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엽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부총재
이경엽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부총재

이번 장마에서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는 느슨한 안전규정과 불완전한 매뉴얼이 주된 원인이었다고 밝혀졌다.

행정안전부가 2019년에 마련한 지하차도 관리규정 8가지 평가항목 점수를 합산해 결정한 침수위험등급 3등급 ‘보통’이었고 따라서 위험시 사전 자동 또는 원격 차단안전시설설치 대상이 아니었다. 

등급을 나타내는 숫자가 우선이었고 주변환경이나 특성을 고려하지 않거나 파악하지 않은 허술한 평가항목 때문이라고 한다.

사고 직후 관계자는 선제적 조치로 9월에 원격으로 차단하는 안전장치를 설치할 예정이었다고 했다.

사고 당일 하천수위, 교량수위, 기상특보 등 3가지 위험신호가 동시에 발생한 긴급 상황이었지만 지하차도 안에 물이 없었다는 이유로 통제에 나서지 않았다고 한다. 매뉴얼의 통제기준, 규정 자체가 아무 소용 없었다.

얼마 전 어느 회계법인에서 ESG관련 공시작성 원스톱 플랫폼을 출시했다. ESG 위험관리 가능하고 공시 규제별 표준 지표도 즉시적으로 반영, 기후 리스크에 따른 재무적 영향분석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관련 혁신과제도출과 모니터링 서비스도 지원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별 기업은 ESG공시 요구사항이 세부 지표별로 매우 구체적이고 복잡하기 때문에 각자 통합 전략 마련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인증사항이 넘치는 기업에 매뉴얼, 플랫폼을 제시하며 또 다른 기준과 규정, 통제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2025년 2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부터 적용예상이지만 그 파급력은 바로 모든 기업에 전해진다.

1986년 1월 28일 발생한 우주왕복선 챌린지호 폭발사고에 대해서도 그 원인을 생각해 보자. 발사 73초 후 고체연료 추진기 이상으로 탑승한 승무원 7명 전원 사망과 손실금 4천865억 원의 사고가 났다.

발사 일자가 계속 연기를 거듭하다 당일도 날씨가 너무 추워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발사가 된다. 추운 날씨 탓에 얼어버린 고무패킹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공중에서 분해되며 최악의 사고를 기록했다.

문제는 당시 이를 감지한 기술팀 직원이 추위와 고무패킹 문제를 제기 했다가 숫자와 계량으로 증명해 보라는 NASA 제안에 손을 들고 더 이상 관련 징후를 보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숫자와 계량화에 이상 없다는 보고와 이를 전적으로 믿는 팀 분위기로 마지막 순간까지 그 문제는 검토조차 되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 현장과 매뉴얼, 숫자와 계량의 맹신 분위기로 엄청난 사고가 나타났다.

국가행정, 기업경영 이 모든 존재가치는 일의 본질을 기반으로 하고 공공성과 안전성, 수익성을 창출하는 일인데 현장, 직관도 받아들이는 풍토가 중요하다. 먼저 기성(旣成)으로 세워진 고정적 매뉴얼이나 규정 역시 상황에 따라 조정 가능한, 그러면서 즉시적 대응이 우위에 자리해야 한다.

과거, 지금보다 덜 미분화 된 사회에서는 교과서적 매뉴얼 흔들고 다니면 최고의 업무수행이었다. 프로세스 자체만 제대로 관리하면 아무 문제도 책임질 일도 없는 그런 관리의 시대였다. 

4차산업과 인공지능시대인 지금도 그런 기능, 역할이 규정되어야 한다는 것은 맞다. 일반상식과 원칙, 시스템 중시 패턴은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나 통한다.

다만 지난 번에도 주장한 바 세상은 점점 더 작고, 단단하며, 아름다운 패턴으로 흘러간다. 가급적 적은 매뉴얼, 해석 여지가 너무 풍부한 적용기준보다 엄격한 잣대의 접근자세, 반드시 보이지 않는 가치를 남기는 미래지향적 아름다운 정신자세가 소망스러운 지금이다.

매뉴얼은 가이드라인이지 성장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돼서는 안된다. 현장에서 규정에 따른 매뉴얼 작동은 가장 중요한 준거의 틀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매몰되지 말아야 할 ESG경영에서의 CEO 직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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