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철 의왕시 문화예술정책관
안종철 의왕시 문화예술정책관

사전적 의미의 지역문화 개념은 인간의 삶 속에서 형성된 공동의 형식과 감정으로 특정 지역에서만 체득할 수 있는 사회적 관습이나 삶의 유형이라 정의한다. 그러나 현재 문화 형태는 4차 산업혁명 패러다임 전환으로 과거 지역적으로 나타났던 문화 현상들이 이젠 다양화·글로벌화·통합화하며, 부정·긍정 측면의 ‘복합적 문제’들은 동시적·상관적·중첩적인 복잡한 경로로 진행되면서 지역문화에 영향을 준다. 

지역문화 정체성에 접근하는 방식은 두 가지다. 지형적 특성을 갖는 제주문화, 영호남문화가 있으며 역사적 전통 유산을 가진 경주나 수원(화성)처럼 이미 완성된 사실 혹은 이미 구성된 것을 정체성의 본질로 보는 ‘본질적 사고 관점’이 그 하나이며, 천안의 문화산업이나 서울 성동구의 스마트 문화라고 표방한 것은 지역문화 정체성이 만들어지는, 미래의 지향점이라 아직 형성 과정에 있음을 ‘역사주의적인 사고 관점’에서 본 것이다. 

그렇다면 의왕시 지역문화의 정체성은 무엇이며,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 최적의 선택인가를 생각해 보면, 본질적 사고 관점에서 의왕시는 인지도가 있는 유물이나 역사성이 부족하다. 그러기에 경주나 수원처럼 역사적 유물과 관광자원을 문화정체성으로 내세우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운호수, 왕송호수 등 천혜의 자연환경은 의왕시가 새로운 문화정체성을 만드는 데 중요한 기본 토대를 제공한다.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친환경과 호수권 문화를 기본으로 하고 컬처노믹스(문화라는 의미의 단어 컬처(culture)와 경제라는 의미를 지닌 단어 이코노믹스(economics)를 합쳐 만들어진 신조어. 경제적으로 문화를 활용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정책을 통한 선순환 문화생태계를 만들어 의왕시만의 특색 있는 문화정체성이 형성된다면 이는 의왕시 도시브랜드 역할뿐만 아니라 경제적 자족도시를 만드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1990년 덴마크 코펜하겐대 페테르 두엘룬 교수가 컬처노믹스를 주창하며 문화와 산업의 융합, 문화예술을 산업으로 개발, 문화를 바탕으로 한 사회질서 만들기 등 우리 생활 전반에 걸쳐 문화를 접목하는 작업이 21세기 성장 동력이 되리라 예견했듯이, BTS가 10년간 56조 원이라는 엄청난 경제적 파급 효과를 가져다 줬다는 것만 봐도 의왕시가 ‘컬처노믹스 의왕’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제안한다면, 왕송호수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문화시설 집약화가 필요하다. 왕송호수 주변을 3기 신도시 건설과 더불어 문화밸리를 조성(음악으로 특화된 클러스터)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국내 유수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참여해 민관 합동으로 건설하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미 몇몇 회사들은 긍정의 답을 내놨다. 서울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이 있고, 아름다운 왕송호수를 낀 뮤직 클러스터라는 점과 세계 최초라는 점이 매력이라 말한다.

회사들은 모이게 됨으로써 업체 간 협업 시너지가 발생하고, 엔터테인먼트사는 오디션을 겸한 의왕 국제 뮤직페스티벌, 콘테스트 등을 의왕시와 공동 주최해 비용 절감 효과와 홍보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음악산업은 프로덕션 산업만이 아니라 음반산업, 방송산업, 공연산업, 교육·출판산업, 음향기술산업 등 다양한 분야가 있으며 연관 산업 규모 역시 작지 않은 시장이다. 

음악산업이 의왕에 자리하면 많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해진다. 또 자연스럽게 의왕은 세계 최초 음악도시라는 명성을 얻어 도시의 격도 올라가고, 시민들은 독특한 의왕만의 문화를 향유하게 될 것이다. 이는 바로 미래 의왕의 문화정체성이 되고, 의왕의 미래를 풍요롭게 하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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