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아파트를 전수조사한 결과 91개 단지 중 15개 단지에서 철근 누락 부실이 적발됐다고 한다. 10곳은 설계 과정부터 지하주차장 기둥 주변 보강 철근이 누락됐고, 5곳은 시공 과정에서 설계 도면대로 시공되지 않았다. 이중 파주 운정(A34 임대), 남양주 별내(A25 분양), 수원 당수(A3 분양), 오산 세교2(A6 임대), 파주 운정3(A23 분양), 양주 회천(A15 임대) 6개 단지가 경기도에 소재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주민들은 큰 불안감에 휩싸였다. 파주 운정과 남양주 별내는 이미 입주를 완료했고 수원 당수, 오산 세교2는 입주 중이다. 파주 운정3과 양주 회천은 현재 공사 중이다. 설계·시공·감리 같은 건설 현장 전반에 총체적 부실이 발생했다고 하니 더욱 어처구니가 없다.

무량판 구조는 상부 무게를 떠받치는 보 없이 기둥이 슬래브를 바로 지지한다. 이는 충격에 더 취약하고 사고 시 인명피해가 크게 날 수 있다. 기둥과 맞닿는 부분에 하중이 집중되기 때문에 슬래브가 뚫리면 각 층이 아래로 떨어지는 연쇄 붕괴가 일어나는데, 이를 막으려면 기둥 주변에 철근을 여러 겹 감아 줘야 한다. 하지만 문제 단지들은 철근을 필요한 개수보다 덜 썼다. 필수 요소인 보강근이 설계 때부터 오류가 나거나 누락된 경우가 많았다. 구조 계산을 제대로 해 놓고 현장 배포 상세도로 옮기는 과정에서 누락되는 일이 발생했다. 보강근 구조 계산 자체를 안 하거나 계산이 잘못된 곳도 드러났다. 보강근 적용 구간을 잘못 설정했거나 계획 변경 구간에서 계산을 빠뜨린 경우, 단순 계산을 실수한 경우, 현장에서 실수나 의도적으로 보강근을 빼는 경우 들이 나왔다. 

철근 누락 아파트는 LH 현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토부는 무량판 구조로 2017년 이후 준공된 민간아파트 188개 단지와 짓고 있는 105개 단지 포함 민간아파트 293개 단지에 대해서도 전수조사를 한다는데, 한곳도 빠뜨리지 말고 철저히 조사해서 불안에 떠는 주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런 사고가 발생하면 정부와 업계는 무더기 대책을 쏟아내며 재발 방지를 약속한다. 정부와 LH는 물론 노출된 건설업계 전반의 후진국형 안전불감증을 확실히 뿌리 뽑아야 한다. 설계, 감리업계까지 면밀히 살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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