부활시켰다. 

1995년 5월에는 지방자치단체장(광역·기초)과 지방의회의원(광역·기초)을 동시에 뽑는 4대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완전한 민선 자치시대를 다시 열었다.

# 제정과 다름없던 1988년 개정

1988년 4월 6일 법률 제4004호로 제6차 지방자치법을 개정했지만, 당초 군부 정권 치하에 있던 지방자치법을 전면 개정했다는 점에서 개정보다는 제정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개정법은 ▶특별시와 직할시 구를 지방자치단체 종류에 포함해 이를 자치구라 하고 ▶선거권자 연령은 20세 이상으로 하고, 피선거권자 연령은 지방의회의원 25세, 기초자치단체장 30세 이상으로, 광역자치단체장은 30세에서 35세 이상으로 조정하며 ▶지방의원과 자치단체장 임기는 4년으로 규정했다.

제1회 전국동시 지방선거.
제1회 전국동시 지방선거.

또 ▶지방자치단체장은 선거로 선출하되 따로 법률로 정할 때까지는 정부에서 임명하고,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지방의회 의결사항에 관한 재의요구권과 선결처분권을 부여하며 ▶지방의회의원 선거에 관한 사항은 별도로 지방의회 의원선거법을 새로 제정해 규정하며 ▶지방의원 정수는 행정구역을 기준으로 일정한 범위 안에서 정하고 ▶자치단체 행정사무에 대한 지방의회 감사권을 삭제하고 행정사무 조사권을 신설하며, 지방의회 사무를 처리하기 위한 사무국을 설치하고 그 정원과 임명에 관한 사항을 규정했다.

이 밖에 ▶지방자치단체는 서로 관련한 사무 일부를 공동으로 처리하기 위해 행정협의회를 구성하도록 하고, 협의사항 조정에 관한 규정을 뒀다.

더구나 서울시에 대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지위·조직·운영에 관해 특례를 두게 하며 ▶주무장관이나 시도지사의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감독권 행사 중 취소·정지권은 1차로 시정을 명한 뒤에 행사하도록 규정하되, 주민 소청권은 삭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법 핵심은 선거로 지방대표를 선출하도록 하는 동시에 지자체장과 지방의원 임기를 정하는 민주 지방자치제 문을 열었다는 점이다. 

이후 수십 차례 개정을 거쳐 2020년 새로운 지방자치법 시대를 맞는다.

1991년 민주자유당 시·도의회 의원 당선자 대회에 참석한 노태우 전 대통령.
1991년 민주자유당 시·도의회 의원 당선자 대회에 참석한 노태우 전 대통령.

# 지방자치 2.0 시대 개막

1988년 이후 32년 만인 2020년 다시 전부 개정해 지난해 1월 13일 전면 시행에 들어간 지방자치법은 주민이 지자체 조례 제·개정 또는 폐지를 청구하는 주민조례발안제와 주민감사 청구 관련 조항으로 제도 활성과 실효성을 꾀했다.

이 중 주민조례발안제는 지방자치법과 분리해 규정해야 할 중요 내용이 다수 있다고 보고 지방자치법에 별도 법(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 제정 근거를 두고 주민조례발안법으로 관련 절차를 규율하게 했다.

주민조례발안·주민감사청구권자 기준 연령도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낮춰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참정권을 확대한 점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주민감사 진행에 필요한 청구인 규모도 ‘시도 300명(당초 500명),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 200명(당초 300명), 시군구 150명(당초 200명) 이내에서 지자체 조례로 정하는 수 이상’으로 완화했다. 

의회 인사권 독립과 정책지원 전문인력 도입을 비롯한 지방의회 발전을 위한 첫 단추도 뀄다.

인구 100만 명 이상 대도시인 수원·고양·용인시와 경남 창원시에는 특례시라는 별도의 행정 명칭을 부여했다.

제2 국무회의 격인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설치하는 근거를 규정해 지방정부가 국정에 참여할 기구를 제도로 만들었다.

1991년 지방의회선거 합동 연설회.
1991년 지방의회선거 합동 연설회.

# 개헌에 맞춰 추진할 지방분권형 법 개정

1988년 개정한 지방자치법은 현재 국내 지방자치제도 모태가 된 법이지만 시대 흐름을 모두 반영하지는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지난해 전면 개정한 지방자치법을 공포했는데도 중앙집권형 대통령제를 근간으로 하는 법이기에 지방재정 분권에는 여전히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례시 바탕을 깔았는데도 특례시에 재정 권한을 부여하지 않아 독립 정책을 실현하지 못하는 반쪽짜리 제도에 그치면서 인사권 독립이 이뤄진 지방의회에서도 조직권을 비롯해 과세 권한 없이 지자체 재원 지원에 의존해야 하기에 독립 운영이 불가능하다.

주민 정치 참여를 제고하려는 주민발안제 확대 개편은 여전히 주민들이 주권을 온전히 실행하기에는 문턱이 높았고, 중앙지방협력회의를 마련해 대통령과 지자체장이 함께 단상 논의를 했는데도 의결권이 없는 심사 기능으로만 한정하면서 대통령 의지에 따라 지방분권과 지방자치 수준이 정해지는 실정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서명한 지방자치법 개정법률(제4004호).
노태우 전 대통령이 서명한 지방자치법 개정법률(제4004호).

각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개별 입법으로 지방자치법 일부 개정을 추진하면서 이전보다 높은 단계의 지방자치를 실현하는 단계지만 앞으로 이뤄질 개헌에 맞춰 지방자치제도 본연의 기능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87년 개헌 헌법에 기초해 1988년 지방자치법을 마련했기에 내년 총선 이후 불거질 전망인 개헌 논의 과정에서 각 지자체 임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를 실현하려면 이전에 견줘 주민이 직접 의사결정을 하고, 지자체가 독립해서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재원과 제도 지원이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

또 주민 삶을 보듬는 지방자치단체가 돼야 하기에 이러한 지방자치법이 나오도록 개헌 시도 이전부터 수많은 지방자치제 논의를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한다. 

  정진욱 기자 panic82@kihoilbo.co.kr

사진= <경기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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