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범석 인천 서구청장
강범석 인천 서구청장

도시의 흥망성쇠는 인접 도시와 연결에 있다. 도시 간 작은 연결은 서로의 시너지를 발생시켜 큰 연결이 되고, 도시들은 상생해 큰 도시로 발돋움하게 된다. 도시 안에서의 생활이 아무리 편리하고 여유롭다 한들 도시 간 연결이 매끄럽지 않아 이동이 불편하다면 그 도시는 쇠퇴한다. 안타깝게도 인천 서구와 김포가 그 대표 도시다. 이런 점에서 인천 서구와 경기도 김포는 서로 마주하는 도시로써 그 연결을 매끄럽게 할 필요가 있다. 

우리 서구는 지난 4월 전국 자치구 기준 두 번째로 인구 60만 명을 달성하며 인천을 이끄는 도시로 자리매김했지만 광역교통망을 보면 가좌권과 석남권 같은 원도심엔 2량짜리 지방철도 하나만 다닐 뿐이고, 검암권을 지나는 공항철도는 출퇴근시간마다 늘 혼잡해 피로를 가중시킨다. 가장 허탈한 건 광역교통 분야만큼은 지방자치단체 역할이 미미하다는 점이다. 국가 권한이 절대적이기에 지역은 열악한 교통 여건과 이에 따른 주민 불편을 최대한 어필하는 게 최선책이다. 

그래도 최근 들려오는 소식은 희망적이다. 인천시민과 경기도민이 오래 기다려 온 ‘인천 2호선 고양 연장’이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 사업에 선정됐다. 이 사업은 인천 서구와 경기도 김포, 고양 총 19.63㎞ 구간을 인천도시철도 2호선으로 연결하는 내용으로 2조83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예타 대상 사업 선정으로 행정구역을 마주하는 서구와 김포시가 철도로 하나되는 역사적인 순간을 열게 됐다. 이를 마중물 삼아 수도권 서북부지역 교통난 해소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된 점 또한 환영할 일이다. 

이 노선이 완성되면 검단과 김포 주민들은 인천 2호선을 타고 일산 킨텍스역까지 이동, GTX-A노선 환승 후 40분 이내로 강남에 도착하는 획기적인 접근성을 경험하게 된다. 18만 명이 둥지를 트는 대규모 신도시임에도 철도망에서 소외된 검단 북부 지역민들, ‘지옥철’로 불리는 김포골드라인으로 고통받는 김포시민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희소식이다.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지난해 11월 유정복 인천시장이 발표한 ‘인천 북부종합발전계획’에 따르면 서울도시철도 7호선은 청라에서 김포 서북부를 거쳐 강화까지, 인천도시철도 1호선은 검단신도시에서 김포 양촌을 지나 한강신도시로 연결되는 밑그림이 그려진다. 광역교통이 취약한 김포 서부권에 새로운 연결이 시작되는 셈이다. 

이제 서구와 김포는 행정구역상 경계만 있을 뿐 철도와 도로가 촘촘히 연결돼 사실상 하나의 생활권을 공유하는 이웃 도시로 봐야 한다. 지금 난항을 겪는 서울 5호선 검단·김포 연장사업도 이에 기반해 박차를 가해야 한다. 더 이상 내가 옳고 너는 그르다로 서로 다투고 있을 때가 아니다. 힘을 합쳐 한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더 이상 5호선 노선 협상이 검단과 김포 간 정치적 분쟁이나 이권 다툼으로 변질돼선 안 된다. 짧은 안목으로 당장의 작은 이익을 좇을 게 아니라 먼 미래를 내다보고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눈앞의 이익만을 계산해 지역주의를 선동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우리 주민들이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간 교통과 환경에서 철저히 소외된 60만 서구민과 50만 김포시민, 도합 110만 명에 달하는 서북부 지역민들을 위한 진정한 광역교통대책이 돼야 한다. 

인천시는 서울 5호선 연장만을 기다리는 주민들을 위해 다양한 협상 방안을 제안한다. 하지만 김포시의 원안 고수로 협상이 답보 상태에 머물러 답답할 따름이다. 그간 미온적으로 대처해 온 정부 역시 노선 협상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검단신도시는 광역철도가 없는 유일한 2기 신도시로 해당 지역 주민들은 이미 심각한 교통난을 겪고, 그 불편은 앞으로도 예상되는 바다. 더구나 지난 30년간 수도권매립지로 인한 환경적 불평등을 묵묵히 감내해 온 주민들을 위한 정부의 이동권 보장은 너무나 당연하고도 시급하다.

이제 검단과 김포는 경쟁 상대가 아닌 협력하고 상생하는 이웃으로 관계를 재정립, 하루빨리 대승적이고도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내야만 한다. 지금은 5호선 노선 협상뿐 아니라 인천 2호선 고양 연장 등 도시의 미래를 바꿀 굵직굵직한 사업이 기다리는 만큼 이웃 도시로서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할 절호의 타이밍이다. 편협한 시선으로만 볼 게 아니라 도시의 청사진을 그리며 장기적이고도 객관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특히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철도 계획은 신중하고도 합리적으로 접근, 최대한 다수 의견을 수렴해 모두가 윈윈해야 한다. 한 번의 철도망 구축으로 최소 100년 이상의 혜택을 누리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노선 계획은 검단과 김포 두 도시가 혜택을 가져가도록 하는 인천시 안으로 반드시 결정돼야 한다. 약간의 이동시간이 늘어나더라도 검단과 김포가 상생할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어서다. 

그동안 인천시가 다양한 협상 방안을 제시한 만큼 이제는 경기도와 김포가 이에 응답할 차례다. 그간 고통받았던 지역 주민 모두에게 최소한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공정과 상식에 입각한 가장 합리적인 노선인 인천시 노선 계획이 반영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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