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락기 전 한국시조문학진흥회 이사장
김락기 전 한국시조문학진흥회 이사장

요즘 신문지상에는 로봇이나 AI(인공지능) 관련 내용이 상당하다. 2016년 프로기사 이세돌과 AI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 이후 지난해 11월 대화형 AI 챗GPT가 등장하고 나니, 예제서 우후죽순처럼 AI 개발 붐이 인다. 정보 획득이나 단순 지시 이행 수준을 넘어 문학, 회화 같은 예술 창작이나 사람과의 뜻 있는 대화 단계까지 이르렀다. 새삼 반려로봇 또는 반려AI가 부쩍 곁에 다가온 느낌이다.

‘반려(伴侶)’란 반려자의 준말로, 좁게는 부부간 배우자를 이른다. 보통은 뜻이 맞거나 친한 사람, 즉 짝꿍을 말하지만 로봇에까지 이를 붙이면 더 넓게 풀어야 한다. 사람이 아닌 어떤 대상과의 짝꿍 관계이므로 제목에 ‘비인(非人)’이라 붙였다. 이에는 우선 반려동물이나 반려식물이 해당한다. 반려식물에 대해서는 지난해 9월 기호포럼에 쓴 바 있다. 그런데 동식물은 다 생물(유정물)이다. 로봇이나 AI는 무생물(무정물)이다. 요사이 무생물 돌멩이가 MZ세대에서 애완용으로 대우돼 거래되기도 하는데, 이를 ‘반려돌’이라 부른다. 보통 수석(壽石) 문화는 관찰자 일방이 보고 즐기는 거라면, 반려돌 문화는 사람과 돌 쌍방 간에 말 없이 통하는 정서적 안정이라 할 수 있다. 이쯤 되면 앞으로 ‘비인 반려’ 범위가 어디까지 확장될지 상상하게 된다. 가히 ‘비인 반려 시대’의 도래라 할 만하다.

이런 시대의 도래는 홀몸 생활로 인한 소통 부재와 고독한 소외화 사회의 반증이다. 달리 보면 인간은 물론 무정물과도 교류해 정서적 안정을 얻는 물활론 사회의 단면이다. 오늘날 다양한 취미생활이나 하늘의 달별, 땅의 산천초목 같은 대자연으로 눈을 돌릴 때 인간 외 반려 대상은 엄청 늘어난다. 그러나 먹고살기에 팍팍한 일반 서민들의 현실은 소외화 사회에 더 익숙할 것이다.

이달 3일 발표한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5명 중 1명이 홀몸(197만3천 명)이다. 또한 7월 발표 통계청 분석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 25~49세 인구 중 남자는 절반(47.1%), 여자는 3분의 1(32.9%)이 미혼이었다.

정부 당국의 저출산·고령화 시책이나 내 주변 상황을 둘러보면 지금쯤은 홀몸노인이든 독신 젊은이든 더 늘어났을 것이다. 홀몸노인은 황혼이혼, 사별, 자녀 분가, 해외 이주에다 부부라 해도 질병 입원, 별거 등 사실상 홀몸 상태인 경우까지 포함하면 더하다. 게다가 이들의 월평균 소득이 157만 원 정도라니 살기에 빠듯하다. 또한 법원행정처 자료에는 지난해 60대 이상 은퇴 후 연령층 10명 중 4명이 개인파산을 신청했다고 한다.

요 몇 해 사이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선진국이 됐다지만 빈부 격차, 이념 갈등, 선거 비리, 정치인·고위직과 공기관 전관예우 특권비리, 지역 토착비리 따위 문제들로 진통을 앓는다.

이러한 문제들은 인간사 어디에나 아주 없을 수는 없지만, 한시 빨리 개선될 여지가 있을 때 진정 선진국이 될 것이다. 그러면 피해자인 일반 서민들, 특히 홀몸으로 소외된 노인이나 미혼·비혼의 젊은이들이 보다 기를 펴고, 그들도 비인 반려 대상을 둘 여유가 생길 테다. 언젠가 그들과 함께할 ‘반려 AI로봇’을 그려 본다. 우선 인간 닮은 모습에,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선행을 하며, 적정 가격이어야 할 것이다.

이즈음 전문가들은 AI의 진화에 놀라고 그 위험성을 우려한다. 이미 2000년대 초께 나온 영화 두 편이 이를 잘 나타냈다. ‘A.I.’는 엄마의 사랑을 좇아 정녕 인간 아들이 되고자 꿈꾸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작품인 반면 ‘아이, 로봇’은 돌연변이 로봇으로 인해 인간 재앙을 초래하는 작품이다. AI는 악용되면 핵보다 더 무섭다고 한다. 작금 AI에 대한 규율·통제 문제가 국내외 어젠다로 다뤄진다. 현재는 일부 국가의 국내법 제정 과정이나 국제기구와 기업의 가이드라인 제정 같은 원론 수준에 머문다.

마침 유엔 사무총장은 이에 대한 전문기구와 행동강령 제정 의지를 밝혔고, 윤석열 대통령은 6월 ‘파리 이니셔티브’를 통해 유엔 산하에 디지털 질서 규범 제정을 위한 국제기구 설치를 제안했다. 과연 일반인들이 언제쯤 반려 AI로봇과 함께할지 자못 궁금하다.

시조로 바란다. 

- 반려AI로봇 - 

 인간이 아니면서
 인간보다 더 인간다이
 
 희로애락 함께하는
 평생지기 반려자여
 
 신의 뜻
 어긴 인간처럼
 그리 아니 되기를…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