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이 추진하는 공동주택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기간이 오래 걸리고, 조합원들의 이익과 권익을 보호해야 할 조합장이 업무대행사와 특수한 관계를 맺어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이에 정부는 당초 도시·주거 환경 정비법(도정법)상 조합 방식의 문제점을 해결하려고 2016년 도정법을 개정해 신탁 시행 방식의 정비사업을 도입했다.

군포시 산본1동 1지구는 주변 재개발 정비사업구역 중 핵심으로, 빠르고 투명하게 재개발을 하려고 신탁 방식을 택했다. 

그런데 해당 조합원들이 이 방식으로 추진하다 보니 신탁사에 휘둘린다며 기자회견을 열고 제도를 개선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익을 목적으로 하는 신탁사가 대의원격인 정비사업추진위원회 25명 중 과반수인 13명만 장악하면 사업은 주민 의사와는 무관하게 신탁사  입맛대로 의사결정을 해도 뚜렷한 대안이 없다고 주장한다.

조합원들이 신탁사에 불신을 갖게 된 까닭은 위탁 이후 조합원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신탁사 의지대로 사업을 추진하면서다.

조합원들은 시공사를 선정할 때 컨소시엄 입찰 금지와 공사비 예정가격 상한선을 두는 내용을 신탁사에 요구했으나, 의견의 받아들여지지 않자 불만이 폭발했다.

건설사 컨소시엄 방식으로 아파트를 지을 경우 앞으로 부동산 가치가 높지 않고, 하자를 보수할 때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인식에 조합원들은 반대하지만 신탁사는 이런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입찰을 예정대로 추진했다.

이후 조합원들은 대책위를 꾸려 주민총회를 소집해 소유주 의견대로 사업을 추진하도록 투표를 진행했지만 지난 5일 연 총회에서 아슬아슬한 표 차이로 부결됐다.

이마저도 사전투표에서 신분증을 동봉하지 않고 봉투 겉면에 붙였는데도 정상 투표로 인정해 부정 투표 의혹이 있었으나, 이를 조사하려면 소송을 해야 하고 이미 사업을 진행한 상태에서 투표 결과를 뒤집어봤자 실익이 없다.

결국 조합원들은 아무 소득 없이 완패했다. 사실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열 때부터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얘기가 나왔다. 그만큼 건설 시행에 도가 튼 시행 신탁사의 거대한 힘에 맞서기 힘든 구조다.

군포를 포함한 전국 재개발 예정지역에서 시행자 개발방식을 택하거나 택할 예정이다. 산본1동 1지구에서 불거진 문제는 어느 곳에서든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와 국회가 나서 전국에서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조합원들이 마음 놓고 자신들의 재산을 맡기고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도록 법과 제도를 고쳐야 한다.

총회 소집을 주도했던 한 조합원이 언론에 꼭 전하고 싶다는 말로 마무리한다. "소중한 재산을 신탁사에 맡기는 결정을 하기 전에 한 번 더 신중하게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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