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는 선생님한테 맞으면서 학교에 다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선생님 감정에 따라 군(학)기를 잡으려고 학급 성적이 저조한 경우를 비롯해 다양한 이유로 학생들에게 손을 대는 행태가 꽤 많았다.

초등학교 체육선생님은 주마다 월요일 조회시간에 탁월한 실력(?)을 과시한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줄이 삐뚤거나 떠들다 걸려 불려 나간 아이는 따귀나 엉덩이 매질을 당하고, 주먹 쥐고 엎드리거나 원산폭격  따위 살벌한 체벌을 받았다. 본보기로 호출 당한 아이를 본 전교생들은 정신 바짝 차리고 길게 느껴지는 조회시간을 부동자세로 있어야만 했다.

중학생 때는 학급 평균 성적 꼴찌의 대가로 급우 전체가 책상 위에 올라가 무릎 꿇고 손을 들었다. 거기에 더해 담임 선생은 학생들 허벅지 앞 대퇴부에 몽둥이 찜질을 했다. 주마다 시험을 치르다 보니 성적에 따라 자주 이렇게 맞았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반 전체 학생들이 인근 여학교와 단체로 편지로 이성을 만나는 펜팅(펜팔+미팅)을 했는데, 이 사실이 학교에 알려져 주선한 친구가 곤혹을 치렀다. 담임 선생한테 1차로 보리타작 하듯 흠씬 맞고, 2차로 지구과학 시간에 교탁부터 교실 뒷벽까지 따귀 세례를 받은 사건은 지금도 동문회 자리 안줏거리다.

공포와 두려움의 기억은 오랜 기간 머릿속에 각인된다. 인품이 훌륭하고 삶의 교훈을 가르쳐 주며 올바르게 지도한 교사가 대다수였지만, 감정과 상황에 따라 학생을 매질로 다스리는 몇몇 선생들의 행태는 수십 년이 지나도 이렇게 기자 머릿속에 또렷이 남았다.

학생 존엄과 인권,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학생인권조례가 2010년 제정된 뒤 많은 부분이 변했다.

앞선 사례와 같은 일은 있어서도 안 되고, 생각조차 싫다. 교편을 잡고 학교에서 생활하는 지인들에게 들어보면 교사와 학생 관계는 매우 수평으로 변했다고 한다.

학생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친구처럼 지내고,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교실에서 리더 노릇을 하는 학생을 구슬리기도 한다. 그런데도 장난식으로 휴대전화 카메라를 들이밀며 학생 인권을 들먹이며 대놓고 악용하는 모습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개인 모임에서 만나는 한 교사는 스트레스를 받아 그만두고 싶다는 얘기를 입버릇처럼 한다. 과거엔 교사가 학생을 체벌하는 일이 심각한 수준이었지만,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한 뒤 제자에게 구타당하고 학부모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교단을 떠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교사 훈계에 학생이 모욕당했다고 주장하면 인권침해로 처벌받는 부작용도 만만찮게 나온다. 교사가 무너지면 교실이 망가지고, 공교육은 파행으로 치닫게 된다.

초등교사가 학생에게 폭행당하고 학부모 갑질로 숨진 사건을 계기로 학생인권조례 개정 움직임이 활발하다. 교권과 학생 인권을 보장하고, 권리에는 막중한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방향으로 개선해 공교육이 살아나기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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