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 산곡남중학교 교장
전재학 인천 산곡남중학교 교장

요즘 학교 선생님들은 몹시 아프다. 교사 상호 간 또는 학교장과 대화를 조금만 나눠도 이내 눈물을 쏟는다. 각자 할 말이 많아 응어리진 가슴은 우울함과 억울함으로 늘 멍울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사 간 대화에서 공감하는 능력은 심폐소생술 못지않게 중요해졌다. 그러나 근본 처방은 교사가 계속 성장함으로써 극복하는 일이다.

교사 A, 초임 발령자로서 20대 후반기에 들어섰다. 정식 임용되기 전 계약제 교사 경력이 있지만 교원 임용고사를 통과해 당당히 정교사가 됐다. 대부분 그렇듯이 새내기 교사로 청운의 꿈이 각별하고 선배 교사들과 관계도 좋은 편이다. 상위 5%에 해당하는 학력(學力) 집단 출신답게 그리고 학창시절 모범생답게 원칙과 규정을 준수하며 성실한 자세와 열정적인 지도로 하루하루 교직생활에 임한다. 문제는 다양한 학생 집단의 구성을 이해하는 것이 다소 힘들고, 특히 사소한 문제를 끊임없이 유발하는 학생을 지도한 경험이 부족하다.

지난해 한 학생의 부모가 평소에도 A교사의 사생활을 침해할 정도로 수시로 전화를 걸어 자녀 문제를 상담하면서 담임 교사가 아직 미혼의 젊은 여교사임을 알고 점차 어투가 바뀌면서 고성을 지르고, 사사건건 담임의 학급 운영에 시비를 걸고 심지어는 갑질을 일삼으며 "아직 자녀를 키워 보지 않아서 잘 모를 거야~. 왜 우리 아이만 잘못했다고 편파적인 지도를 하는 거지? 그렇게 능력이 없으면 왜 교사가 됐어?" 등 인격 모독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학년부장을 통해 이 문제가 조금씩 알려지고, 어느 순간에는 학생부장을 넘어 학교장이 개입해야 할 상황까지 악화됐다.

어렵게 하루하루를 버티던 A는 학부모가 학생이 보는 앞에서 꾸짖고 욕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병원 치료와 급기야 병가를 얻어 요양까지 하면서 사직을 고민하는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다행히 지난해 근무 만기가 돼 올해 초 다른 학교로 발령이 나면서 마무리됐다. 해당 학생은 한 학년이 진급된 올해도 초반에는 잠잠하다가 중반 이후 외동아들 특유의 기질이 재작동해 지나친 이기적 행동과 거짓말로 소소한 갈등의 주체가 되고, 학급 분위기를 해치자 Wee센터 전문 상담까지 받았다. 학부모의 무분별한 ‘투 머치 러브(Too Much Love, 과애(過愛))’는 여전하다. 이런 것을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하지 않는가.

이는 많은 사례 중 하나다. 대다수 교사가 수도자(修道者)처럼 일상을 보낸다. 교사와 학교의 강력한 자구책이 필요한 건 이미 각종 언론의 보도와 같다. 하지만 교사는 먼저 자신들의 고립감과 원치 않는 상처, 아픔부터 치유해야 한다. 소위 감정노동에서 조금 더 자유로워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교사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제도적으로 교사의 상처를 예방하고 치유하는 정책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 최근의 ‘교원지위법’, ‘생활지도법’, ‘교사돋음터’… 등등의 규정과 운영은 기초에 불과하다. 결국은 교사 개개인의 내·외적 성장이 계속돼야 한다. 

공교육 교사는 ‘공적인 존재’다. 혼자서 고립돼 살아서는 안 된다. 사회학자인 엄기호는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에서 오늘날 교무실 모습을 ‘태평양에 떠 있는 섬들’이라고 표현했다. 미국 교육학자인 로티(Dan C. Lortie)는 「교직사회」에서 교사들을 ‘달걀판의 달걀’에 비유한 바 있다. 이는 교사들이 교무실이라는 공간에 모였지만 각자 보이지 않는 벽에 갇혔기 때문이다. 이제 학교는 교무실 변화부터 시작해야 한다. 또한 교사들의 내면을 치료하는 전문적 학습공동체의 소모임을 보다 활성화해야 한다. 학교는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교직에서의 보람과 자긍심은 전문성에 대한 성장에서 뒷받침된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퇴’라 하고 괄목상대하듯이 교사 개인이 무한대로 성장하고 발전해야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얻고 개인의 회복탄력성을 높여 역경을 극복하는 역량도 함께 키울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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