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석 인천 안골마을 도시재생지원센터장
김선석 인천 안골마을 도시재생지원센터장

1968년 12월 5일 발표한 ‘국민교육헌장’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학문과 기술을 배우고 익히며,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계발하고…." 그 당시 초등학교에 다닌 학생들은 이 헌장을 외웠던 시절이 기억날 것입니다. 여기에 나오는 ‘저마다의 소질을 계발하고’를 도시 분야에 비유한다면 ‘도시마다 가진 특성을 개발하고’라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타고난 재능을 살릴 때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듯 도시도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지역 특성을 살리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것이 빠르게 성장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특성을 어떻게 살려 나가는 게 좋을까요?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산업을 지역경제 활성화에 맞추는 것입니다. 서울 홍대의 거리와 종로의 익선동처럼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를 만들어 갑니다. 홍대의 거리는 홍익대 미술 인프라 특성을 살려 문화와 예술이 젊은이들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했습니다. 익선동 또한 한 사진작가가 운영하는 카페가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자 동네 골목길 특성을 살려 성공한 사례입니다.

이와 같은 지역 발전에 대해 모종린 연세대 교수는 「골목길 자본론」에서 "낙후된 원도심과 지역을 살리는 가장 효과적인 정책은 관광산업"이라며 지역 경제성장과 골목 정체성을 강화하는 선순환 경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인천 연수구를 사례로 들어 보겠습니다. 연수구는 두 지역이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합니다. 청학동 안골마을과 연수동 함박마을입니다. 서로 이웃처럼 가까이 있으면서도 마을 특성이 뚜렷하게 다릅니다.

안골마을은 자연환경이 뛰어나고, 함박마을은 외국인이 많아 이국적 분위기가 넘칩니다. 전자는 산이 마을을 병풍처럼 둘러싸 쾌적하고, 후자는 거리 상가에 붙은 간판부터 러시아어고 거리를 걷는 사람들 대부분이 러시아어를 사용합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 이색적인 환경을 배경으로 마을을 살리는 것이 곧 ‘뜨는 비결’입니다.

요즘 안골마을은 환경 개선이 한창입니다. 마을 입구에는 신축 건물이 지어지고 주택들의 지붕과 대문, 담장들이 집수리 사업으로 더욱 아름다워졌습니다. 지난 4월부터 음식 솜씨로 소문난 주부들이 모여 창업팀을 구성했습니다. 요리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입니다. 이러한 활동들은 많은 사람이 찾아와 마을을 구경하고 음식을 즐기는 추억의 장소로 만듭니다.

안골마을의 목표는 뚜렷합니다. 가고 싶은 곳, 걷고 싶은 골목길, 맛있는 음식점으로 마을을 브랜드화하는 것입니다.

이웃 함박마을은 외국인이 많아 새로운 도시문화가 형성됩니다. 거리에 사람들 모습도, 상가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도, 주민들에게 안내하는 현수막도 한국어와 러시아어 두 언어를 사용합니다. 이유는 현재 한국인과 외국인 비율이 2대 8로 다양한 국적의 주민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주민의 인구 구성비가 역전이 된 셈이죠.

스포츠 경기에서도 이기다가 역전되면 심적 압박감과 함께 득점을 위해 더욱 애쓰듯 이 마을 내국인들은 갑자기 바뀌는 환경에 불편함을 느낍니다. 앞으로 한국은 인구 감소에 대처하고 그들과 함께 어떻게 성장할지를 고민할 때입니다. 

지금 함박마을은 마을 발전의 전환기를 맞이했습니다. 분명하고 뚜렷한 특성을 사업목표로 나아간다면 ‘함박 르네상스’라는 말이 나올 것입니다.

현대사회는 더욱 빠르게 변화할 것입니다. 수십 년간 써 오던 사진기와 전화기가 대체되고, 손목시계를 대신하는 스마트폰을 쓰는 시대가 왔듯이 도시도 마찬가지입니다. 도시의 미래는 두 갈래 길이 있습니다. 하나는 시대 흐름에 변화해 발전하는 길, 다른 하나는 경쟁력을 잃어 쇠퇴하는 길입니다. 도시가 어떤 길을 선택하고 걸을지는 정책과 주민들의 손에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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