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엽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부총재
이경엽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부총재

영국 다국적 유지(油脂)기업 ‘유니레버’의 ‘완전(순) 긍정적:net positive’ 경영 전략이 ESG 시대를 맞아 유니레버 CEO 폴 폴먼에 의해 책으로 소개됐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앞세우며 환경과 사회, 경영을 이야기한다. 다시 말해 기업이 수익에만 연연·치중하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보다 나은 내일’을 기약하자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옳은 일과 압도적 성과에 미래 동력을 제시한다. 모든 것에 이득이 되도록 하는 공존과 공정, 공생을 추구하는 기업 활동이 ‘넷 포지티브’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열광하는 벨 에포크(Belle Epoque, 19세기 말에서 1차 세계대전 직전까지 유럽의 태평성대 기간을 의미) 시대 상징 화가 오스트리아 구스타프 클림트는 ‘키스’나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으로 황금시대를 풍미했다고 전해진다. 아름답고 화려한 클림트의 그림은 벨 에포크 아름다운 시대가 지나고 전쟁과 고난으로 얼룩진 비극을 담아내면서도 그 고고한 황금색의 아름다움은 지금껏 예술적·문명적·사회심리학적 가치와 본질을 우리에게 던져 준다. 

결국 미래 성장 동력은 ▶작고 ▶단단하며 ▶아름다워야 한다는 주제로 귀결된다. 특히 중소기업에겐 이 주제가 ESG를 뛰어넘는(beyond ESG) 새로운 시대 서막을 올리는 단초가 된다. 미래 동력을 키우는 보다 나은 방식은 항상 있고, 그 방식은 기업의 생존원리로 작용한다.

CEO의 기업 경영 올바른 행동 방향 제시는 기업의 끊임없는 성장·발전을 도모하고, 이는 지속가능한 기업 경영의 핵심 가치(Key issue)다.

파도처럼 덮쳐 오는 ESG 평가지표, 보고서, 가이드라인, 컨설팅, 등급 등 거창한 통제와 전제적 요소는 중소기업에겐 분명하게 부담이 되는 의무로 짐 지워진다. 흔히 ‘휩쓸린다’, ‘말린다’ 같은 용어로 닥달 당하는 구도로 전개된다. 

작고, 단단하며, 아름답다는 건 중소기업 CEO에게 황금률로 자리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조급하게 ESG 틀을 짜고 땜질식 성과 포장에 시간·비용·인력을 매몰시켜선 안 된다. CEO 자기주도성이 가진 경영철학을 묵직한 태도, 정제된 말로(apatheia) 방향성을 제시하면 그 자체로 ESG평가보고서, 등급이 된다. 회의록, 업무일지, 추진보고서 등 회사 업무 관련 서류 일체가 보고서에 해당한다. 중소기업의 ESG 추진 실적 보고는 이렇게 나타내고 보이며 검증하는 것이 맞다.

환경문제에서 작고 단단하며 아름다운 것은 일상에서 ‘방만’함을 조금씩 줄여 가도 효과는 금세 나타난다. 요란하게 구호 외치고 현수막을 걸어 둬도 인식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조용하면서도 분명한 CEO의 일상이 거울인 셈이다.

사회적 가치 역시 CEO의 경영철학이 전부다. 직원 또는 구성원 그 누가 경영을 가치화시킬 역량, 지위, 재량이 있을까? 마음을 움직이는 CEO밖에 없다.

나누고 배려하며 도전하는 대내외 가치를 직접 보여 주는 게 ‘아파데이아’다. 소수, 약자에게 틈틈이 손 내밀 여유와 품격을 갖추는 게 우선이다. 겉으로 나타나는 대외적 평판 관리도 중요하지만, 대내적으로 파고드는 직원들의 바람도 소박하게 수용할 필요가 있다. 밖에서 엄지 척인 CEO가 안에는 골병드는 생태계를 던져 놓고 "중이 절 싫으면 떠나면 되지"로 일관해선 안 된다. 

마지막 정도경영은 기업의 핵심 가치다. 명확하고 적절해야 한다. 투명성과 윤리성 같은 관념적 우월성을 정도경영에 매칭시켜서도 안 된다. 그 주제는 너무나 당연한 경영 방식이고, 더 나은 방식은 항상 있다. 혁신이 누군가에게 불가능했던 것을 가능하게, 안 됐던 것을 되게 만드는 것이라면 좀 더 명확하고 적절한 방향성에 대한 동의를 민주적 절차에 따라 얻어야 한다. 거창하고 그럴듯한 의미심장한 말로 포장될 사항이 아니다. 재무적 요소 역시 절대적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보이지 않는 가치’가 ESG 생명력이니까 그렇다.

이제 대한민국 중소기업 CEO들의 ESG 기반 차세대 효율경영 전략은 국제 기준이나 정량적 기준에 너무 치우쳐서는 안 된다. 어제의 성공을 비결 삼아 내일도 실패하지 않는 길을 택하는 게 ESG 경영이다. 올바른 길, 오래 갈 비결을 내 주도, 내 의지로 선택해서 어렵지만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한다. 화려한 치장과 미사여구는 ESG가 아니다. 가정이 잘못되거나 전제가 합리적이지 못하면 이 시대 현명한 CEO는 어떤 스탠스로 자리잡야야 할까? ESG 경영은 ‘작고’ ‘단단하며’ ‘아름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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