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형 순천향대 부천병원 안과 교수
이시형 순천향대 부천병원 안과 교수

눈  가장 안쪽에 있는 망막에는 시신경이 분포했다. 시신경은 망막에 맺힌 상을 뇌로 전달하는 일을 하는데, 시신경 이상으로 시야가 점점 좁아지다가 실명에 이르는 질환을 ‘녹내장’이라고 한다.

녹내장은 초·중기까지는 증상이 거의 없다. 양쪽 눈에 녹내장이 한 번에 생기지 않고, 주변부부터 서서히 시야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급성 녹내장은 눈이 빨갛게 충혈되고, 흐려 보이고, 통증이 생길지 모른다.

녹내장 주요 위험 요인은 안압 상승이다. 눈에는 방수라는 액체를 끊임없이 생성하고 섬유주라는 구조물로 유출하면서 일정 안압을 유지한다. 어떤 강한 압력으로 시신경이 눌려 점점 손상되고, 방수 유출에 문제가 생기면 안압이 오르고 녹내장으로 진행한다.

보통 정상 안압은 10~20mmHg이지만, 사람에 따라 25mmHg 압력도 문제 없는 사람이 있고, 15mmHg 압력에도 시신경 손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를 ‘정상 안압 녹내장’이라고 한다.

녹내장성 시신경 손상의 또 다른 위험 요인은 고도 근시다. 정상 안구 길이는 22~24mm인데, 고도 근시는 안구 길이가 29~30mm까지 길어지며 망막 두께가 얇아지고, 시신경 모양에도 변형이 생겨 녹내장성 손상에 취약해진다. 그 밖에 40세 이상, 녹내장 가족력, 혈액 순환 장애, 고혈압, 당뇨 따위가 녹내장 위험 요인으로 알려졌다.

녹내장 종류는 방수 유출 기능 저하 원인에 따라 특별한 원인이 없는 원발녹내장과 염증·외상·망막질환으로 인한 이차녹내장으로 나눈다. 이차녹내장으로는 당뇨 합병증으로 신생 혈관이 늘어나는 신생혈관녹내장과 눈 속 염증으로 방수가 지나가는 길이 막히는 포도막염녹내장이 있다. 또, 섬유주가 있는 ‘각’이라는 공간 개방 여부에 따라 개방각 또는 폐쇄각 녹내장으로 분류한다. 안압이 오르는 속도에 따라 급성· 만성 녹내장으로 나눈다.

녹내장이 의심되면 먼저 안저 검사, 빛간섭단층촬영, 세극등 현미경 검사로 눈 안쪽을 살피고, 시신경 혈류와 시신경유두를 관찰하고, 망막 신경 섬유층 두께를 측정한다. 시야 검사로 시야 결손 유무도 확인한다.

녹내장 치료는 안압을 낮추고 시신경 혈액 순환을 개선하고 시신경을 보호해 녹내장 진행을 억제하는 일이 목표다. 가장 효율 높고 부작용이 적은 치료 방법은 안약 점안이다. 안약 효과가 작거나 부작용이 있는 경우 레이저 치료도 가능하다. 레이저 치료는 레이저 홍채절개술과 레이저 섬유주성형술이 있는데, 이 중 레이저 홍채절개술은 폐쇄각, 레이저 섬유주성형술은 개방각 녹내장 치료에 시행한다.

만약 레이저 치료로도 안압이 조절되지 않으면 수술 치료를 해야 한다. 녹내장 수술 종류는 크게 섬유주 절제술과 방수유출장치 삽입술이 있다. 섬유주 절제술은 칼로 안구 결막을 절개하고 방수가 빠져나갈 길을 만들어 주고, 결막으로 다시 덮어 물주머니를 만드는 수술이다.

방수유출장치 삽입술은 눈에 얇은관을 넣어 몸통 뒤쪽으로 물이 빠져나가도록 하는 수술이다. 최근에는 결막을 절개하지 않고 눈 안쪽으로 진입해 얇은 관을 삽입하는 최소침습 녹내장 수술도 많이 한다.

녹내장은 시신경이 손상되는 질환이기 때문에, 한 번 시력이 나빠지면 치료해도 회복되지 않는다. 당뇨나 고혈압처럼 꾸준히 관리해 시력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도록 유지하는 일이 중요하다. 초기에 진단하고 적극 치료하면 시력 예후 개선에 도움이 된다.

녹내장을 진단받거나, 위험 요인이 있는 사람이라면 날을 정해 꾸준하게 안과 검진을 하는 편이 좋다. 항산 효과가 있는 야채·과일을 먹으면 좋고, 금연과 절주가 필요하다. 유산소 운동이 안압을 떨어뜨리기에 유산소 운동을 중점으로 하면 좋다. 무거운 역기를 들거나 물구나무를 서면 안압을 높이기에 피하는 편이 좋다.

<이시형 순천향대 부천병원 안과 교수>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