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영 순천향대 부천병원 신경외과  교수
정문영 순천향대 부천병원 신경외과 교수

원인 모를 통증으로 6개월 넘게 고통받던 김모(51)씨는 불면증까지 시달렸다. 뚜렷한 병명도, 원인도 없다 보니 제대로 된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해 꾀병이나 정신질환으로 오해를 받기도 했다. 그는 만성 통증 진단을 받고 척수신경자극술을 받은 후 통증이 호전됐다.

만성 통증은 일반적으로 보존 치료를 지속함에도 6개월 이상 일상생활 불편을 초래하는 통증이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만성 통증이 중추화되고 신경전달체계를 망가트리면 통증의 원인이 해결되고 자극이 없더라도 통증이 과도하게 느껴지는 상태가 된다.

통증 부위는 등, 허리, 목, 가슴, 두통 등 다양하다. 척추질환, 류머티즘, 퇴행성 관절염, 편두통이나 삼차신경통 등 여러 가지 질환들이 만성 통증으로 발전한다. 때로는 사고나 낙상으로 발생한 외상에 의한 통증이 만성화되는 경우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만성 통증 유형은 ‘복합 부위 통증 증후군(CRPS)’이다. 몸의 특정 부위에서 시작한 통증이 점점 더 심해지고, 더 나아가 피부색이 변하거나 털이 빠지고,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골밀도가 약해지며 관절을 쓰지 못하게 되는 감각신경질환이다. 그 밖에도 만성 두통, 근막통증증후군, 척추 수술 후 통증증후군, 다발성 말초신경병증, 환상지통이 있다.

만성 통증 주요 증상은 통증 유발 원인 자극 없이도 나타나는 통증이다. 특징적으로 자극이 없을수록 통증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특성이 있어 야심한 밤에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또 관절염, 신경병증 환자들에게서 흔히 날씨나 환경 변화에 따라 통증이 더 심해지는 특성이 있다. 소화계통 장애, 무기력증, 감정 변화 같은 여러 가지 신체적·감각적·정신과적 증상이 동반하기도 한다.

만성 통증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환경적·유전적 요인이 복합 작용해 발생한다고 추정된다. 주 원리는 통증을 감지해 척수와 뇌로 전달하는 체성감각신경이 통증에 대한 역치가 민감해져 통증을 유발할 만한 자극이 아님에도 통증 신호가 만들어지면서 통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만성 통증은 가능한 진단명을 하나하나 제거해 나가는 ‘배제진단’을 통해 진단한다. 여러 가지 검사를 시행해 일차로 골절이나 염증 등 통증 유발 원인 병변을 찾는다. 검사 결과 비정상 구조나 생리적 이상 소견이 없음에도 통증을 호소하면 만성 통증으로 진단한다.

일차적 치료법은 약물치료다. 뇌간 부위에서 통증 전달 경로의 활성도를 조절하는 ‘삼환계항우울제’를 먼저 사용한다. 그 밖에 신경안정제 계통 약물이나 항경련제 계통 약물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며, 물리치료를 병행하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약물치료로 호전되지 않으면 신경차단술을 시행한다. 신경차단술이란 통증 전달 경로에 있는 신경을 국소마취시키는 시술을 말한다. 신경차단술은 매우 다양한 방식이 있으며, 통증 형태에 따라 적절한 방법으로 시행한다.

약물치료, 신경차단술 이후에도 지속되는 만성 통증은 수술치료를 고려한다. 체성감각신경 전달 경로를 찾아 절단하는 방법과 전기자극하는 방법이 있다. 환상지통이나 말초신경병증이 있는 경우 척수의 체성감각신경전달 경로를 잘라주는 방식을 사용하면 효과적이다. 만성통증 중추화로 뇌 신경전달체계가 바뀌면 뇌에서 고통을 느끼는 전대상회를 절단하는 방법이 도움이 된다.

전기자극 방법도 척수와 뇌에서 시행 가능하다. 가장 대중화된 통증 수술은 척수신경자극술로, 환자의 몸속에 저주파 전기자극 기계를 삽입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척수신경자극기 삽입 환자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전기자극을 통해 통증을 조절하게 된다. 뇌에서 통증의 비정상 발생이 일어나는 경우 뇌심부자극술이나 뇌피질자극술을 사용한다.

만성 통증을 예방하려면 건강한 생활 습관이 가장 중요하다. 균형 잡힌 식단을 규칙적으로 섭취하고, 적절한 수면을 취하고, 자신에게 잘 맞는 운동을 꾸준히 하면 된다. 취미생활을 통해 긴장을 완화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만성 통증은 치료가 어렵지만 불치병은 아니다. 전문가와 긴밀히 협력해 치료를 하면 반드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또 만성 통증은 이상을 나타낼 가시적 방법이 없어 꾀병이라는 오해를 살 수 있지만, 체성감각신경계통 이상으로 인해 분명한 증상을 겪는다. 따라서 주변인들의 이해와 도움이 꼭 필요한 질환이다.

‘통증을 완전히 없애야겠다’는 생각보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서 일상생활을 지속하길 권장한다. 더욱이 꾸준한 운동으로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근육량을 늘리는 것이 좋다. 마약성 진통제는 초기 치료 효과와 달리 결국 통증 강도를 높이고 약물중독을 유발하므로 사용하지 않는 편이 좋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신경외과 정문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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